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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레이와 새 시대 열린다” 열기… 국운전환 계기 삼는 아베 정부

입력
2019.04.29 18:05
수정
2019.04.29 20: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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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와 재팬, 새로운 시작] <상> 새 일왕에 기대감

도쿄 시민들이 지난 1일 번화가인 신주쿠역 광장에서 정부의 새 연호 '레이와' 발표를 대형전광판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도쿄 시민들이 지난 1일 번화가인 신주쿠역 광장에서 정부의 새 연호 '레이와' 발표를 대형전광판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다음달 1일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즉위를 앞둔 일본 열도가 본격적인 ‘레이와(令和)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현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퇴위 하루 전인 29일 도쿄(東京) 곳곳은 10일간 황금연휴를 맞아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도처에서 새 시대의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번화가인 긴자(銀座) 한복판에 있는 마쓰야 백화점 부근에는 여느 주말처럼 시민들과 관광객이 넘쳐났다. 백화점 앞에서 만난 대학생 야마다 슌스케(山田俊介ㆍ21)는 “10일 연휴 탓인지 새 시대가 열린다는 걸 체감하지는 못한다”면서도 “내일 저녁엔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친구들과 이케부쿠로(池袋)에서 하는 카운트다운 행사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 히가시교엔(東御苑)에 산책을 나온 주부 무라모토 교코(村本恭子ㆍ45)는 “새로운 시대를 편안히 맞이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며 “레이와에 담긴 뜻처럼 평화롭고 온화하면서도 밝은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상반된 분위기지만 대부분 일본인들은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다만 쇼와(昭和ㆍ1926~1989) 시대를 경험했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는 있었다. 1989년 9월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쓰러진 후 서거까지 약 3개월 간 일본엔 자숙 분위기가 전국을 뒤덮었다. ‘일왕이 위독한 상태이니 행동을 조심하자’는 국민적 캠페인이 일어났고, 연말연시에 흔히 볼 수 있는 송년회와 각종 축제 행사를 자제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TV에서는 출연자들의 화려한 복장이 사라졌고 코미디물 방영도 자제됐다. 히로히토 일왕은 1946년 ‘인간 선언’ 이전까지 현인신(現人神ㆍ인간 모습을 한 신)으로 받아들여진 만큼 엄숙한 분위기에서 왕위 교체가 진행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원(改元ㆍ연호가 바뀜)을 앞두고는 축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2016년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 일왕의 뜻에 따라 왕위 교체가 준비돼 오면서 지난해 말부터 새 시대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왔기 때문이다.

전국 대부분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선 레이와 시대 개막을 기념해 신년 초에나 볼 수 있는 각종 복주머니 상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다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 니혼바시(日本橋)점에는 높이 1m, 폭 60㎝, 무게 20㎏짜리 대형 금화 두 개가 진열됐다. 각각 현재 연호인 헤이세이(平成)와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 레이와가 크게 새겨져 있다. 마쓰야 백화점에선 반지와 시계 등에 새 연호 레이와를 각인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빵, 컵라면, 콜라, 필기구 등에도 레이와를 새긴 제품들이 등장하는 등 연호 마케팅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1일 오전 0시를 기해 연호가 바뀜에 따라 젊은이들이 모이는 시부야 교차로와 이케부쿠로에선 30일 자정 무렵부터 카운트다운 행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호텔들도 30일 저녁부터 시작해 1일 새벽을 맞이하는 웨딩 상품을 내놓고 있다. 도쿄 고토(江東)구와 오사카(大阪)시 24개 구청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1일 0시에 맞춰 혼인신고서 제출 러시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특설창구를 개설하기도 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축제 분위기 이면에는 헤이세이 시대를 매듭짓고 새 시대로 나아가려는 의도가 반영돼 있다. 패전을 경험했던 쇼와 시대와 이로 인해 주변국가에 대한 부채의식을 느꼈던 헤이세이 시대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헤이세이 시대는 전쟁을 겪지 않았지만 버블 붕괴에 따른 장기 불황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등의 자연재해 등 격변시기로 기억된다. 이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구가했던 쇼와 시대보다 침체돼 있었다.

이번에 즉위하는 나루히토는 1960년생으로 전후 세대 첫 일왕이다. 아버지인 아키히토 일왕처럼 전쟁에 대한 부채의식이 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2015년 종전 70주년 기자회견에서 ‘평화’를 11차례 언급하는 등 아키히토 일왕의 호헌(護憲)과 평화주의 행보를 이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활용, 과거와의 절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는 새 연호 발표에 이어 새 일왕 즉위, 6월 오사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10월 새 일왕 즉위 관련 해외국빈 초청 행사 등 정치ㆍ외교 행사를 ‘국운’을 바꾸는 전기로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축적해 2020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치를 한 단계 격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국내 호헌세력과 주변국과의 마찰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비원(悲願)인 평화헌법을 개정, 2020년에는 새 헌법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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