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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미세먼지 심각 땐 차량 운행 금지… 난방 온도 제한도

입력
2019.09.26 04:40
수정
2019.09.26 09: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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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미세먼지 시즌제] <중> 해외 선진국 사례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노후경유차의 서울 진입 제한 조치가 실시된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강변북로 인근에 설치된 노후 경유차 단속 폐쇄회로(CC)TV 아래로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노후경유차의 서울 진입 제한 조치가 실시된 지난 6월 7일 오전 서울 강변북로 인근에 설치된 노후 경유차 단속 폐쇄회로(CC)TV 아래로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탓만 하며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서울시가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는 시기(12월~3월)에 집중적으로 대기질 관리를 하자는 ‘미세먼지 시즌제’를 내놓은 이유다. 이제 막 서울 도심에서 공해를 유발하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막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데 비하면 상당히 과감한 정책이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재난이 된 마당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앞선다. 우리보다 먼저 고속 성장과 함께 환경 오염을 겪은 해외 도시들에선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으로 푸른 하늘을 되찾은 사례가 많다. 일년 내내 노후 경유차 통행을 제한하는 지역(LEZ)을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고, 개별 미세먼지 배출원에 따른 집중 대책도 곁들인다. 고농도 미세먼지를 겨냥해 미세먼지 시즌제를 이미 시도한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시즌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겨울철에만 반짝 고삐를 죄는 단기 조치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장기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용역을 받아 ‘대기오염 고농도 시즌제도 도입 방안(미세먼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한 최유진 서울연구원 박사는 “(그동안 안하던 규제를 하려고 하면) 시민 불편이나 사회적 갈등이 따를 수 있으니 일단 미세먼지 시즌제로 고농도 시기부터 일종의 교육ㆍ훈련을 하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며 “결국은 해외 도시처럼 겨울철뿐만이 아닌 연중 상시적인 대책으로 대기정책이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시즌제를 도입한 나라 중 눈여겨볼 만한 곳은 이탈리아다. 유럽연합 중 환경오염이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과거 제조업 육성 정책을 폈고 동시에 환경 정책이 부재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하다. 이탈리아는 2017년 미세먼지 시즌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환경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자동차, 기계, 섬유 등 산업 중심지인 북부의 에밀리아 로마냐, 롬바르디아, 피에몬테, 베네토주가 대상이다. 겨울철 대기오염이 극심한 만큼 10월부터 3월까지 유럽연합의 배출가스 기준 유로3 이하 경유차 운행을 제한하고 있다. 유럽과 한국의 배출 기준이 달라 수치만으로 정확한 기준을 판단하긴 어렵지만, 유로3은 우리나라에서 통행 제한 대상인 5등급과 비슷한 등급이다.

특히 에밀리아 로마냐주는 유로4 차량까지 통행을 막는 보다 강력한 정책을 운영한다. 어기면 최대 659유로(약 87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이로 인해 운행 제한 대상 차량은 약 300만대다. 해당 기간에 미세먼지 농도가 50㎛/㎥을 사흘 연속 넘으면 긴급 경보가 발령되고 유로5 차량까지 운행 제한이 강화된다. 주거공간의 최대 난방온도까지 19도가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시즌제 시행으로 인한 대기오염 완화 효과를 분석해 내년까지 북부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통일된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시즈제도압한 해외도시. 그래픽=송정근 기자
미세먼지 시즈제도압한 해외도시. 그래픽=송정근 기자

벨기에 브뤼셀도 강력한 미세먼지 정책을 펴고 있다. 2009년부터 11월~3월 미세먼지 농도를 4단계로 나눠 대응하는 비상계획을 운영 중이다. 1단계가 내려지면 승용차 사용을 자제하고, 실내 난방을 20도 이하로 낮춰야 한다. 24시간 관측된 초미세먼지 농도가 71㎛/㎥ 이상이면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한다. 브뤼셀 지역 내 일부 허가 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운행을 금한다. 더불어 브뤼셀은 LEZ을 연중 운영하면서 유로2 경유차의 운행을 막고 있다. 이들 차량은 하루에 35유로(약 4만6,000원)인 패스를 구입하면 연간 최대 8일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디젤차의 고향’ 독일 슈투트가르트도 10월 15일~4월 15일 동안 미세먼지 시즌제를 별도로 운영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다임러와 포르쉐 등의 공장이 모여있는 대표적인 공업도시 슈투트가르트는 바람이 불지 않는 지형 탓에 극심한 대기오염에 시달렸다. 이에 시 당국은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상이면서 바람이 불지 않는 등 대기 정체가 예상될 때 경보를 발령하고, 대중교통 할인을 제공한다. 당장 차량 통행을 줄이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려는 취지다. 버스, 기차 등 삯이 평소보다 20~35% 할인되고, 카셰어링으로 전기차를 이용하면 대여료가 50% 할인되고 주차료가 무료다. 이뿐 아니라 슈투트가르트 역시 1년 내내 LEZ을 운영하면서 유로4 이하 경유차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도 2017년부터 10월부터 3월 동안 미세먼지 시즌제(‘가을겨울 대기오염 종합관리 대응행동방안’)를 시행하면서 대기질을 특별 관리한다. 철강과 코크스 등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모인 이 지역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중국의 전국 평균 4배에 달한다. 2013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내놓은 이른바 대기 10조(‘대기오염 방지 행동 계획’)에 시즌제 효과가 더해지면서 해당 지역의 공기질이 약 40%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미세먼지 대책은 중국 특유의 일사불란함이 특징이다. 미세먼지 시즌제 역시 산란오(무허가 환경오염 유발 소규모 사업장) 기업의 신속한 퇴출과 오염 배출 기준을 넘은 화물차에 대한 엄격한 처벌 등을 포함한다.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방정부를 처벌하는 고강도 대책도 병행되고 있다. 11월~2월 정부가 설정한 대기질 기준을 지키지 못한 도시를 대상으로 당해 초미세먼지 농도를 최소 2% 줄이지 못하면 벌금을 물리고, 해당 지역 내 공장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2011년부터 11월~2월 미세먼지 시즌제를 운영한다.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목재 연소가 미세먼지 주범이다. 따라서 겨울철 초미세먼지 고농도가 예측되면 실내ㆍ외 나무장작(화목)을 사용한 연소가 금지된다. 화목 판매자들은 해당 제도를 알리는 스티커가 부착된 목재와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수분 함량 20% 이하의 화목만 팔 수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달러(약 60만원)까지 벌금을 내야 한다. 미세먼지가 문제되는 겨울철, 주요 배출원에 대한 규제를 특화해 사전에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려는 취지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했다.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주도해온 서울시가 이번에도 미세먼지 시즌제의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1985년부터 서울시 대기질을 연구한 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미세먼지가 고농도인 날만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1년 내내 노출되는 공기 질이 인체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미세먼지는 농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은 만큼 겨울철을 넘어 배출원을 줄이는 장기적인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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