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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마음까지 치료해주는 게 ‘팀 닥터’ 사명”

입력
2020.03.19 0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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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럽 맨] <1> 부산 아이파크 팀 닥터 김호준 원장

#K리그는 팬들과 접점인 선수와 지도자는 물론, 구단이 운영되는 데 없어선 안 될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아래 성장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가운데도 한 자리에 오랜 시간 머물며 K리그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원 클럽 맨’들의 삶과 보람을 전합니다.

지난 2005년부터 16년째 부산 아이파크의 팀 닥터를 맡고 있는 김호준 원장. 부산 아이파크 제공
지난 2005년부터 16년째 부산 아이파크의 팀 닥터를 맡고 있는 김호준 원장. 부산 아이파크 제공

프로구단 팀 닥터는 일이 없을 때 행복하다. 몸이 자산인 선수들이 다쳤을 때 겪는 상심이나 부상이 길어질 때 생기는 슬럼프, 최악의 경우 은퇴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지켜보자면 팀 닥터의 좌절감도 크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부상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팀 닥터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다친 선수가 가장 빨리, 제대로 나을 수 있을지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K리그1(1부리그) 부산 아이파크에서만 16년째 팀 닥터를 맡고 있는 김호준(50) 원장은 팀 닥터의 중요한 역할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바로 선수들이 다친 마음까지 치료하는 일이다. 김 원장은 18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선수들도 보통 20~30대가 안고 사는 많은 고민들을 똑같이 한다”며 “현역선수로서의 생활이 짧은 데다 부상 정도에 따라 출전을 쉬어야 하는 경우도 많기에 심리적 고통 또한 심해진다”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그 때는 다 그런 것’이란 충고는 적어도 프로선수들에겐 무책임한 얘기다. 프로선수로서의 생명은 청춘 때 다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선수들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주진 못해도 귀 기울여주고, 함께 고민할 때가 많다”며 “그만큼 선수와 의료진은 신뢰가 두터워야 하는 사이”라고 했다.

그가 부산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이안 포터필드(영국ㆍ사망) 감독 시절이던 2005년. 레지던트 시절 자신의 담당 교수인 이경태 박사(이경태정형외과의원 원장)의 길을 따르게 됐다고 한다. 김 원장은 “당시 이 박사님이 부천SK(현 제주 유나이티드) 팀 닥터를 맡고 계셨던 영향이 크다”며 “내가 전문의가 돼 부산에 터를 잡은 뒤 구단에 ‘(선수들이 다쳤을 때)서울까지 가기 부담 되면 날 찾으라’고 얘기한 게 인연이 됐다”고 했다.

2007년 결장암으로 별세한 포터필드 감독과 인연은 남다르다. 선수들의 운동을 같이 지켜보던 포터필드 감독이 김 원장에게 “우리 팀을 통틀어 선수에게 ‘뛰면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당신밖에 없다”고 얘기한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포터필드 감독의 믿음이 고마웠고, 나 또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부산 팀 닥터를 맡은 16년 동안 함께한 모든 선수들이 소중하지만, 재작년 이정협(29)의 그라운드 복귀를 도운 일은 큰 자부심으로 남는다. 당시 일본 J리그 쇼난 벨마레로 임대 이적해 뛰던 이정협은 내측 복숭아뼈 골절 부상을 입고는 현지 수술을 마다하고 부산행 비행기에 올랐다. 부산 유스팀을 거쳐 부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정협으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김 원장은 “수술 후 빨리 회복해 국내로 돌아온 이정협이 국가대표팀에 복귀하고, 팀의 승격까지 함께 일궈 참 고마웠다”고 했다. 지난달 손흥민(28ㆍ토트넘)이 오른팔 골절을 당하고 국내 경희대병원으로 넘어와 수술 받았듯, 국내 의료시스템은 선수들로부터 신뢰받고 있다.

K리그 부산 아이파크 팀 닥터 김호준 원장이 18일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2005년부터 16년째 부산 팀 닥터를 맡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제공
K리그 부산 아이파크 팀 닥터 김호준 원장이 18일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 원장은 지난 2005년부터 16년째 부산 팀 닥터를 맡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제공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2015년 겪은 팀의 K리그2(2부리그) 강등. “말 해 뭐 하느냐”며 말을 아끼던 그는 “(강등 확정 후)나 조차도 사흘 정도 밥을 못 먹었다”며 혀를 찼다. 구단은 팀의 우승 기록 격인 엠블럼 위 별 4개를 지웠고, 비로소 승격 첫 시즌인 올해 유니폼에 별을 다시 달았다.

김 원장은 “우리 전력이 100인데 다친 선수가 많아 50만 발휘되는 경우가 생기면 그 또한 가슴 아픈 일”이라며 “선수들이 최상의 전력으로 ‘부산 축구’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o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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