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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직접 폭파로 ‘관계 단절’ 경고 극대화 노려… 9ㆍ19 군사합의 무력화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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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직접 폭파로 ‘관계 단절’ 경고 극대화 노려… 9ㆍ19 군사합의 무력화 수순

입력
2020.06.17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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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여정 ‘말 폭탄’에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 속전속결 

 北 조선중앙방송 “쓰레기들과 묵인한 자들 죗값” 

 주도권 쐐기 위해 추가 무력 도발 가능성도 

 비무장지대 GP 복구 등 판문점 재무장 위기 

북한이 16일 오후 2시49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연기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오후 2시49분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일대가 연기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말 폭탄’으로 경고하고, 남측의 반응을 살핀 뒤, 행동으로 나서되, 추가 카드를 남겨두는 수순은 전형적인 ‘북한식 살라미 전술’이었다. 북미ㆍ남북관계 교착에 따른 불만을 표출하는 동시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추가 도발 카드로 주도권을 쥐겠다는 생각도 엿보인다.

북한은 16일 오후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연락사무소 폭파 사실을 전하며 “쓰레기(북한이탈주민 지칭)들과 이를 묵인한 자들의 죗값을 받아내야 한다는 격노한 민심에 부응하는 조치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남측을 적으로 돌리며 북한 내부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약속했던 경제난 해결을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중 국경 폐쇄까지 해야 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결국 남측을 최대한 압박하는 형태로 북한 내부 민심 이반을 잠재우겠다는 생각인 듯 하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요

‘남북관계 파국 수순을 밟는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되돌아갈 길도 남겼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같은 미국을 자극할 도발 대신 남측을 상대하는 카드만 썼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은 앞서 4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2018년 9ㆍ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했다. 13일 담화에선 연락사무소 해체에 이어 군이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따라서 향후 군사 행동을 통해 대남 도발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10년 연평도 포격과 같은 실제 무력 사용보다는 ‘보여주기식’ 도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도 이날 △비무장화된 지대 요새화 △대규모 대남전단 살포 카드만 꺼냈다.

일단 북한은 2018년 9ㆍ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했던 감시초소(GP)를 복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에 군 병력과 장비를 다시 배치하는 방식으로 6ㆍ15 선언 이전 남북 적대관계로 되돌아가는 모양새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해안포를 개방하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포사격을 하는 도발을 통해 9ㆍ19 합의 무력화에 나설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이 수 차례 “남측을 피로하게 해주겠다”고 한 만큼 주민들을 대규모로 동원해 대남전단을 살포할 수도 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NSC 상임위 긴급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착잡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NSC 상임위 긴급회의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착잡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뉴스1

문제는 북한의 노골적 대남 압박에도 정부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회의 후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힌 상태다. 북한의 실제 도발 시 맞대응을 하겠다는 의미여서 국지적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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