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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2년] “혁신성장 하려면 전통산업ㆍ기득권자 중심 사고부터 버려라”

입력
2019.05.09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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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책 전문가 제언… 최저임금 정책 놓고 “궤도 수정” “가계소득 강화 필요” 

생산ㆍ소비ㆍ투자 지표. 그래픽=강준구 기자
생산ㆍ소비ㆍ투자 지표. 그래픽=강준구 기자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세 축으로 한 경제 정책을 내세웠다. 세계적인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려면 성장-분배의 선순환, 사람중심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출범 이후 2년간 경제지표는 뒷걸음치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목표를 크게 밑돌았고, 생산ㆍ소비ㆍ투자 등 실물경기 지표도 취임 때보다 꺾였다. 정부도 이날 발표한 ‘경제부문 성과와 과제’에서 “수출과 투자 등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며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신산업 확장이 아직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8일 전윤철 전 감사원장, 김정식 연세대 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 등 10명의 경제 원로ㆍ전문가에게 문재인 정부 2년의 경제 성적과 남은 3년간 추진할 과제를 물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시장이 신뢰할 정책을 추진할 것”(김낙년 동국대 교수)과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처럼 양립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전윤철 전 감사원장)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둬 기업 투자와 일자리가 늘릴 것”(김정식 연세대 교수)을 주문했다.

소득 격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소득 격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시장이 신뢰할 정책 펼쳐라”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2년은 ‘정책 실험의 장’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기 하강 국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시장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김낙년 교수는 “정권 초반 실수했더라도 학습하고 바로잡으려는 모습을 보였다면 시장도 제자리를 찾을 거란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며 “정부가 ‘좋아질 것’이라고만 이야기하면서 시장과 기싸움만 하려 하면 정책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되려 고용 불안을 야기했다는 지적을 듣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컸다. 인상된 임금을 주로 지불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는지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은 노력은 많이 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고, 경기 하강 국면에서 시행하다 보니 성과를 측정하기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임금은 앞으로도 기업 등 민간 경제주체가 어떤 선택을 할 지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최저임금 정책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수출 둔화가 구조적인 문제라면 정책을 집중할 여지는 내수 뿐”이라며 “과거 정부에서 기업투자에 대한 충분한 실험을 했지만 낙수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가계소득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취업자 수 증가. 그래픽=강준구 기자
취업자 수 증가. 그래픽=강준구 기자

 ◇”산업 생태계 활력 높여라” 

작년말 홍남기 부총리를 중심으로 출범한 2기 경제팀은 문재인 정부의 세가지 경제정책 축 가운데 혁신성장에 더욱 힘을 싣는 듯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날도 “경제활력 제고의 핵심 키인 민간의 활력 회복에 최우선 방점을 두고 투자 활성화 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기업의 사기를 높여주고 규제를 철폐해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금 경기 상황에서는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규제를 해소하고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유인책”이라고 말했다.

기존 전통산업, 기득권자와의 갈등 해소 없이 신산업 발굴 등 혁신성장 과제를 제대로 이행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풀 도입을 두고 벌어졌던 극심한 사회적 갈등 등을 살펴볼 때 “과연 이 정부가 혁신을 주도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우석진 명지대 교수)하는 회의도 나왔다. 우석진 교수는 “정부가 타다, 우버 등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아직 기득권 중심 사고가 공고하다는 인식을 받는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의료산업 규제완화는 기득권 반발이 두려워 건드리지도 못하고, 만만한 핀테크에만 집중하는데 그마저도 시늉에 그칠 뿐”이라고 꼬집었다.

◇”적극적으로 돈 풀어라”

현 정부 들어 기준금리는 두 차례 인상돼 1.75%까지 올랐다. 정부도 지난해 국채 발행량을 줄이면서 허리띠를 조이는 정책을 썼다. 여기에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4,000억원의 초과 세수를 기록한 것도 사실상 긴축 정책”(조영철 고려대 교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활용해야 할 시기에 재정 건전성 안정에만 신경을 썼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비, 투자 등 수요 부진이 0%대 저물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른바 ‘준(準) 디플레이션’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재정지출 확대 등 가능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조영철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정책을 많이 썼는데 여기에는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뒷받침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교수도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하강으로 해외 수요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도 국채를 상환하는 등 덩달아 내수 수요까지 줄이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재정 확대의 우선순위로는 복지정책 등 사회 안정망 확충이 꼽힌다. 아이돌봄 서비스, 실업자 재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에 재정을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준경 교수는 “재정을 활용한 복지정책을 ‘낭비’라고 여기지 말고 사람에 대한 투자로 보고 적극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 =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 =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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