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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이라도 친생자확인소송 제한 필요… 40년 만의 판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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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이라도 친생자확인소송 제한 필요… 40년 만의 판례 변화

입력
2020.06.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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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대법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대법정에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민법상 친족이라고 무조건 친생자 관계를 따지는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되진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전 대법원 판례가 약 40년 만에 깨졌다. 경제적 혜택과 관련 있는 독립유공자의 선순위 유족 자리를 놓고 벌어진 집안의 법정 다툼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가면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8일 독립유공자 A씨의 증손자인 B씨가 "장녀 C씨는 A씨의 친생자가 아님을 확인해달라"며 낸 친생자관계 존부 확인 소송에서 각하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각하는 소송의 실익이 없거나 원고 자격이 없을 때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법원의 결정이다.

사망 이후인 2010년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A씨의 자녀로는 장남 D씨와 장녀 C씨, 차녀가 있었는데 독립유공자 선정 전 사망했다. 생존 유족은 장남 D씨의 손자이자 A씨의 증손자인 B씨와 장녀 C씨의 딸이자 A씨 손녀인 E씨, 차녀의 아들이자 A씨의 손자인 F씨가 있었다.

집안의 사달은 독립유공자 유족 중 선순위가 1명만 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관련 법 규정으로 발생했다. F씨가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순위 유족이었지만 E씨가 자신이 선순위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내 승소했다.

다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 증손자인 B씨가 E씨는 선순위 유족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C씨가 A씨의 딸이 아니라면서 결국 E씨가 A씨의 손자가 아님을 확인 받겠다며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을 냈다.

1심은 "C씨는 A씨의 딸이 아니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각하했다. B씨 주장이 맞다고 해도 B씨가 독립유공자 선순위 유족이 되진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독립유공자예우법에는 나이가 가장 많은 손자녀만 독립유공자의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될 수 있다. 맨 먼저 선순위 유족으로 등록했던 차녀의 아들이 생존해있기에 B씨가 승소해도 선순위 유족은 차녀의 아들이 된다.

B씨는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198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민법상 친족은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다고 판시했다면서 대법원이 기존 판례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 제외)로 넘겨 심리한 끝에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결론냈다. 1981년의 종전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오늘날 가족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사를 기초로 다양하게 형성되므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 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례 변경 이유를 밝혔다. 이전 판례의 핵심 근거가 된 옛 인사소송법이 1990년 12월 폐지됐고 호주제도 2005년 폐지된 반면, 2008년 가족관계등록법의 시행 등 가족제도의 법률적 사회적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 점도 부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친생자관계존부 확인 소송의 원고 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해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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