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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50% “금융에 신뢰 잃었다”

입력
2020.08.3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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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투자경험자 1000명 의식변화 설문 조사
"사고후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가장 큰 실망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 신뢰도도 크게 하락
대형사고 비껴간 KB국민은행 신뢰도 되려 상승

편집자주

사모펀드 사태 1년, 크게 달라진 금융 신뢰도와 전망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일련의 사모펀드 부실 사고가 벌써 1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부터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자산운용 등까지 줄줄이 6조원 넘는 펀드 원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일부 사고는 검찰 수사까지 진행 중인 가운데, 지금까지의 사고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사모펀드 사태는 일부 고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일탈이 아니었다.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상품을 판매한 대형 은행, 증권사 등의 부실 검증 책임론까지 커지면서 국내 주요 금융사의 신뢰 자체를 흔들고 있다.

한국일보는 사모펀드 사태 발발 1년을 맞아 리서치회사인 나이스디앤알(D&R)에 의뢰해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금융에 대한 신뢰도 변화와 미래 금융에 대한 전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지난 1년간 사태를 겪으며 "금융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답했다. 반면 대형 사모펀드 사고에서 비껴간 회사에 대한 신뢰는 전보다 높아지면서 소비자의 향후 선택 기준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사고 후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

30일 한국일보의 ‘2020년 금융 관련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3%는 지난 1년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해결 과정을 지켜보며 국내 금융사와 금융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실망의 가장 큰 이유로 ‘금융사의 사고 후 책임지지 않는 모습(82.3%ㆍ복수응답)’을 꼽았다. △투자상품에 대한 불충분한 정보 제공(66.9%)과 △계속되는 환매중단 사태(54.1%)도 주요 이유가 됐다.

특히 응답자들은 투자상품을 기획ㆍ운용한 자산운용사(66.8%ㆍ복수응답)뿐 아니라 이를 판매한 증권사ㆍ금융투자사(60.4%)와 은행(32.5%)에 대한 신뢰 역시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판매사들은 “판매사도 사모펀드 사태의 피해자”라고 항변해왔지만, 대규모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소비자들은 판매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 것이다.

사모펀드 사태 후 1년간금융사 금융권에 대한신뢰

사모펀드 사태 후 1년간금융사 금융권에 대한신뢰


소비자들은 또 금융사들이 상품 판매 단계부터 사고 발생 시 대처까지 전 과정에서 미흡했다고 봤다. ‘투자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사가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보상을 위해 노력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55.5%)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14.7%에 그쳤다.

‘금융사가 상품을 판매하기 전 투자상품 및 서비스의 목표 수익률, 투자처, 투자위험 등의 특징을 명확하게 설명했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33.5%)’는 비율이 ‘보통(44.5%)’ 이란 응답 다음으로 많았다. 한 투자자는 “판매사가 애초 손실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 채 팔기에 급급했고, 문제가 커진 뒤에도 해결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신뢰도가 부정적으로 변한 이유

신뢰도가 부정적으로 변한 이유


사고 피한 금융사 신뢰도는 상승

사모펀드 사태는 대표적 금융회사인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신뢰도 지형까지 크게 흔들었다. 조사 결과 10명 중 4명(37.6%)은 ‘사모펀드 사태 발생 전후 신뢰하는 은행이 바뀌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 ‘투자 상품의 안정적 운용 여부(42.8%)’를 꼽았다. ‘해당 은행이 판매상품 및 자산운용사에 대해 꼼꼼한 사전 검증을 한 점(28.5%)’ 역시 3위에 올랐다. 2위는 ‘사고 발생 시 선제적 대처 및 보상 여부(30.1%)’가 차지했는데, 이는 문제 발생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하는 것 외에도 은행이 사고 후 얼마나 적절하게 대처하는가 역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별 은행 별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형 사모펀드 사고에 연루되지 않았던 KB국민은행과 작년 11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해온 NH농협은행의 신뢰도가 사모펀드 사태 이전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사모펀드 사태 발생 전후 신뢰하는은행

사모펀드 사태 발생 전후 신뢰하는은행


사모펀드 사태 발생 전후 신뢰하는 은행을 각각 물은 결과, KB국민은행을 꼽은 비율은 37.1%에서 39.6%로 2.5%포인트 더 올라 계속 1위를 유지했다. NH농협은행은 사모펀드 사태 이전 10.0%에서 최근 15.7%로 5.7%포인트나 신뢰도가 상승했다.

반면, 나머지 은행들은 지난 1년 사이 모두 신뢰도가 하락했다. 사모펀드 사태로 몸살을 앓은 한 은행의 경우 하락폭이 5%포인트에 달했다.

특히 현재 KB국민은행과 거래 중인 고객 가운데, ‘현재 가장 신뢰하는 은행이 어디냐’는 질문에 KB국민은행을 꼽은 비율도 절반 이상(51.7%)으로 다른 은행 고객들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KB국민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

KB국민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


이같은 신뢰도 변화는 실제 실적과도 직결되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에도 불구하고 KB국민은행의 지난달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1년 전보다 30% 늘어난 7조5,083억원(금융투자협회)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 잔고가 1년 전보다 30~60%씩 쪼그라든 것과 대비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은 사모펀드 상품 선정에서 판매까지 총 14단계의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점이 이번 사태를 비껴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사모펀드 사태 이후 소비자보호가 금융권 핵심 의제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도 얼마나 상품을 꼼꼼히 검증하고 사고에 적극 대처하느냐가 미래 금융사 신뢰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나이스디앤알이 지난 10~28일 전국 만 20~69세 성인남녀 1,000명(2019~2020년 간접투자상품 가입경험자)에게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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