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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에 강의실 한번 가봐… 아예 휴학하고 반수 행렬"

입력
2020.07.08 04:30
수정
2020.07.08 10:55
12면
0 0

<중>신입생 특권 잃어버린 20학번
"아는 학우들이라곤 '랜선 동기'와 '랜선 선배'들뿐"
미팅ㆍMT? 등 상상 못해… 해외여행 꿈마저 포기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특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를 맞이 한 취업준비생, 대학신입생, 고3수험생 들은 몸과 마음의 고통이 누구보다도 큽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가만 있을 수는 없죠. 불청객 코로나19에 맞서 자신의 미래를 힘겹게 그려 나가는 모습을 들여다 봤습니다.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지난달 1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강의실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지난달 1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강의실을 소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 국립대 20학번 신입생 손영하(이하 가명ㆍ20)씨는 대학 1학기를 공부와 온라인 게임으로 보냈다. 모두 혼자서 하는 것들이다. 딱 한 번 해본 대학 외부 활동은 축구 동아리였는데,  그나마도 풋살장에서 시합 한 번, 식사 한 번이 전부였다. 강의실 구경은 해봤을까. 손씨는 “강의는 모두 온라인이었고 기말고사 때 대면시험으로 보는 과목이 있어 딱 한 번 가봤다”고 답했다.

시트콤 '논스톱'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치즈인더트랩' 등 청춘들의 대학 생활은 드라마에서 흔히 다루는 소재다. 많은 중고생들은 이를 보며 대학 생활의 로망을 품는다. 하지만 20학번에게 이런 드라마는 그저 공상 과학 영화 같은 ‘판타지 물’에 불과하다. 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게 일상은 물론 인생의 단 한 번뿐인 '신입생의 특권'마저 빼앗긴 세대다.


미팅을 하면 대역죄인이라고??


K대 김모(20)씨가 1회 참석한 대면 강의에서도 한 칸씩 자리를 띄어앉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K대 김씨 제공

K대 김모(20)씨가 1회 참석한 대면 강의에서도 한 칸씩 자리를 띄어앉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K대 김씨 제공


많은 신입생들은 대학에 첫 발을 들여놓으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으로 미팅이나 MT, 축제 등을 꼽는다. 하지만 20학번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같은 과 동기들조차 제대로 얼굴을 볼 일이 없다. 올해 고려대에 입학한 김윤지(20)씨는 "MT나 미팅은 물론이고 입학식과 새터(오리엔테이션)조차도 못 해봤다"며 "혹여 미팅은 누군가 잡아오면 주선자가 욕만 먹는다더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대 신입생인 임성택(21)씨 또한 "학교 활동이라고는 단 하나도 못 해봤다"며 "가을 축제도 기대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고려대의 경우 축소 운영 중인 도서관 내 좌석이 한 칸씩 띄워앉도록 돼 있다보니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씨는 "가까스로 도서관 출입증을 만들긴 했지만 자리가 없어 집과 카페를 오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으로 휴관과 임시 개관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의 모 대학 도서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아예 빈자리를 유지하도록 안내하는 표지판이 의자 등에 부착돼 있다. K대 장모(20)씨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으로 휴관과 임시 개관을 거듭하고 있는 서울의 모 대학 도서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아예 빈자리를 유지하도록 안내하는 표지판이 의자 등에 부착돼 있다. K대 장모(20)씨 제공


배낭여행 버킷리스트는 언감생심?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상거래가 급증하면서 택배 관련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증하고 있다고 P대 임모(21)씨는 밝혔다. 임씨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상거래가 급증하면서 택배 관련 아르바이트 자리가 급증하고 있다고 P대 임모(21)씨는 밝혔다. 임씨 제공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온 국민이 해외여행 꿈을 접고 살아가고 있지만, 누구보다 여행의 자유가 아쉬운 건 20학번이다. 여름방학이 찾아왔지만 방학 버킷 리스트에 어김없이 포함되는 배낭여행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어서다. 김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여름 방학에 배낭여행을 가는 게 꿈이었는데 포기한 지 오래"라고 했다. 

더욱 답답한 건 내년, 내후년이라고 기약이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20학번 세대는 배낭여행이라는 젊은 시절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아예 놓쳐버릴 수 있다. 

해외 배낭여행 만일까. 여름방학에 국내 여행을 가는 것조차 이들에겐 사치에 가깝다. 임씨는 "학교 동기들은 일면식도 없으니 같이 할 수 없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1박2일 정도 국내 여행을 가려 해도 주변의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랜선 동기 뿐... 반수 행렬에 동참한다 ?


반수 또는 편입을 준비 중인 20학번들의 공부 인증사진. C대 손씨 등 제공

반수 또는 편입을 준비 중인 20학번들의 공부 인증사진. C대 손씨 등 제공


20학번에게 학우란 '랜선 동기', '랜선 선배'가 전부다. 함께 밥을 먹거나 술잔을 부딪치며 정을 쌓을 기회란 처음부터 없었다. "친한 동기도, 아쉬울 새내기 추억도 없다"는 손씨는 최근 편입을 결심했다. 그는 "이번 수능을 망쳐서 원래 학부는 다니던 학교에서 마치고 대학원을 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터지고 나서 같이 놀 동기도, 학교 활동도 없으니 그냥 혼자 공부나 해서 편입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온라인 강의만 들어야 하는 현실도 이런 '반수' 행렬을 부추긴다. K대 신입생 김윤서(20)씨는 "기말고사 때 대면 시험(강의실에서 보는 시험)과 온라인 시험을 연달아 본 적이 있다"며 "대면 시험을 마치고 온라인 시험 접속을 위해 부랴부랴 인터넷 잘 되는 자리를 찾으려는데, 좋은 자리를 이미 사람들이 다 차지해서 엄청 당황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측은 등록금을 서버 구축 비용에 쓴다며 등록금 아깝다는 학생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서버는 여전히 터질 때가 많다”며 2학기에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게 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경기 한 대학 신입생인 조윤영(20)씨 역시 “온라인 강의이다 보니 대학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제대로 할 자신도 없어서 아예 휴학하고 반수를 할 예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반수 학원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대학 커뮤니티에도 반수 고민을 하는 글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20학번의 고민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김순영(47) 종로학원 이사는 7일 "강남 지역 학원의 경우 반수생 등록률이 30% 정도 늘어난 건 사실"이라며 "상위권 대학 진학을 지망하는 학생들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반수 의지를 드러내는 학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새내기 시절을 코로나19에 빼앗겨 버린 20학번, 장윤수(21)씨가 전하는 소망은 소박하기만 하다.  "그저 강의실에서 교수님 수업 듣고 동기들 만나 신나게 수다나 떨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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