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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vs 노트북 vs 종이’…강의실 필기 문화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9.11.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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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 필기 일변도에서 태블릿 터치펜 활용, 노트북 타자까지 다양 

대학가는 바야흐로 ‘필기’ 춘추전국시대다. 같은 강의실에 앉아 같은 강의를 들어도 필기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태블릿PC와 터치펜으로 PDF 교재를 다운받아 필기하는 사람, 노트북으로 타자를 두드리는 사람, 필통 가득 색색깔 펜을 채워 와 공책에 정성스럽게 적는 사람 등. 오로지 전공책과 노트, 필기구가 대학생의 필기를 책임지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학생 한 명 한 명이 모두 본인만의 필기 비법을 가지고 있는 요즘, 그 중에서도 대학교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필기 도구 및 방법을 살펴봤다.

태블릿PC로 필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태블릿PC로 필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손글씨부터 타이핑까지 자유자재: 태블릿 PC파 

최근 대학가에서 필기도구 강자로 급부상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단연 태블릿PC다. 공과대학이나 의학대학 등 일부 단과대학에서는 태블릿PC로 필기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많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세정(24)씨 역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로 강의 내용을 필기한다. 그가 즐겨쓰는 필기 애플리케이션(앱)은 '굿노트'와 '노타빌리티'다. 강의시간이면 그는 아이패드 내 필기 앱에 들어가 잉크 색깔을 지정하고 애플펜슬로 화면에 필기한다.

손으로 직접 필기한다는 점은 종이 필기와 유사하지만, 태블릿PC를 이용하면 필기 앱에 탑재된 기능을 바탕으로 보다 다채로운 필기를 할 수 있다. 형광펜, 볼펜 없이도 다양한 색상의 잉크와 속지를 자유자재로 선택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노트 탬플릿 디자인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아 이용할 수도 있다. 때문에 직접 만든 디자인의 탬플릿이나 자신만의 필기 앱 사용 팁을 학생끼리 공유하는 것은 이제 대학 내에서 하나의 문화가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태블릿PC에 탑재된 기능을 필기에 이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강의 자료나 교재를 매번 준비해갈 필요없이 다운받은 PDF 파일에 곧바로 필기할 수 있고 터치펜으로 칠판에 적힌 그래프나 그림을 쉽게 옮겨적을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 받은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삽입할 수도 있다. 타이핑이 필요할 때는 별도의 블루투스 타자기를 구입해 이용할 수도 있으니 빠른 필기를 요할 때 임시방편으로 타이핑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재다능한 태블릿PC지만 선뜻 구매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지점도 있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이씨 역시 처음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매를 미뤘다. 그는 "가장 성능이 좋은 제품은 2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하고 터치펜 가격만 해도 10만원 전후여서 처음에는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며 "개인적으로는 구매 결과에 만족하지만 필기도구로만 사용하기에는 너무 고가, 고성능인 점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모습. 한채영 인턴기자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모습. 한채영 인턴기자

 ◇타이핑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노트북 파 

스마트폰 다음으로 대학 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전자기기는 노트북이다. 수업 도중 노트북으로 필기를 하는 학생 수도 적지 않다. 대학생 박지수(25)씨 역시 노트북으로 강의 내용을 필기하는 학생 중 한 명이다. 그가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방법은 무척 단순하다. 노트북으로 워드 프로그램을 열고, 교수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타이핑한다. 가끔 칠판에 적힌 내용 외에도 수업 중에 흘리듯 한 말을 시험에 출제하는 교수도 있기 때문에 노트북으로 모두 받아적는 것이다. PPT 슬라이드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1, @2’와 같은 식으로 쪽수를 표시하고 타이핑한다.

그는 “손으로 받아적으면 도저히 교수님의 설명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노트북으로 타이핑한다”며 “타이핑해 필기하면 손도 안 아프고, 특히나 정리해야 하는 PPT가 수백장인 수업은 노트북으로 필기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고 설명한다.

한글이나 워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타이핑하는 필기 방식의 단점은 칠판에 적힌 그래프나 그림을 빠르게 문서에 삽입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터치펜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구매해 사용하는 학생도 간혹 있다. 대학생 이윤지(23)씨는 터치펜을 이용할 수 있는 노트북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그는 "원노트 프로그램을 깔아서 자유롭게 손필기와 타이핑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태블릿PC와 비슷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태블릿PC보다 타이핑에 특화돼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물론 노트북 필기 역시 몇 가지 단점은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역시 휴대성이다. 1kg을 넘지 않는 초경량 노트북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태블릿PC나 일반 필기구에 비해 휴대하기 부담스러운 무게다. 또 배터리에 신경쓰느라 강의실마다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 타이핑 치는 소리가 주변 학생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 초기 구매 비용이 비싸 필기만을 목적으로 사기는 부담스럽다는 점 등도 꼽혔다.

공책에 필기구로 직접 필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공책에 필기구로 직접 필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Simple is the best: 종이 필기 파 

여전히 종이에 손글씨로 필기하는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태블릿PC나 노트북 필기를 거부하고 전공 교재나 공책, 제본한 프린터물을 들고 다니며 볼펜, 형광펜으로 필기한다. 종이에 손으로 필기하는 방식의 장점이라면 단연 간편함이다. 이재희(22)씨는 “아이패드나 노트북으로 필기하면 배터리나 보조 도구를 매번 챙기는 게 번거롭지만 종이에 필기하면 펜만 가지고 가도 필기할 수 있어 간편하다"며 “충전할 필요도 없고 그래프나 그림 그리는 것도 자유로워 계속 종이에 필기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기기를 샀음에도 종이 필기감을 포기할 수 없어 강의를 들을 때 꼭 종이에 필기한다는 학생도 있다. 화면에 붙여 필기하면 종이와 질감이 유사한 종이질감필름 상품도 나왔지만, 그래도 종이에 필기하는 것만 못하다는 설명이다. 대학생 한동희(21)씨는 “태블릿PC나 노트북으로 필기하면 꼭 집중력이 흐려지고 인터넷이나 다른 기능으로 딴짓하게 된다”며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해서 타이핑하거나 터치펜으로 화면에 필기하는 것보다 종이에 직접 적는 것이 필기감, 가독성 모두 좋다”고 말했다.

한채영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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