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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은 선거 중] 극우 포퓰리즘 유럽의회까지 넘보나

입력
2019.02.21 19: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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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

유럽 휩쓰는 극우 포퓰리즘, 의회선거서도 득세할 듯

중도가 항상 절반 이상이었지만 “이번엔 힘들 것”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의회를 구성하는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유럽연합(EU) 소속 27개(영국 제외) 회원국 시민들이 5년 간 EU 입법부에서 일할 일꾼을 뽑는 유럽의회 선거가 5월 23일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나흘 간 이어진다. 이번 선거는 △유럽 전역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영국의 EU 탈퇴 이후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더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질 전망이다.

유럽의회 선거가 처음 치러진 1979년에는 9개 회원국에서 410명을 선출했다. 이후 EU가입국이 차츰 늘어남에 따라 2014년 8대 선거에서는 751명이 유럽의회에 입성했다.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로 인해 오히려 의석수가 705석으로 줄어든다. 영국이 갖고 있던 73석 중 46석은 공석으로 남겨두고, 27석은 인구 대비 의석이 적은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14개 회원국에 배분된다. 단, 브렉시트가 취소되거나 발효일이 선거일 이후로 연기되면 영국 몫도 인정돼 현재와 같은 의석수로 선거가 치러진다.

의석수는 각 회원국의 인구 규모를 바탕으로 할당돼있다. 선거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진다. 각 정당이 의원 후보들에 순위를 매겨 정당명부에 기재하고, 유권자들은 정당에 투표하는 방식이다. 유권자들은 각국의 개별 정당에 투표하지만,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비슷한 이념과 성향을 가진 다른 회원국의 정당과 연합한 정치그룹을 형성해 유럽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펼친다.

유럽의회는 중도우파, 중도좌파 두 그룹이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해왔다. 지금도 중도우파 계열인 유럽국민당(EPP) 그룹이 217석으로 제1당이며, 중도좌파 계열인 유럽사회당(S&D) 그룹이 186석으로 제2당이다. 두 그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확보하고 있는데, 유럽의회 역사에서 중도진영 의석수가 절반을 넘지 못했던 적은 없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방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방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이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득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EU 극우정치의 핵심 멤버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지난해 8월 이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만나 이번 선거에서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최근 폴란드 집권 ‘법과정의당(PiS)’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를 만나 새로운 정치 그룹 형성에 관해 논의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와 더불어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산업부 장관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프랑스 때리기’ 역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뤄지는 주도권 싸움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럽통합을 주창하는 대표 인물인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공략해 반(反)유럽 성향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독일 총선에서 제3당이 된 ‘독일을위한대안(AfD)’이 독일의 EU 탈퇴를 뜻하는 ‘덱시트(Dexit)’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반유럽은 이미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기존 중도세력에 포퓰리즘 정당의 득세를 제어하고 유럽통합을 진두지휘 할만한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달 아헨 협정을 체결, EU의 축을 이루는 두 나라의 끈끈한 결속을 과시하며 포퓰리즘과 국가주의 확산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과거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했지만 최근엔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차기 리더로 꼽히는 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메르켈 총리 만한 신뢰를 쌓지 못했으며, 최근 ‘노란 조끼’ 시위 등으로 국내 문제만으로도 수세에 몰려있다. 특히 브렉시트와 유럽 난민 문제에 있어 EPP 등 중도세력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도 기존 정당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린 요소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유럽의회가 공개한 선거 예측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별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제여론조사업체 ‘칸타르 퍼블릭’이 집계한 이 자료에 따르면 중도우파 EPP는 183석, 중도좌파 S&D는 135석을 차지해 두 중도 그룹이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회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것으로 예상된 것이다.

반면 극우정당들이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예측조사 결과 ‘유로스켑틱(EU에 회의적인)’ 3개 우익 그룹은 전체의 21.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나타났다. 살비니 부통령의 동맹당, 마린 르 펜의 프랑스 국민전선 등 9개 극우정당이 참여하는 ‘유럽 민족 및 자유(ENF)’ 그룹의 예상 의석 비율은 최대 8%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가 주도한 ‘자유와 직접 민주주의의 유럽(EFDD)’은 영국독립당의 EU 이탈에도 현재보다 2개 많은 43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극우 정치그룹 ENF와 EFDD는 도합 102석을 얻어 의석 점유율 14%를 확보하게 된다.

브렉시트로 인한 여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선거에서 제3당을 차지했던 보수성향 유럽보수개혁(ECR)에선 현재 75석 중 19석을 차지하는 영국 보수당 의원들이, S&D에선 현재 186석 중 19석을 차지하는 영국 노동당 의원들이 이탈할 예정이다. 실제 예측자료에선 ECR은 51석, S&D는 135석만을 확보할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의회 측도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유럽의회는 수석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브렉시트와 유럽 전역에 불어 닥친 정치적 격변을 언급하며 이번 선거가 “의회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다만 유럽의회 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EU 및 EU 기성 정당에 대한 항의표시로 보이콧을 하는 경우도 많다. 1979년 1차 선거에서 62%에 달했던 투표율은 2014년 42.6%로 20%포인트 떨어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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