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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김동우 “’갑툭튀’ 유명 인사 아닌, 정당에서 성장한 젊은 인재 필요”

입력
2019.09.0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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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32> 정의당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수료생 2인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김가영 정의당 여성위원회 차장과 김동우 정의당 청년당원은 정의당의 육성 프로그램인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1기 수료생이다. 이혜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김가영 정의당 여성위원회 차장과 김동우 정의당 청년당원은 정의당의 육성 프로그램인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1기 수료생이다. 이혜미 기자

“당의 육성 과정이 삶의 전환점이 됐어요.”

김가영(34) 정의당 여성위원회 차장과 김동우(29) 정의당 청년당원은 정의당의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과정을 삶에 균열을 남긴 큰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정의당이 ‘청년 노회찬’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5학기 과정으로 진행된 과정을 계기로, 김 차장은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진보정당의 당직자가 됐다. 충청지역에서 취업을 하려던 김씨는 정당 활동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했다. 선거철이면 갑자기 영입되는 외부 유명 인사가 아닌, 정당에서 길러지고, 방향성을 몸소 체득한 젊은 인재가 필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와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각각 만나 물었다.

◇이하 일문일답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김가영 정의당 여성위원회 차장= “원래 공학을 공부해서 대기업을 다녔어요. 지난해 6월에 정의당에 입당하기 전까진 완전 일반 시민이었죠. 정의당에서 일종의 육성 과정인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당직자가 되었어요. 매달 1, 2만원만 내고 당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당직자가 꼭 되고 싶었어요.”

김동우 정의당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수료생= “저는 입당한지 얼마 되지 않은 평당원인데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러다 지난해 정의당에서 예비학교 과정이 꾸려졌고, 저 역시 ‘진보정치 4.0 아카데미’를 수강하게 되었는데요. 수업 과정 중 당에 가입해야 하는 시점이 있었고, 올 1월에 당원이 됐어요. 사실 저는 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정치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 거주지도 옮겼어요. 충남도에서 취업하려고 했는데, 정당 활동을 하려고 서울에 일자리를 얻었어요.”

-쉽게 볼 수 있는 경우는 아닌데.

김가영= “청년의 정치 입문이 어려운 까닭은 구조적으로 파산하기 너무 좋은 직업이라 섣불리 도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는 대기업을 오래 다니면서 혹 출마할 가능성을 대비해 돈을 모아 두었어요. 재원을 갖췄다 보니 다른 친구들에 비해 뛰어들기 수월했던 점은 있어요. 그런데 또 동시에 ‘내가 청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만 청년이다 뿐이지 돈도 모았고, 다른 청년들처럼 불안함을 살갗으로 느끼지도 않고요. 과도기죠.”

-‘진보정치 4.0 아카데미’ 과정이 계기가 되었겠다.

김가영= “정치인의 능력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정치인에겐 말과 글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와서 보니 ‘사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패거리’라고 하면 나쁜 뉘앙스를 품고 있지만, 실제로 정치인에겐 사람을 모으는 능력이 제일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정치인에 필요한 품성이 ‘잘 대변하느냐’지만, 동시에 ‘시민들과 어떻게 같이 움직이느냐’는 고민도 아카데미 과정에서 많이 하게 됐어요.

주말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사람이 하나도 없는 여의도 거리에 나간 적이 있어요. 말이라도 걸어야 하는데 바람만 쌩쌩 부는 거예요. 지나가는 사람들도 차가운 표정으로 지나가고. ‘왜 이렇게 촌스럽게 오프라인으로 뭔갈 하려고 하지’ 라는 마음이 들던 찰나, 행인의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를 시작했어요. 촌스럽고 유치하다 생각했던 정치의 방식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거예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정말 중요하단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여의도에 청년은 왜 없을까. 능력있는 많은 청년은 왜 정치를 선택지에 두지 않을까.

김가영= “지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해보니 정치가 정말 어려워요. 저는 중간에 들어왔지만 학생 때부터 운동했던 친구들을 보면 너무 지쳐 있어서 시쳇말로 ‘쩔어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줘요. 그렇다고 해서 미래가 확실한 것도 아니잖아요. 당내에 전문자격증 가진 이를 볼 때 제일 부러워요. ‘아, 저 사람은 정치 그만두더라도 먹고 살 길이 있겠구나’ 싶거든요. 출마했다 낙선한 뒤 당직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지지율이 떨어져서 당의 규모가 작아진다고 생각하면 뭐 먹고 살아야 하나 생각부터 들어요.”

김동우= “2016년 20대 총선 때 한 여당 의원실에서 하는 캠페인 활동에 참여해 선거 운동을 어깨너머로 본 적이 있어요. 돈이 많은 정당이지만, 선거를 함께 치르는 많은 이들 식사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더라고요. 또 유권자들은 후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책이나 이력이 어떠한지를 보기보다 짧고 강렬한 인상을 보니, 돈을 많이 쓴 홍보 효과로 판단하기도 하고요. 이런 맥락에서 청년들이 직업으로서 정치인을 선택할 수 있는 풍토일지는 의문이에요. 생계 유지조차 되지 않는데, 정치에 뛰어 들었을 때 선거 비용 등 잃는 게 너무 크거든요.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저축을 하고 나이를 먹은 중년에 가까워서야 정치를 할 마음을 먹게 되고요.”

-‘진보정당 4.0 아카데미’처럼 정당의 인재 육성 과정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가영= “승자독식 소선거구제에서는 정당이 자꾸 유명인을 반짝 발탁할 수 밖에 없어요. 정당 안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출마하고 당선되어야, 당에서 오랫동안 논의해온 것을 체득한 인물이 정치를 할 수 있는데 그게 현실에서는 잘 되지 않잖아요. 정의당도 아마 그런 고민이 있지 않았을까요. 계속해서 공천 과정에서 유명인사에게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정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거예요.”

-젊은 정치의 싹을 틔우려면.

김동우= “취업준비생들이 중소기업에 잘 가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대기업에 가려는 이유는 돈도 많이 주고 복지도 잘 갖춰져 있지만 무엇보다 ‘체계’가 잡혀있다는 게 커요. 청년들이 정치에 진입하려면 겁이 좀 덜 나야 해요. 우리 정치가 그 정도의 체계를 갖추지도 않고 청년이 모이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 같아요.”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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