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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에 올인… 공수처 등 후속 작업에 성패 달려

입력
2020.05.08 04:30
수정
2020.05.08 13: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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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3년 딥러닝 분석]

취임 전엔 연금 공무원 개혁도 강조

재벌 개혁 언급 횟수는 갈수록 줄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특별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관련 특별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개혁을 중시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기존의 것을 보완하거나 무너뜨리는 건 정권 창출 명분이자 존재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혁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로 해당 정부를 정의하는 건 당연한 흐름이다. 집권 3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살펴보면 개혁의 방점은 단연 검찰에 찍혀 있었다.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법개혁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던 것과 궤를 같이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의 국회 통과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남은 임기 2년은 검찰개혁을 완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미완의 과제

한국일보가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공개발언 183만여자를 인공지능(AI) 임베딩의 한 종류인 ‘Word2Vec’(단어 유사도를 평가해 벡터로 변환하는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 개혁과 가장 유사성이 높은 단어는 검찰로 확인됐다(유사성 0.66).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검찰을 통제하려면 법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검찰개혁의 요체인 만큼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도 개혁과 의미상 연관이 깊은 단어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개혁은 사실상 사법개혁, 더 좁게는 검찰개혁과 동의어로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권 전 연금(0.64), 조세(0.60), 공무원(0.59) 등을 포괄적으로 개혁에 포함시켰던 데서 달라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방(0.59), 규제(0.57), 공기업(0.56), 거버넌스(governanceㆍ통치ㆍ0.49) 등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노동(0.76), 연금(0.62), 세제(0.59) 등을 두루 다룬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사법개혁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검찰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곧 발신해온 만큼 개혁과 의미상 유사도가 큰 단어로 ‘요구’ ‘명령’ ‘주체’ 등이 오른 것도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의 근원은 노 전 대통령의 미완수 과제를 해결하려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으로 법조개혁 업무를 수행했지만 100% 성과를 완수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19대 의원 시절 발언에서도 검찰은 남용(0.76) 몸통(0.76) 성역(0.69) 등의 의미와 함께 쓰였다. 문 대통령은 저서를 통해 “개혁을 둘러싼 참여정부와 검찰의 대립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이라고 통탄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사법개혁과 함께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운명)는 심정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공개 발언에서 한 번도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을 연관 지어 말하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 어긋나면 조국 사태 재현될 수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이미 큰 산을 넘었다. 관련 법 통과에 따라 공수처는 처장 임명 등을 포함한 설립 준비 과정에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도 하위법령 및 관련 법령 제ㆍ개정 등 후속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에게 검찰개혁은 선택이 아닌 당위의 문제인 만큼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검찰개혁이 자리잡도록 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지나친 개혁 의지가 큰 실책을 낳을 수 있다는 건 여전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당장 7월 출범할 공수처 수장으로 누구를 앉힐지 선택이 개혁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재현될 경우 개혁 좌초는 물론 국정운영도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문 대통령은 지난해 조 전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국민적 갈등이 첨예할 때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결국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정치인에게 부여한 책임의 범위마저 좁혔다.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던 조 전 장관이 나서야지 만만치 않을 검찰의 조직적 저항을 뚫고 검찰 개혁의 첫 단추를 꿸 수 있다는 생각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내 개혁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는 강박도 경계해야 할 요소다. 이런 강박이 다시 한 번 ‘공정’이나 ‘정의’와 같은 문 대통령의 상징 키워드를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여론에 맞서기보다는 중론을 거의 따르는데 조 전 장관 임명 때는 다른 선택을 했다”며 “딱 한 번 무리수를 둔 셈인데 치른 대가는 너무 크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마무리하면 문재인 정부 상징돼

물론 검찰개혁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에 성공한다면 문재인 정부를 상징하는 유산으로 남을 수 있다. 21대 국회 다수를 여당이 차지하면서 그 가능성은 더 커졌다. 문 대통령은 당장 검찰개혁과 ‘한묶음’이라고 표현한 나머지 권력기관을 개혁하기 위한 입법에도 속도를 내길 바라고 있다. 앞서 1월 국무회의에서는 “검찰개혁 입법은 마쳤지만 권력기관 개혁 전체로 보면 아직 입법 과정이 남아 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 국가수사본부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을 과제로 열거하기도 했다.

다만 남은 2년 동안 개혁을 요하는, 또는 개혁하려고 했던 또 다른 과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당장 대선 공약집에서 검찰개혁과 함께 나란히 1, 2위에 올라있던 재벌개혁엔 정작 큰 관심을 쏟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의 공개발언에서 ‘재벌개혁’ 언급 횟수는 집권 초반 단 3차례에 그쳤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어떻게 분석했나

한국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정밀 분석해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정의하고자 했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부터 2020년 5월 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발언까지, 지난 3년간 문 대통령의 발언 1,054건을 전수 분석했다. 연설ㆍ축사ㆍ회의ㆍ대담 등을 합해 글자수는 183만4,679자에 달한다.

분석 방법으로는 인공신경망(Artificail Neural Network) 기술이 적용된 자연어 처리(임베딩) 기법 ‘워드투벡터(Word2Vec)’를 한국 언론 최초로 사용했다. 워드투벡터는 데이터에 딥러닝(Deep Learning) 기법을 적용, 말뭉치를 수학적 벡터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특정 단어가 어떤 단어들과 의미군(群)으로 묶이는지를 심층 분석하고, 단어의 맥락적 의미 등을 유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입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등록돼 있는 김대중(855건ㆍ222만6,897자)ㆍ노무현(797건ㆍ190만5,447자)ㆍ이명박(819건ㆍ197만8,145자)ㆍ박근혜(493건ㆍ96만361자) 전 대통령의 연설 등도 함께 분석했다. 집권하기 전과 후의 생각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발언 등 642건(83만2,999자)도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본보가 분석한 발언을 모두 합치면 927만1,528자에 달한다.

코딩에는 파이썬(Python)을 활용했고, 형태소 분석은 ‘은전한닢’(Mecab-ko)을 썼다. 워드투백 학습시 스킵그램(Skip-Gram) 모델을 적용했고, 한번에 학습할 단어 개수는 8개(window=8), 차원은 300차원(size=300)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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