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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최선희의 ‘답답함’, 어디까지 진심이었을까

입력
2019.03.04 21:00
수정
2019.03.0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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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1일 새벽(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숙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저작권 한국일보] 1일 새벽(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숙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어머나.”

1일(현지시간) 북측 대표단의 숙소였던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마주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첫 반응은 ‘놀람’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공식 친선방문을 수행하기 위해 이날 오후 노광철 인민무력상,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과 함께 호텔 로비에서 대기 중이던 그는 기자의 인사에 화들짝 놀란 후 가슴을 진정시키는 제스처를 취했다. 취재진의 등장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최 부상이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바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같은 날 보도된(본보 2일자 1면) 대로 ‘미국과 계속 대화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약 7분간 인터뷰가 이어졌다. 북측이 종종 국제무대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경우 기습 기자회견을 연 적은 있어도 이처럼 준비된 답안지 없이 인터뷰에 응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최 부상은 이내 미국을 향해 날 선 답변을 쏟아냈지만, 당시 그의 표정은 허탈함에 가까웠다. 기자의 눈을 줄곧 응시한 채 “미국 주장이 사리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반복한 최 부상에게선 이따금 실소(失笑) 내지는 쓴웃음이 터져 나왔다. 같은 날 심야 기자회견에서 준비된 문장을 읊으며 무표정으로 일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영변 핵 시설 폐기의 대가로 2016년 이후 유엔이 결의한 5가지 대북 제재의 해제를 요구한 것이 과도한 제안이 아니라는 설명을 할 때는 그가 진심으로 답답함을 토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장의 합리성을 떠나 최소한 북측은 위장 전술이 아닌, 마음 속 깊이 ‘미측 계산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는 듯했다.

다만 “미국과의 회담을 다시 생각해봐야겠다”는 말을 꺼낼 때는 생각을 가다듬는 듯 답변 속도가 느려졌다. 북미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낮추면서도 ‘우리의 요구 사항이 해결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여지를 남겨뒀다. 이날 최 부상의 주장이 전면적인 대화 중단보다는 북측의 벼랑 끝 전술로 해석된 이유였다. 북미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4일 “북미 회담 결렬에 북측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해서 대화 판을 아예 깰 생각은 아니고 계속해서 미국 의사를 떠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부상이 당시 언론 인터뷰를 작심하고 그 자리에 섰는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전날 북미 회담 전후로 북측의 경계 태세가 급격히 이완됐다는 점에서 북측이 이미 언론을 통한 ‘여론전’을 준비했을 수 있다는 추론도 나온다. 본보 취재진이 북측 선발대가 하노이에 당도했던 24일부터 수일간 멜리아 호텔 내 북측 대표단의 동태를 관찰한 결과, 체류 초기 호텔 관계자와 베트남 공안(경찰) 등을 총동원해 경비를 강화하던 모습은 회담 후 상당 부분 누그러졌다. 26, 27일 김 위원장이 호텔을 드나들 때마다 위협적인 태세로 인근 구역 진입을 막던 것과 달리 후반부에는 “이제 그만 좀 보자”고 이동을 부탁하면서도 웃으며 아쉬움을 내비치는 북측 관계자도 있었다.

최 부상의 실제 의도를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북미 협상의 돌파구를 찾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2차 회담에서 북측 요구가 비합리적이었다 하더라도, 이것이 북측의 전략적 ‘떼쓰기’가 아닌 진의였던 한 북미는 여기서부터 다시 협상을 시도해야 해서다. 4일 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입장 차이를 정확히 확인하고 그 입장차를 좁힐 방안을 모색해달라”는 주문을 내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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