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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ㆍ용산ㆍ영등포, 시끄러운데 집값 더 뛰었다

입력
2020.07.15 13: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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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편리성 우선해 소음 고려는 뒷전

교통은 부동산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새소리 들리면 집값 떨어지고 자동차 소리 들려야 집값 오른다'는 속설이 교통과 집값의 관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교통이 편리하면 대체로 집 주변이 시끄럽기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오른 동네는 도로소음이 심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서울시의 3차원 소음지도에서도 집값과 소음의 상관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주택모습. 뉴스1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와 주택모습. 뉴스1


조용한 동네는 집값도 낮은 편

한국일보가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도로소음 환경기준치 초과비율을 분석한 결과, 용산구(56.5%)와 영등포구(54.7%)는 밤 시간대 기준치(55㏈A)를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인구가 전체 주민의 절반을 넘어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꼽혔다. 서초구(47.2%)와 양천구(43.9%)도 주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소음피해에 노출됐고, 강남구(39.2%)와 강서구(36.3%)에서도 도로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많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지역의 도로소음 피해가 적지 않은데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서울 평균보다 높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이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를 통해 지난달 발표한 주택종합 매매지수를 살펴보면, 마포ㆍ용산ㆍ영등포ㆍ성동ㆍ송파구가 1~5위로 2017년 11월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고, 강동ㆍ동작ㆍ중구ㆍ강남ㆍ양천구가 뒤를 이었다. 성북구와 서초구도 서울 평균보다 상승률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 소음피해가 상대적으로 큰 지역인 용산ㆍ영등포ㆍ서초ㆍ양천ㆍ강남구가 집값도 많이 오른 것이다

반면 ‘노원ㆍ도봉ㆍ강북구(노도강)’ 등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낮은 지역에선 심각한 수준의 소음에 노출된 주민이 비교적 적었다. 서울 평균보다 낮은 폭으로 집값이 상승한 노원구와 동대문구는 주민 2~7% 정도가 소음피해에 노출됐고, 중랑구와 도봉구, 강북구는 기준치를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주민이 1% 안팎에 불과했다.

서울시에서 도로교통소음 저감대책 대표적인 지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서울시에서 도로교통소음 저감대책 대표적인 지역. 그래픽=송정근 기자

물론 예외도 있다. 부동산 가격이 네 번째로 많이 오른 성동구나 고가주택이 밀집해있는 성북구, 높은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송파구와 광진구는 소음도가 낮아 안정적인 환경과 교통편리성을 동시에 갖춘 지역으로 꼽혔다.

집값 상승폭이 가장 낮은 금천구와 관악구, 서울 평균보다 적은 폭으로 상승한 구로구는 도로소음 역시 심각했다. 구로구는 주민의 40.8%가, 금천구는 34.8%가, 관악구는 20.4%가 밤 시간대 환경치를 초과한 도로소음에 노출됐다.

쾌적성보단 교통 우선 경향... 소음은 감수

얼핏 보기에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시끄러운 동네가 집값이 높은 이유는 국내 부동산 시장이 쾌적성보다는 편리성을 중심으로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람들이 갈수록 대도시를 중심으로 모여살기 때문에 교통 편리성이 집값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음만으로 복잡한 부동산 함수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소음이 입지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직주근접(職住近接)’ 수요가 높아지다 보니 교통이 편리하다면 소음피해는 어느 정도 감수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심 교수는 설명했다. 최근 ‘숲세권’ 등 쾌적한 주변 환경을 광고하는 주거지가 늘고 있지만, 이 역시 교통이 편리한 지역과의 근접성이 전제된 경우가 많다.

밤 시간대 서울시내에서 소음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이촌동 강변북로 부근이다. 사진은 한국일보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아파트 주변의 소음을 측정해 한강에 반영으로 나타낸 모습. 노란색은 30~40㏈A, 연두색은 40~50㏈A, 파란색은 50~60㏈A, 보라색은 60~70㏈A의 소음도를 의미한다. 류효진 기자

밤 시간대 서울시내에서 소음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고층아파트가 밀집한 이촌동 강변북로 부근이다. 사진은 한국일보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아파트 주변의 소음을 측정해 한강에 반영으로 나타낸 모습. 노란색은 30~40㏈A, 연두색은 40~50㏈A, 파란색은 50~60㏈A, 보라색은 60~70㏈A의 소음도를 의미한다. 류효진 기자

실제로 한국 사람들은 집을 고를 때 교통을 기준으로 아파트 입지를 우선적으로 정한 뒤 조용한 환경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소음에 따른 주거가치의 하락은 지역단위보다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두드러진다. 같은 단지 내 아파트라도 도로변으로 향한 동은 조용한 동에 비해 대체로 가격이 낮다. 가격차가 동 단위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임계점을 넘을 정도의 극단적 소음이 아니라면 소음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서도 “다만 같은 단지 내에선 비교적 조용한 동을 찾게 되고, 상대적으로 소음노출이 높은 동은 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음피해를 마냥 무시하긴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8년 발간한 유럽 지역 환경소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환경오염원 중 소음공해를 가장 민감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은 단순히 일상에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신체적ㆍ정신적 영향을 동반하는 오염원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통소음 저감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서울시 전체 환경관련 민원 중 소음진동 관련 민원 비율은 77.4%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국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55㏈A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인구 비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55㏈A 초과한 소음에 노출된 인구 비율. 그래픽=송정근 기자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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