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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영토분쟁] <60> 대통령도 입국 불가 ‘리버랜드’ 탄생 배경

입력
2019.11.22 1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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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세르비아 영토분쟁이 낳은 ‘주인 없는 땅’

체코 극우들이 국가 선포… 국제사회 승인 못 받아

발칸반도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국경분쟁 중인 다뉴브강 일대. 노란색 부분이 아무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무주지(無主地)이자 2015년 독립국으로 선포된 리버랜드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발칸반도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가 국경분쟁 중인 다뉴브강 일대. 노란색 부분이 아무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무주지(無主地)이자 2015년 독립국으로 선포된 리버랜드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2015년 4월 13일, 유럽 발칸반도 다뉴브강 연안에 작은 독립국이 선포됐다. 체코의 극우 정당 ‘자유민주당’ 당원들이 일방적으로 설립을 선포한, 면적 약 7㎢의 ‘리버랜드 자유공화국(리버랜드)’이 그것이다. 당시 리버랜드 동쪽에 위치한 세르비아와 서쪽 크로아티아는 이를 두고 ‘바보 같은 행위’라며 농담 취급했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제사회의 승인을 못 받았지만, 리버랜드는 국기와 국가(國歌)는 물론, 헌법과 자칭 대통령까지 두고 국민을 모집하고 있다. 장난같이 들리는 이 신생 독립국의 등장은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의 오랜 영토 분쟁 덕분에 가능했다.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는 수백 년간 다뉴브강을 국경으로 삼아 왔다. 다뉴브강은 독일 남부 산지에서 발원해 흑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강의 모양이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19세기에 항행의 편의를 위해 구불구불했던 다뉴브강의 수로를 변경하는 작업이 여러 차례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세르비아는 곧게 바뀐 현재의 수로를 국경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에, 크로아티아는 19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토지대장을 기준으로 국경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된 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다뉴브강 동안의 카라판자, 켄지야, 블라제비차, 콜론조시, 즈마예바치 등 최소 100㎢ 이상의 면적에 대해 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이후 세르비아가 주장하는 국경이 사실상 인정되면서, 대부분의 분쟁 지역은 세르비아가 실효 점유 중이다. 반면에 양국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작은 면적의 무주지(無主地)도 탄생했는데, 리버랜드가 선포된 시가(Siga) 지역도 그 중 하나다. 더 넓은 영토를 확보할 국경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 자국 국경 밖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땅이 탄생한 것이다.

양국은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번번이 소득 없이 끝나며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갈등은 크로아티아의 2013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두고도 불붙었다. 세르비아 역시 EU 가입을 원하고 있는데, 크로아티아가 EU 가입국이 되면 국경 분쟁을 이유로 향후 세르비아의 가입을 방해할지도 모른단 우려가 일었다. 결국 크로아티아의 EU 가입 전 분쟁 해결을 요구한 세르비아 측 입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3년 크로아티아는 EU에 가입, 분쟁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이 같은 과정에서 생긴 주인 없는 땅에 2015년 체코 자유민주당 소속의 비트 예드리티카가 국기를 꽂으면서 리버랜드가 탄생했다. 이들은 국가이념으로 ‘자유’를 내세우며 전세계 자유주의 이상가들을 모집하고 있다. 다만 영토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국경 바로 앞에 총을 가진 자유 지상주의자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크로아티아는 현재 리버랜드로의 출입을 막고 있으며 자칭 대통령 예드리티카조차 리버랜드에 들어가려다 수차례 체포되기도 했다. 예드리티카는 굴하지 않고 세계를 돌며 장관과 대사를 임명하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리버랜드를 지키고 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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