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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1만2000명 미세먼지로 조기사망…“고농도 기간 배출원 줄이자”

입력
2019.09.24 04:40
수정
2019.09.24 14: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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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받는 미세먼지 시즌제] <상> 시민 건강 위험하다

서울시, 12월~내년 3월 도입 검토…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제한 확대

작년 경제적 비용 4조원 넘어… 시민들, 시즌제 도입엔 공감

[저작권 한국일보] 경찰도 마스크.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중인 경찰 병력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를 서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19-03-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경찰도 마스크.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근무중인 경찰 병력들이 마스크를 쓴 채 근무를 서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19-03-04(한국일보)

올해 3월 1~7일 한 주는 수도권 주민들에게 끔찍한 악몽이었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유입된 미세먼지가 공기 정체로 한반도에 갇히면서 세상은 온통 희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거리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로 넘쳐났다.

영원히 잿빛 하늘이 계속될 것만 같은 디스토피아적 광경이 현실화하면서야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을 옥죄어 오는 미세먼지의 무서움을 직시했다. 미세먼지는 시민 건강도 위협했다. 3월 5일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일 평균 135㎍/㎥까지 치솟았고 이날 오전 1시 1시간 평균 최대 농도는 160㎍/㎥을 찍었다. 이 기간을 포함해 3월 서울의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44.6㎍/㎥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집계한 2015년 이래 가장 높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 기간 호흡기 질환자는 7,618명으로 지난해 3월(5,904명)보다 29%가 증가했다.

3월의 극명한 사례는 미세먼지 대책의 대전환을 요구했다. 서울시가 주도하고 환경부가 가세하면서 정책 설계와 추진을 위한 기관 간 협의의 틀은 가까스로 잡아 놓은 상태. 하지만 현재의 고만고만한 대책으로는 시민들의 불안과 불편, 불만 해소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12월을 목표로 미세먼지 시즌제라는 대담하고 선제적인 정책을 내놓아 주목 받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초미세먼지월별 초과 일수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초미세먼지월별 초과 일수 송정근기자

서울시는 수송과 난방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저감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수송 부문에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서울 전역 확대 △주차요금 할증 △행정ㆍ공공기관 주차장 출입차량 2부제, 난방ㆍ발전 부문은 △시즌제 특별포인트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집중 관리 △배출기준 강화 등이 주요 대책이다.

시즌제가 도입되면 서울 전역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이 제한된다. 저감 예상 효과는 자동차 미세먼지 발생량의 16.3%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 비율은 10.6%이나,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체의 53.4%를 차지해 시급하다.

난방 부문에서는 자발적 동참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개인 회원은 직전 2년 동기간 평균 사용량 대비 난방을 20% 이상 절약하면 현금 1만원 상당인 1만마일리지를 제공하는시즌제 특별포인트를 도입한다. 비산먼지와 건설기계 오염원이 집적된 공단, 산업시설, 자원회수시설 등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관리를 강화해 배출업소 연 1~4회, 공사장 연 1~3회 점검하고 시즌제 기간 중 추가로 전수점검을 계획 중이다.

서울시는 당장 12월~내년 3월 4개월간 시즌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 4개월은 최근 10년(2009~2018년)간 초미세먼지 ‘나쁨’ 기준인 일 평균 35㎍/㎥를 초과한 날이 70일 이상 집중적으로 발생한 달로, 수도권에서도 미세먼지 ‘나쁨’ 초과 발생이 잦은 기간이다. 추위로 인해 난방 수요와 차량 통행이 많아져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아지지만 공기 대류가 활발하지 않아 미세먼지의 고농도화가 잦다는 특성이 있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학부 교수는 “미세먼지는 발생 및 생성 메커니즘이 복잡하고 다양해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전후의 하루 또는 이틀의 단기적 배출저감 조치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며 “고농도 시기에 전반적인 배출원을 줄이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서울시 환경정책과장은 “개별적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지만, 대책의 핵심인 수송과 난방 부문에서 시즌제 여론을 수렴한 결과 시민 대부분이 동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고농도 초미세먼지는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3월 “초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우리나라의 한 해 조기 사망자가 1만1,924명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협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 폐암 발생률은 9%, 뇌혈관질환 사망률은 10%, 천식 증상 악화는 29%가 늘었다.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의 유해성은 흡연을 뛰어넘는다. 2014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한 해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흡연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600만명)보다 더 건강에 위협적인 존재다.

국가 경제 면에서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결코 적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4조230억원으로 추정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 수준이다. 한국산업연구원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하면 대형소매점 판매액이 2%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우리나라가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2060년쯤 회원국 가운데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성장률 손실 비율이 0.63%로 회원국 중 가장 높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서울시의 의지와 달리 고민거리도 적잖다. 미세먼지는 시도 간 간섭 효과가 있어 비상저감조치 공동시행 권역인 서울, 인천, 경기도에서 동시에 시행한 후 전국으로 범위를 넓히는 게 효과적이다. 이런 서울시의 바람과 달리 경기와 인천의 준비 정도는 서울에 못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시만 시행하면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장영기 교수는 “시즌제 효과를 높이려면 경기와 인천이 서울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이후 전국으로 확대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시즌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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