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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책의 각주·지형도면… 색으로 분류해 온 것들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입력
2019.09.24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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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38 색각이상자] 이런 건 어떨까요 

서울 영등포 김안과병원에서 색각이상을 판단하는 검사책자를 활용한 검진 중이다. 오대근 기자
서울 영등포 김안과병원에서 색각이상을 판단하는 검사책자를 활용한 검진 중이다. 오대근 기자

지방선거일에 투표소에 가면 색색의 투표용지를 여러 장 받아 들게 된다. 광역단체장, 광역시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시의원 등 뽑아야 할 사람이 많으니 헷갈리지 않도록 색으로 구분을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투표용지 색상은 색각이상자들에게는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 공직선거 투표용지의 색채에 관한 연구’를 한 이은정 인제대 디자인연구소 전임연구원(정치학 박사)은 “지금 같이 색으로 투표용지를 구분하면 색각이상인 유권자가 불편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에 차이를 두거나 색각이상자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색상으로 변경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보통의 유권자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차이가 색각이상인 유권자에게는 차별이 된 셈이다.

이 연구원은 “투표용지를 만들고 선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으로 한 번만 점검했다면 달라졌을 것”이라며 “이런 공공 디자인 설계를 할 때는 유니버설 디자인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기본적인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단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공부문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정 그룹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공공시설 등을 차별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건축 일을 했던 서민재(42)씨는 “건축 대장을 보다 보면 색이 다른 선으로 종류를 구분하거나 책에서 각주 등을 글씨체가 아닌 색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색각이상자에게는 불편한 일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통표지판 등 안전과 관련된 시설물 등은 색각이상자도 구별하기 편한 색을 찾아 적용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 네이버와 공동으로 색각이상자를 위한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제작, 배포했다. 미세한 색상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색각이상자를 위해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곡선을 넣거나 명도와 채도를 조정하는 식이다. 네이버지도 지역검색을 담당하는 정민용 네이버 리더는 “소수의 (색 구분이) 불편한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추되 일반인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좋은 디자인”이라며 “지하철 노선도 개편작업은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정보를 모두가 보다 편하게 얻을 수 있게 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에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색깔 구분이 많은 지형도면 등을 색각이상자를 배려해 만들도록 하는 내용의 ‘토지이용규제법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박연선 (사)한국컬러유니버설디자인 협회장(전 홍익대 교수)은 “가능한 모든 사람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관점에서 만든 디자인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주거 및 생활환경 등에서 시각 정보를 제공할 때 활용할 컬러 유니버설디자인 가이드라인부터 만들어 곳곳에 알릴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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