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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 한국 방문할까

입력
2019.04.29 19:08
수정
2019.04.29 23: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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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연” 평소 친근감… 한일관계 해결 기대감 불구 실현 미지수

일본, 오는 30일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 일왕이 18일 이세시에 있는 이세신궁을 참배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오는 30일 퇴위를 앞둔 아키히토 일왕이 18일 이세시에 있는 이세신궁을 참배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30일 퇴위하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재위 중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에 친근감을 표시해 왔다. 선왕인 히로히토(裕仁)와 달리 한국에서 그가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때문에 일왕 자리에서 내려올 경우 한국 방문 등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 빠진 한일관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는 1990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의 일본 국빈 방문 당시 “우리나라(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에 귀국 국민이 겪은 괴로움을 생각하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19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의 방문 때에도 “한반도의 여러분에게 큰 고난을 안겨준 시기가 있었다”며 “몇 해 전 이에 대해 깊은 슬픔을 표명했고 지금도 변함 없는 심정”이라고 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 방일 당시엔 “한 때 우리나라(일본)가 한반도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시기가 있었다”며 “그에 대한 깊은 슬픔은 언제나 제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고도 했다.

2011년 12월 생일 기자회견에선 “헤이안(平安) 시대 간무(桓武)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쓰여 있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공개 석상에서 일본 왕실과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다. 2005년 사이판 방문 때에는 ‘태평양한국인평화탑’에 참배했다. 일왕의 해외 방문과 일정은 일본 정부가 결정하는데 당시 참배는 정부에서 짠 스케줄에서 벗어나 예고 없이 방문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2012년 한 주간지에 “언젠가 우리(일왕 내외)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한국 정치권에선 향후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의 불씨가 된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일본 헌법은 ‘상징 천황’으로서 정치 행위를 금지한다. 일본 국민들도 국가의 상징인 일왕에 대한 사과 요구는 그 자체로 거부감이 크다. 더욱이 과거사 사죄에 부정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와 우익진영으로부터 ‘정치 행위’라는 비판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静岡)현립대 교수는 “한일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정치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만약 아키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더라도 그건 1998년 김대중ㆍ오부치 선언 때처럼 우호적인 관계일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몰자 등을 기리는 아키히토 일왕의 ‘위령 여행’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한국 방문은 필요하지만, 섣부른 한국 방문 추진은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과 아베 내각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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