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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만나다] 두산 이영하 “투수는 자신감이지, 마운드 위에서 충분히 즐겨야”

입력
2020.01.23 0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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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두산 투수 이영하와 강남중 박건형

※ 어린 운동 선수들은 꿈을 먹고 자랍니다. 박찬호, 박세리, 김연아를 보고 자란 선수들이 있어 한국 스포츠는 크게 성장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여전히 스타의 발자취를 따라 걷습니다. <한국일보> 는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롤모델인 스타를 직접 만나 궁금한 것을 묻고 함께 희망을 키워가는 시리즈를 격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두산 베어스 이영하와 강남중학교 박건형이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가볍게 피칭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두산 베어스 이영하와 강남중학교 박건형이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가볍게 피칭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지난해 보여준 뒷심은 놀라웠다. 시즌 중반까지 1위에 9경기차로 뒤지던 두산은 중후반 괴력을 발휘하며 추격에 나섰고, 리그 마지막 144번째 경기에서 끝내 정규리그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내친김에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하며 3년만의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이런 ‘미라클 두산’의 중심에 영건 이영하(23)가 있었다. 이영하는 지난해 29경기에서 17승(4패)으로 다승 공동 2위에 평균자책점 3.64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두산의 정규리그 대역전 우승을 확정하던 그 순간 마운드 위에도 이영하가 있었다. 시즌 초에는 4, 5선발로 시작했지만 시즌 말미에는 리그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고,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프리미어 12에서 활약했다. 대표팀 에이스 양현종이 “차기 대표팀 우완 에이스”로 꼽은 이영하는 올해 도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이영하를 닮고 싶어하는 중학교 후배가 지난 15일 잠실구장을 찾았다. 강남중학교 좌완 에이스 박건형(16)이다. 지난해 U-15 융건백설 권역대회 MVP,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3위 등 굵직한 성적을 내며 벌써부터 전국구 좌완 에이스로 주목 받고 있다. 오는 3월엔 야구명문 서울고에 진학 예정이다. “이영하 선배가 모교에 기부한 자랑스런 유니폼을 입고 왔다”는 박건형은 미리 준비해온 질문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두산 이영하 선수와 박건형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두산 이영하 선수와 박건형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 기자.

첫 질문부터 직구가 한가운데 꽂혔다.“젊은 나이에 빨리 결혼을 결정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놀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요.”(이영하는 18일 결혼식을 올렸고, 인터뷰는 15일 진행됐다)

이영하는 이른 결혼의 이유를 ‘안정적인 생활’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야구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모습과 야구장 밖에서의 사생활 모두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프로선수는 늦은 귀가 시간 등 사생활 관리가 쉽지 않다”면서 “야구장에서 잘했건 못했건, 늦은 시간 집에 돌아갔을 때 나를 응원하고 힘을 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빨리 결정을 내려도 좋을 것 같았다”라며 웃었다.

‘벌투 논란’ 관련 질문도 나왔다. 지난해 6월 1일 수원 KT전에 선발로 나서 4이닝 동안 100개를 던지고 13실점한 장면이다. 이영하가 이미 2회까지 8점을 내줘 승부의 추가 일찍 기운 상황에서도 두산 벤치는 이영하를 마운드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영하는 “이날 전까지 성적이 좋았다. 그래서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초반에 너무 힘을 아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선발 투수라면 1회부터 전력을 다해야 좋은 팀 분위기가 끝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다”면서 “지난해 최대 고비이자 터닝포인트가 그때인 것 같다”라며 웃었다.

승부 조작 제의를 폭로한 일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영하는 2018년 4월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일거에 거절한 뒤 곧바로 구단에 통보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의 결단을 높게 평가해 5,000만원의 포상금을 수여했고, 이영하는 이를 모교 후배들과 불우이웃에게 기부했다.

“상당히 큰 금액을 제안 받았을 텐데, 그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라는 박건형의 질문에 이영하는 “애초에 돈 몇 푼 때문에 야구를 시작했던 것도 아니고 그런 실수 하나로 야구를 못하게 되면 선수로서 부끄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모교(강남중)가 훈련이 엄격하기로 유명하지 않느냐”면서 “그런 훈련 과정을 거쳐 어렵사리 프로 선수가 됐는데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는다면 허탈하지 않겠냐”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박건형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좋은 곳에 기부할 수도 있었지만, 모교 후배들에게 포상금을 돌린 이유에 대해서도 “어려운 형편 속에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면서 “이젠 내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형이 역시 나중에 네 후배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웃었다.

두산 이영하가 박건형에게 직구 그립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두산 이영하가 박건형에게 직구 그립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투수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이영하는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상대방이 절대 못 칠 거라고 생각하며 계속 던지다 보면 결국 그럴 때가 온다”며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형이 “저는 직구가 자신 있다. 최대 구속 138㎞ 정도 나온다”고 하자, 이영하는 “어린 나이에 좌완인 점을 고려하면 아주 실력이 좋다”면서 “네가 지금 야구를 잘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마운드 위에서 충분히 즐겨. 그렇다고 야구장 밖에서도 주변 사람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라는 게 아니다”라며 웃었다.

“곧 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고교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이영하는 “소속 학교가 우승도 해야 하고 개인 성적도 좋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개인 몸 관리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적 때문에 무조건 시키는 대로 던지곤 했는데 지금 와서 후회된다”면서 “건형이는 프로까지 3년 남았으니까 그 시간 동안 몸 관리 잘하고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직구 하나는 제대로 가다듬어 놓으라”고 강조했다. 이영하는 “나는 지난 시즌 직구 하나만으로 10승을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고등학생 시절 만들어놓은 직구 실력이 프로에 가면 강력한 슬라이더와 커터 등 변화구를 장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두산 이영하가 모교 후배 박건형에게 투수용 스파이크를 선물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두산 이영하가 모교 후배 박건형에게 투수용 스파이크를 선물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프로의 세계는 과연 어떨까? 이영하는 “데뷔 첫 경기 때 다리가 없어진 것처럼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첫 타자에게 홈런(2017년 5월 19일 KIA 버나디나)을 맞으면서 정신을 잃을 뻔했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충분히 잘 던졌다고 생각했던 공도 프로에서는 난타 당한다”면서 학교 때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분위기에 대해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이영하는 “건형이도 고교 진학을 앞두고 있고, 나 역시 2020시즌과 올림픽 등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중요한 한 해를 맞았다”면서 “우리 둘 다 한 뼘 더 자란 한 해를 보내자”라고 약속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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