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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 잠 깨고 오토바이 소리에 욕하면서 일어나

입력
2020.07.16 19:26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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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구 외부 노출돼 자동차 소음보다 심각
배달 급증에 불법개조로 여름밤 분노 유발

배달대행 오토바이가 2018년 경기 고양시 한 주택가를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 여름밤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주택가 주민들은 오토바이 소음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배달대행 오토바이가 2018년 경기 고양시 한 주택가를 빠르게 통과하고 있다. 여름밤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주택가 주민들은 오토바이 소음에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은평구에 사는 김모(36)씨는 요즘 매일 밤 귀가 멍해지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 탓에 창문을 열어놓고 잠을 청하는데, 야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가 끊임없이 김씨의 귓전을 때리기 때문이다. 그는 “아파트 5층 집까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매년 반복되는 일인데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말처럼 오토바이 소음은 주택가 주민들이 가장 많이 민원을 제기하는 도로소음으로 꼽힌다. 승용차에서 발생하는 소음보다 오토바이 소음이 유독 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이유는 오토바이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배기구가 외부로 노출돼 있어 (차체가 배기구를 덮고 있는) 승용차에 비해 더욱 큰 소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도로소음 분야의 한 전문가는 “자동차의 주행 소음이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110데시벨(㏈A) 정도라면, 오토바이는 주행소음을 뺀 배기구와 엔진 소음만 측정해도 이와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오토바이 주행 중 발생하는 바퀴 마찰소음이 더해져, 주택가 주변에서 울리는 소음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된다.

최근에는 1인 가구 증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겹치면서 음식배달 서비스 이용도 늘어나는 추세라 주택가 주민들이 오토바이 소음에 노출되는 빈도가 더 많아졌다. 실제로 통계청이 이달 3일 발표한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음식서비스(배달)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77.5%(5,767억원)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소음방지장치(소음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배기구를 불법 개조한 뒤 주행하는 오토바이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요 간선도로 및 주택가 이면도로를 단속한 결과 소음기를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가 140대에 달했다. 방음시설이 잘 갖춰진 주택가라도, 불법개조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굉음에 속수무책인 이유는 주파수의 영향도 있다. 정일록 한국환경피해예방협회 고문은 “배기구 개조 시 발생하는 소음은 100㎐ 이상의 고주파인데, 사람의 귀는 고주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토바이 소음 규제를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소음 최대 허용치를 현재 105㏈A에서 95㏈A 정도로 낮추는 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오토바이 소음기준은 우리나라에 비해 강한 편이다. 미국의 오토바이 배기소음 허용치는 1970년 이전 생산모델은 92㏈A, 1985년 이후 제작모델은 80㏈A이다.

서울시는 여름철 오토바이 소음으로 인한 시민불편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보고 자치구, 경찰과 함께 야간특별단속에 나서고 있다. 현행법상 자동차, 오토바이의 불법개조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자동차, 오토바이 구조변경은 반드시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적법하게 실시돼야 한다”며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 주요 민원발생지에서 주 1회 이상 불시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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