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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창작' 시스템의 힘, 한국판 마블 유니버스 꿈꾼다

입력
2020.08.19 05: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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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급변하는 창작 시스템, 트랜스미디어의 뉴노멀 될까

편집자주

디지털시대를 맞아 콘텐츠 산업의 화두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떠올랐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이 있는 만큼 이제 매체보다 콘텐츠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요청입니다. 한국의 도전도 이제 시작됐습니다.


국내 첫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사례로 꼽히는 '미생'은 2012년 인기 웹툰 원작이 TV 드라마, 웹드라마, 번외편 웹툰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사진은 201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 포스터. tvN 제공

국내 첫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사례로 꼽히는 '미생'은 2012년 인기 웹툰 원작이 TV 드라마, 웹드라마, 번외편 웹툰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보태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사진은 2014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생' 포스터. tvN 제공


한국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만들 수 있을까.

2014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생'은 그 가능성을 엿보게 한 작품으로 꼽힌다. '미생 유니버스'의 시작은 2012년 윤태호 작가의 웹툰에서 시작했다. 웹툰의 인기를 업고 6부작 웹드라마로 제작된 '미생 프리퀄'은 장그래의 아르바이트생 시절, 오상식의 신혼 시절, 안영이의 학창 시절 등을 더 보태 제작됐다.

이게 2014년에는 tvN 드라마 '미생'으로 확장했다. 드라마 제작에 맞춰 웹툰도 특별편 5부작을 새로 선보였다. 이 웹툰에서는 오상식 아내를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나는 과정, 장그래에게 선물한 넥타이에 얽힌 사연 등이 더 보태졌다. 드라마 이후 이야기를 다룬 웹툰 '미생2'로도 이어졌다.

이렇게 원작 웹툰에서 출발한 하나의 스토리가 여러 번에 걸쳐 새롭게 만들어진 '미생 유니버스'는 국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시초로 꼽힌다.

웹툰 제작사 와이랩은 13개 작품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네이버웹툰에 마련된 슈퍼스트링 전용관 캡처

웹툰 제작사 와이랩은 13개 작품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네이버웹툰에 마련된 슈퍼스트링 전용관 캡처


출발점에 놓인 작품이 등장해서일까. 최근엔 아예 제작 초기부터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의도하고 세계관을 먼저 구축한 뒤 매체별로 스토리를 갈라치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와이랩의 '슈퍼스트링 프로젝트'다. 현재 연재 중인 웹툰 '신석기녀' '신암행어사' '하우스키퍼' '테러맨' '부활남' '캉타우' '심연의 하늘'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슈퍼스트링팀에 속해 인류를 구한다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아직 눈에 딱 띄는 성공 사례는 없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란, 궁극적으로 장르 경계를 넘나드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는 트랜스미디어를 기획할 수 있는 시장이 충분히 열리지 않은 데다 전체 흐름을 조율하고 프로듀싱할 전문 인력도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MCU나 '트랜스포머' 같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디즈니나 NBC유니버셜 같은 대형 스튜디오가 버티고 있는 미국이어서 가능했다는 얘기다. 차라리 '미생' 같은 '하향식'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 우리에게 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희경 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전공 교수는 "'미생'은 처음부터 하나의 세계관 아래 기획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가 아니라 만들면서 이야기를 확장해간 '프랜차이즈 트랜스미디어' 방식"이라며 "CJ ENM 정도를 빼고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처음부터 기획해서 할 만한 자본력을 가진 곳이 없는 한국에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미생'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창작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원천 소스 확보를 위한 지적재산권(IP)을 발굴하고, 다양한 미디어로의 확장을 위한 협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기 때문이다. 와이랩은 국내 최초로 웹툰 제작에 프로듀싱 시스템을 도입한 곳이다. 스토리 기획과 원고 제작, 연출 및 그림 제작, 본격적인 작품 제작 등 각 분야에서 여럿이 손발을 맞추는 하나의 거대한 창작 집단이다.

한편에선 웹툰ㆍ웹소설 작가와 플랫폼 사이를 잇는 CP(Contents Providerㆍ콘텐츠 제작사)도 자리잡아 가고 있다. CP업체의 PD는 스토리라인 기획과 캐릭터 성격, 설정, 윤문 등 기획부터 실제 집필까지 모든 창작 단계에 동참한다. 과거 작가 1명이 창작하던 데서 CP업체가 공동 창작 주체로 서게 된 것이다.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늘어난 수요에 맞추기 위한 필연적 결과다. 유료 연재를 하는 웹소설 작가의 경우 하루 한 편씩(보통 5,000자 분량)을 매일 써야 한다. 이융희 청강문화산업대 웹소설 창작 전공 교수는 "개인 창작자 한 명이 창작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보조하기 위해서라도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산업적으로 판단된 결과"라며 "자연스럽게 창작 과정이 분화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동 창작 시스템이 콘텐츠의 질 향상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 부분은 풀어야할 과제다. 이미 시장에서는 '거대 자본이 들어와 시장을 쑥 훑고 지나가면서 콘텐츠의 소비 속도가 창작 속도보다 훨씬 빨라졌다' '창의성, 독창성을 가진 소재가 빠르게 고갈되면서 새로운 소재와 이야기가 바닥났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웹툰 역시 로맨스나 판타지, 학원 액션물 등 돈이 잘 벌리는 트렌디한 장르에만 편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장르, 콘텐츠와 협업하기 위해 좀더 다양한 소재와 상상력, 시도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가능성을 가진 '다양성 장르'에 지원이, 필요하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진 데 따른 창작자의 고충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CP업체 대표는 "IP 확보와 플랫폼 간 '오리지널' 작품 독점을 놓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창작자는 예전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됐지만 동시에 다른 장르로 2차 가공 시도가 많아지면서 성공하면 더 많이 벌 수도 있게 됐다"며 "1, 2년 전부터 시장 자체가 굉장히 좁아지고 깊어졌다"고 토로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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