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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없다” 檢 거침없는 단죄... 수사 장기화에 역풍 우려도

입력
2018.12.25 04:40
수정
2018.12.25 09:1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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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가 된 文정부의 약속들] <3> 적폐 청산

서울중앙지검 청사.
서울중앙지검 청사.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계속 이어진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는 권력의 은밀한 그늘에 숨어 있던 각종 병폐를 양지로 끌어내, 우리 사회가 투명한 법치주의로 나아가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이 비선실세로 국정을 농단하거나(박근혜) 함부로 회삿돈을 사적으로 이용하는(이명박) 등의 폐단을 준엄한 법의 심판대로 보낸 점, 대통령보다도 더 높은 성역이었던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은밀한 거래(양승태 사법농단)에 메스를 들이댄 점에서는 국민 다수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10월 시사인이 실시한 국가기관 여론조사에서는 지난 5년간 항상 검찰을 압도했던 법원 신뢰도(올해 10점 만점에 3.42점)가 검찰(3.47점)에 따라 잡힌 점만 봐도 그렇다.

적폐청산 사건과 관련해 광범위한 수사와 관련자에 대한 무더기 기소가 이루어졌지만 무죄가 거의 나지 않았다는 점은 적폐의 실상은 물론 검찰 수사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과거 전직 대통령과 최고 기업은 국민 눈엔 건드릴 수 없는 영역으로 보였지만, 이번 검찰 수사가 이를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문무일 총장도 지난 11일 “(지금 검찰이 하고 있는) 현안 관련 수사는 민주주의를 정립해 가는 과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정부 주요 적폐청산 수사 및 사법처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문재인 정부 주요 적폐청산 수사 및 사법처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수사 성과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인식 변화로도 이어졌다. 법조계에선 “적폐 수사의 최대 수혜자는 검찰 자신”이라는 평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 수사, 대기업 수사, 사법농단 수사에서 검찰이 잇달아 성역을 깨뜨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스로가 ‘적폐’ 인상을 지우지 못하던 검찰 이미지가 상당부분 개선됐다.

이런 긍정적 평가의 이면에는 수사 장기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부작용과 검찰의 고민도 숨어 있다. 6월부터 시작된 사법농단 수사는 해를 넘길 전망이고, 전 정권 관련 수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7월 이후 반년째 이어진 기무사령부 수사에서 이재수 전 사령관이 수사 도중 목숨을 끊은 것 또한 검찰 입장에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형 사건은 통상 3개월 정도면 수사가 끝났다”며 “성과에 집착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역풍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법조계에서는 전 정권에서 벌어진 적폐들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직권남용죄가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치에 필요한 가치 중 하나가 바로 예측 가능성인데 검찰이 이번 수사로 바로 그걸 무너뜨리고 말았다”며 “(이번에 검찰이 적폐 수사에서 자주 활용한) 업무방해나 직권남용죄를 너무 넓게 쓰면 앞으로 공무원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사가 미칠 사회적 영향력까지 고려해야 하는 검찰 수뇌부는 수사 장기화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깊어질 경우 그 화살을 적폐 수사에 돌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검사장으로 재직하다 최근 퇴임한 한 변호사는 “수사 때문에 기업이 어렵다, 야당이 힘들다는 얘기는 30년 전부터 나오던 레파토리”라며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시작하면 정말로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 들어서도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의혹 규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등, 계속 진상 규명을 요청하는 ‘수사 수요’가 여전히 존재해 적폐 수사 출구가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반면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이 폭로하고 있는 현 정권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처리 방향은 적폐수사 명분과 동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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