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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자체는 교회 내부에서 정리할 일, 법은 법대로 만들어야"

입력
2020.07.31 04:30
수정
2020.08.01 10: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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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측 최형묵 NCCK 정의평화위원장

편집자주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국회에서 발의된 지 한달이 지났다. 그 취지 자체에 반대하는 이들은 없지만 동성애 이슈는 개신교계의 큰 반발에 부딪혀왔다. 개신교계 찬반 양 진영의 진짜 고민을 들어봤다.


28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최형묵 NCCK 정의평화위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으로 사회적 진통이 예상되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28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최형묵 NCCK 정의평화위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도입으로 사회적 진통이 예상되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신앙은 특정 대상을 믿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입니다. 신앙이 윤리로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믿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가난한 사람과 이방인, 병자를 돌보지도 않고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은 바라시지 않습니다.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에 대한 차별 금지가 성경의 일관된 가르침입니다."

최형묵(59)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은 개신교 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목사(천안살림교회) 중 한 명이다. NCCK 정의평화위원회는 교회의 사회적 참여 임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NCCK는 과거부터 일관되게 이 법의 제정을 촉구해 왔다.

28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최 위원장은 "물론 지금도 차별을 금지하는 법들이 있지만, 차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유나 형식적인 법리 적용 탓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면서 "내가 어떤 존재든 보호받을 수 있고, 배제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기준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차별받는 사람은 사유가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예를 들어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이 차별을 받았을 경우 개별법으론 신속한 보호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반공산주의, 반동성애, 반이슬람 등 기독교 신앙이 적대적 가치에 머무를 게 아니라 약자를 보듬으며 천국을 꿈꾸는 복음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최 위원장은 "반공산주의, 반동성애, 반이슬람 등 기독교 신앙이 적대적 가치에 머무를 게 아니라 약자를 보듬으며 천국을 꿈꾸는 복음을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재진 기자


법이 시행되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졌다"고 바로잡았다. 최 위원장은 "교회 예배 중 목사의 설교 내용까지 관여하는 건 아니며, 자신의 견해를 합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법이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내부에서 이 법을 놓고 충돌하는 지점은 실상 동성애 문제가 절대적이다. 신자 입장에서는 성서와 교리가 금지하는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이 법은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게 아니다"라며 "동성애자란 이유로 차별이 옳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법을 반대하는 분들도 취지만큼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동성애 문제를 어떻게 결론 지을지는 교회 내부의 신학적 논의과제로 돌리고, 법은 법대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목회자로서 소신은 있다. 비록 성경의 일부 문구가 동성애를 금기하고 있지만 오늘날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예컨대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성이 멸망한 이유는 동성애 자체보단 가난한 이웃을 돌보지 않은 죄가 더 크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 "문구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하면 다른 교훈이 도출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성경에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요소가 많지만 오늘날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면서 "성서는 당시 시대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에 현대사회와는 동떨어진 규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성경에 있는 다른 금언들은 지금 지키지 않으면서 유독 동성애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성경의 정신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 혼란스럽다면 "지금 예수님이라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하고 자문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주요 내용

포괄적 차별금지법 주요 내용


지금까지 개신교는 이 법에 대해 반대하는 종교로 대표돼 왔는데, 이는 일부 보수신자들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됐기 때문이라고 최 위원장은 보고 있다. 그는 "언론에는 교단을 대표하는 목사, 장로들의 목소리가 집중 소개되고 있는데 이들은 고연령층의 남성집단"이라며 "젊은 평신도들의 의견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성별과 연령, 소속 교회 등 표본을 다양하게 갖춰 설문조사를 하면 법 찬성 비율이 절반은 넘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달 공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국민 10명 중 8명은 이 법에 찬성하고 있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는 법 통과에 머뭇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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