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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다] “게임도, 휴대폰도 OK…다만 틈새 운동은 필수”

입력
2020.02.20 07: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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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KIA ‘대투수’ 양현종과 동성중 유망주 양지민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양현종(왼쪽)이 동성중 후배 양지민에게 변화구 그립과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김지섭 기자
양현종(왼쪽)이 동성중 후배 양지민에게 변화구 그립과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김지섭 기자

국가대표 에이스 양현종(32ㆍKIA)에게 2020년은 가장 중요한 한 해다. 태극마크를 달고 1선발로 도쿄올림픽을 치러야 하고, 이번 시즌을 마친 뒤엔 메이저리그 진출도 노린다.

앞만 보고 달려온 양현종은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모교 후배 양지민(15ㆍ동성중)을 만나 잠시 추억에 젖었다. “요즘에도 운동 후 PC방에 많이 가?” “매일 들렀던 동성분식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나?” “점심시간엔 축구도 자주 했는데…” 모교를 방문한 지 오래됐다는 양현종이 오히려 후배에게 쉴새 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대선배의 질문 세례에 쑥스럽게 답하던 양지민은 “성씨도 같고 같은 왼손잡이에 같은 선배여서 더 좋아한다”면서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을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고 있어서 그런지 너무 긴장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했다. 이에 양현종은 “순해 보이는데, 그냥 (야구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구나. ‘깡다구’를 좀 키워야겠는데?”라며 웃었다.

후배가 자신을 어려워하자 양현종은 자신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서로의 간극을 좁히기 시작했다. 그는 “중학교 때는 일주일에 6일 운동하고 하루 쉬는 똑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며 “남들과 똑같이 훈련해선 안된다. 더 발전할 수 있는 본인 만의 훈련 방법이나 루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양현종과 양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김지섭 기자
양현종과 양지민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주=김지섭 기자

구체적인 설명도 곁들였다. 양현종은 “컴퓨터 게임 좋아하고 휴대폰도 평소에 많이 보지?”라면서 “나도 게임을 좋아해서 ‘하지 말라’고는 얘기 못하겠다”면서 웃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알려줬다. 그는 “놀 때 놀더라도 그냥 놀면 안 된다. 게임 할 때 발은 안 쓰니까 게임하면서 하체 튜빙(고무줄 당기기)을 하면 된다”면서 “휴대폰 볼 때는 반대쪽 손으로 튜빙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도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훈련 해야 남들보다 더 경쟁력이 생긴다”고 주문했다.

양현종은 또한“중학교 때 공을 정말 많이 갖고 놀았다”고 했다. 손에 공을 놓지 않음으로써 손 끝에서 느껴지는 공의 감각과 던지는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양현종은 “밤에 누워서도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그립을 잡아보면서 ‘다음날 훈련 때 한번 던져보자’고 상상 속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운동은 훈련뿐만 아니라,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지민도 선배의 의도가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다. 양지민은 “오늘부터라도 운동 기구를 몸에 지니고 다니겠다. 집에 있을 때도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고충도 털어놨다. 양지민은 “2학년 때까지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너무 긴장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투수’의 답변은 의외였다.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양현종은 그러면서 “‘내가 긴장을 하면 상대도 긴장 할거야. 나랑 똑같이 부담을 느낄 거야’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방법을 일러줬다. 그는 “너무 잘하려고 하면 욕심이 생기고 힘도 많이 실린다”면서 “팀원들을 믿고 ‘내 할 일만 하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중2병’을 이겨냈지만 양지민의 사춘기는 만만치 않았다고 했다. 급기야 팔이나 발목 등에 부상까지 겹쳐 더욱 힘들었다고 했다. 양현종은 “나도 중학교 2학년 때 사춘기가 왔다. 반복되는 운동이 너무 싫어서 아침에 일어날 때 일부러 엄마 들으라고 ‘아, 야구 하기 싫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럴 땐 너무 야구에 골몰하기 보단 ‘오늘은 친구들이랑 뭐하고 놀까’ ‘분식집에서 뭘 먹을까’라는 즐거운 생각으로 등교하라”라고 조언했다. 이어 “중학교 시절 친구들이 정말 중요하고 우정도 오래 가는 소중한 친구들이다. 13~14년이 지난 지금도 이 친구들을 만나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때 그 시절 얘기를 하곤 한다”면서 웃었다.

양현종이 19일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포트마이어스=연합뉴스
양현종이 19일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포트마이어스=연합뉴스

양현종은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KIA 우승 당시 마지막 순간을 책임졌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양지민은 그 양현종을 TV로 지켜보며 ‘대투수’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양현종 역시 초등학교 시절 우상이 있었다. 양현종은 “초등학교 때 본 이종범 선배가 정말 멋있었다. 이 선배를 보며 ‘이게 프로 선수구나’라는 걸 느꼈다”면서 “이제 내가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다니까 당사자로서 더 책임감이 생긴다. 성적은 물론, 평소 행동이나 말에도 더 신중하겠다”고 말했다. 선배의 굳은 다짐에 양지민도 “선배의 길을 따라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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