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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4명 병원감염 사망에 무죄…“이게 법이냐” 분노

입력
2019.02.27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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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재판, 위기의 사법부] <3>법 감정 외면한 판결 

대법원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신상순 선임기자
대법원 대법정 앞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신상순 선임기자

신생아 4명이 감염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전원이 무죄를 선고받은 뒤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말 이게 나라냐? 아이 네 명이 병원에서 감염으로 죽었는데, 이게 무죄라고?” 등의 항변이 대부분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판사와 법원의 리베이트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어린 목숨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 사회가 그 책임조차 물을 수 없다는 사실에, 국민들 허탈감도 컸다.

그런데도 법조계에서는 의료진의 과실과 신생아들의 사망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무죄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무죄를 내린 근거도 “의료진이 주입한 주사제가 신생아 사망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서울지역 법원의 현직 판사는 “국민들에게 욕을 먹어도 증명이 없다면 무죄를 선고하는 게 법원의 임무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에 대한 무죄 판결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부의 의식 사이에 존재하는 극명한 간극의 대표적 사례에 불과하다. 만취 상태로 군대에서 휴가 나온 윤창호씨를 숨지게 한 음주운전자가 최근 징역 6년을 선고 받자 유족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13세 미만이 피해자인 성범죄 사건의 40%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온다는 지적, 재벌가 갑질 사건에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된 사례도 국민 법 감정과 법원 판단이 괴리된 예로 꼽힌다.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이 법 감정이나 여론을 추종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문제는 법 감정과 괴리되는 판결이 사법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어난 사법농단 의혹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거나 믿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자기가 받은 재판이 잘못됐다는 등의 이유로 대법원에 접수된 법관 상대 진정ㆍ청원 건수는 2013~2016년에는 매년 1,000여건에 머물렀으나, 사법농단이 불거진 2017년 3,644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1년 간 청와대에 올라온 국민청원 가운데 법원 판결과 관련한 게시물만 해도 1만3,895건에 달한다.

법원을 포함한 법조계 역시 이런 괴리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서울 지역 법원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비난가능성이 높은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법리적으로 처벌을 할 수 없고 증명이 부실하다면 무죄를 선고하는 게 피고인의 인권을 지키는 법원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법원 안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구속 등 정치인과 연루된 정치적 사건에서 이 같은 논란이 많다는 점에 우려가 크다. 정치권이 법원 판결에 불복하는 모습을 잇달아 비춰 갈등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법원 안팎에선 나온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법 감정에 기반한 국민적 분노와 비판을 ‘법에 대한 오해와 무지’에서 오는 부당한 압력으로만 볼 게 아니라, 법원이 사법농단에 따른 국민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자극제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법률이 급변하는 사회현상을 모두 반영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국민들의 법 감정을 무시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법부 판단도 시대 흐름에 맞게 점진적으로 변한다”며 “법 감정에 기반한 비판 역시나 사회적 피드백, 또는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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