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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컷으로 읽는 책] 도통 알 수 없는 ‘녹색’ 온 세상이 외치는 이유

입력
2020.03.26 14:00
수정
2020.03.26 18:4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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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초록빛을 머금은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이다. 헌데 이 네잎클로버는 어쩐지 묘하다. 클로버 잎마다 박힌 탐욕스러운 표정의 돼지, 한껏 치장한 젊은 여성, 황금빛 트로피에 똬리를 튼 뱀, 거대한 돈 다발은 불안과 공포를 자아낸다. 부와 사랑, 유희, 성공에 대한 욕망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는 녹색마저 불길하게 다가온다.

사실 초록은 원래부터 위험한 색이었다. 지금이야 안정, 중도, 자연, 건강을 대표하는 색깔이지만 역사 속에선 위선과 혼돈을 상징하는 대명사였다.

탄생부터 온전치 못했다. 녹색 염료는 추출은 쉬었으나 변색이 잦았다. 이를 막고자 구리에 암모니아 증기를 추출해 섞어 만들었지만 독성이 생겼다. 이 같은 불안정성 때문에 초록은 행운을 상징하는 동시에 불운을, 행복의 색인 동시에 불행의 색으로 해석됐다.

중세시대 회화에 등장하는 악마와 악령이 보통 녹색으로 칠해진 이유다. 색깔 연구에 몰두해온 프랑스 인류학자 미셸 파스투로는 이처럼 컬러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색의 인문학(미술문화 발행)’에서 풀어낸다. “초록은 도통 알 수 없는 색이다. 그런데도 온 세상이 녹색을 외치는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기 때문 아닐까.” 정직하지 않은 초록, 소심한 파랑, 오만한 빨강, 순결한 하양, 콤플렉스 덩어리 노랑, 우아한 검정 등 색의 색다른 비밀을 들여다 보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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