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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옥 지사, 1952년 이승만 암살미수 사건 연루돼 직장 잃어

입력
2019.07.02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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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르는 삼월의 노래]

이승만 대통령을 저격하는 유시태 지사의 모습(원안). 미군 방첩부대 요원이 우연히 카메라에 담았다.
이승만 대통령을 저격하는 유시태 지사의 모습(원안). 미군 방첩부대 요원이 우연히 카메라에 담았다.

1952년 발생했던 이승만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은 최양옥, 김시현 두 독립운동가의 운명을 갈랐다. 의열단으로 활동했던 김시현(1883~1966) 지사는 수 차례 체포돼 총 15년을 감옥에서 보낸 인물. 15년이라는 수감 기간도 최 지사와 같다.

최양옥 지사는 일제 대구 감옥 수감 시절 알게 된 김시현 지사를 6ㆍ25 전쟁 중에 만났다. 최 지사는 자필 수기에서 “그분이 다정하게 대하면서 나에게 이승만 대통령을 살해할 거라고 (함께하자고) 제의했다”며 “아무리 동지라도 국가에 대한 중대사인 고로 내무부에 고발했다”고 썼다. 김시현 지사는 고발 사실을 알고도 다시 최 지사에게 동조해 달라고 했다. 최 지사는 “안될 말인즉 가라”고 했고, 몇 달 후 6ㆍ25 2주년에 부산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의열단 출신 유시태(1890~1965) 지사가 이 대통령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불발돼 저격은 실패했다. 암살을 사주한 혐의로 당시 민주국민당 소속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가 체포됐다. 최 지사를 포함해 여러 명도 공범으로 붙잡혔다.

공판에서 김시현 지사가 밝힌 암살 이유는 이렇다. “이 대통령은 독재자이며 정실인사를 자행할뿐더러 민생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없다. 북한괴뢰군들은 동란 발발 6개월 전부터 전쟁준비에 분망했는데 우리 국방부와 경찰은 기밀비를 무엇에 쓰고 그렇게 어두웠는가. 동란이 발발하자 이튿날 도망가 버리고 백성들 보고는 안심하라 뱃속에도 없는 말을 하고 한강 철도까지 끊어 선량한 시민들은 남하조차 못하게 만들어놓고 사과 조차 없으니 그게 대통령이란 말인가.(중략) 그를 살해한 뒤 누구를 대통령으로 시켜도 이 대통령보다는 나을 줄 안다.” 김시현, 유시태 지사는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최 지사 등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김 지사는 “최 지사와 상의했으나 이용하기를 단념했다”고 말했다. 최 지사의 장남 최돈용씨는 “그 일로 아버지는 인천소년형무소장직을 그만둬야 했고, 미군부대 쓰레기장 치우는 일을 맡아서 쓰레기를 되팔아서 가족들이 근근이 생활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시현 지사. 그는 영화 ‘밀정’에서 공유가 연기했던 김우진의 실제 모델이다.
김시현 지사. 그는 영화 ‘밀정’에서 공유가 연기했던 김우진의 실제 모델이다.

김시현, 유시태 지사는 암살사건에 대해 “경각심을 주려고 했다”며 살해의도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으나, 진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4ㆍ19 혁명 이후 과도정부에서 출소했으나, 아직까지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지 못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김시현 지사는 2018년까지 총 4회 공적 심사를 했다”며 “미포상 사유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손자 김정일(72)씨는 “할아버지를 존경하는 분들이 여러 번 서훈 신청을 했지만, 대통령 저격사건이 유죄였기 때문에 현행법에 저촉돼 서훈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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