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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문학상 최은영] “내 재능은 포기 않고 욕망한다는 것… 소설가로서 멀리 가보고 싶어”

입력
2018.11.20 04:40
수정
2018.11.20 16: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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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수상… “착한 소설이라는 평은 욕 같아, 좀더 입체적 인간 그릴 것”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는 최은영 작가. 그는 “보고 듣고 상처받은 걸 기억해내 쓴다. 쓰면서 ‘괜찮아. 너는 이런 걸 지나 왔구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으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는 최은영 작가. 그는 “보고 듣고 상처받은 걸 기억해내 쓴다. 쓰면서 ‘괜찮아. 너는 이런 걸 지나 왔구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어쩌다 제가 됐죠?”

올해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로 뽑혔다고 12일 전화로 알렸을 때, 최은영(34) 작가의 첫마디는 그랬다. “수상 취소됐다는 전화인 줄 알았어요.” 며칠 뒤 두 번째 통화에서도 그랬다. 겸손을 과장한 거였을까.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에서 만난 최 작가는 “워낙 소심해서 그렇다”고 했다. “제 말이 혹시라도 재수 없게 들릴까 걱정이 돼서요….” 문단은 그런 최 작가를 ‘맑고 착한 작가’라 부른다. “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 하지. 그리고 그럴 수도 없을 거야. (…) 넌 내게 무해한 사람이구나.” 수상작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문학동네)의 구절은 최 작가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최 작가는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줄곧 주목 받는 샛별이었다. 잔인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상처 받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주로 썼다. 그 여성들은 저도 모르게 상처 주는 사람이 되고 만다. 상처를 쉽게 씻지도 못한다. 그런 이야기를 최 작가는 섬세하고도 서늘하게 썼다. 따뜻한가 했는데 곱씹을수록 그렇지 않은 것, 최 작가 문장의 특징이다. 상처에 예민하고 공감에 목마른 젊은 독자들 사이에 ‘최은영 팬덤’이 만들어졌다. 2016년 낸 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는 12만권, 올해 낸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은 5만5,000권 팔렸다.

-심사에서 소설이 제목처럼 너무 무해하다는 평도 나왔어요. ‘착한 작가가 쓴 착한 소설’이라는 말, 어떤가요.

“많이 듣는 말이에요. 일부러 타인에게 해를 끼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소설에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슬퍼요. 굉장히 나쁜 평가니까요. 욕 같아요. 사람은 선량하기만 할 수 없잖아요. 내밀하고 부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게 소설인데, 제가 그걸 잘 못한다는 뜻이죠. 앞으로는 좀더 입체적인 인간을 그릴 거예요. 한편으로는 제 단점이자 개성을 너무 박해하지 말자는 생각도 하고요. 이제 겨우 등단 5년째이니 다른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소설이 언뜻 착해 보이지만 지독한 데가 있다, 쉽게 읽히지만 쓰는 건 굉장히 어려웠을 거다, 라는 평도 있었고요.

“마냥 순응적인 소설은 아니에요. 제가 불만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모두 화해하고 부드럽게 사는 게 미덕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아요. 분노가 있어도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있게끔, 소설 속 인물들의 입을 터주고 싶어요. 소설 쓰는 게 굉장히 힘들어요. 쓰면서 계속 회의하고 의심하느라 기운이 없어서 밥을 많이 먹게 돼요(웃음).”

-상을 받는 게 그렇게 부담스러웠나요.

“제가 너무 그러는 게 오만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노력했으니까 그걸 스스로 인정해 줘야 할 때가 온 거다 싶기도 하고요. 쉽게 써서 쉽게 묶어 낸 책이라면 덜 기뻤을 거예요. 굉장히 많이 고쳐 써요. 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저는 재능이 없거든요. 쓰는 순간마다 나는 왜 이렇게 반짝이지 못하지, 타고난 게 없지 싶어요. 선망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저기까지 꼭 가고 싶다고 다짐하곤 해요. 그런 작가와 저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교만일 수도 있지만요.”

-문학이 위기라는 말에 힘 빠지지는 않나요. 소설을 계속 쓸 건가요.

“부귀영화를 얻으려고 문학을 하는 건 아니에요. 문학이 제 인생을 바꾸거나 어떤 결과를 보장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아요.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복인 걸요. ‘쇼코의 미소’를 낼 때까지는 별의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인세가 많이 들어오면서 이른바 전업작가가 됐죠. 인세가 줄거나 하면 다른 일을 다시 같이 해야 할 거예요. 그래도 제 장래희망은 전업작가예요. 제가 가진 가능성 안에서 최대한 멀리 가보고 싶어요. 제 재능이라면 포기하지 않는 것, 계속 욕망한다는 거니까요.”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한국일보문학상 역대 수상자(작품)

1회 (1968) 한말숙 ‘신과의 약속’

2회 (1969) 방영웅 ‘달’

3회 (1970) 오유권 ‘일가의 몰락’

4회 (1971) 강용준 ‘광인일기’

5회 (1972) 이문구 ‘장한몽’

6회 (1973) 신상웅 ‘심야의 정담’

7회 (1974) 정을병 ‘병든 지구’

8회 (1975) 이청준 ‘이어도’

9회 (1976) 유현종 ‘들불’

10회 (1977) 이병주 ‘망명의 늪’

11회 (1978) 김문수 ‘육아’

12회 (1979) 김원일 ‘도요새에 관한 명상’

13회 (1980) 이동하 ‘굶주린 혼’

14회 (1981) 최일남 ‘홰치는 소리’, ‘세 고향’

15회 (1982) 윤흥길 ‘꿈꾸는 자의 나성’

16회 (1983) 김원우 ‘불면수심’

17회 (1984) 임철우 ‘아버지의 땅’

18회 (1985) 윤후명 ‘섬’

19회 (1986) 서정인 ‘달궁’

20회 (1987) 이제하 ‘광화사’

21회 (1988) 박태순 ‘밤길의 사람들’

22회 (1989) 이인성 ‘한없이 낮은 숨결’

23회 (1990) 김영현 ‘저 깊푸른 강’

24회 (1991) 하창수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

25회 (1992) 이창동 ‘녹천에는 똥이 많다’

26회 (1993)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27회 (1994) 구효서 ‘깡통따개가 있는 마을’

28회 (1995) 김인숙 ‘먼 길’

29회 (1996) 전경린 ‘염소를 모는 여자’

30회 (1997) 성석제 ‘유랑’, 윤영수 ‘착한 사람 문성현’

31회 (1998) 이혜경 ‘그집앞’

32회 (1999) 현기영 ‘지상에 숟가락 하나’

33회 (2000) 하성란 ‘기쁘다 구주 오셨네’

34회 (2001) 오수연 ‘땅 위의 영광’

35회 (2002) 은희경 ‘누가 꽃피는 봄날 리기다소나무 숲에 덫을 놓았을까’

36회 (2003) 배수아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37회 (2004) 김경욱 ‘장국영이 죽었다고?’

38회 (2005) 김애란 ‘달려라 아비’

39회 (2006) 강영숙 ‘리나’

40회 (2007) 편혜영 ‘사육장 쪽으로’

41회 (2008) 김태용 ‘풀밭 위의 돼지’

42회 (2009) 한유주 ‘막’

43회 (2010) 황정은 ‘百의 그림자’

44회 (2011) 최제훈 ‘일곱개의 고양이 눈’

45회 (2012) 권여선 ‘레가토’

46회 (2013) 손보미 ‘산책’

47회 (2014) 이기호 ‘차남들의 세계사’

48회 (2015) 전성태 ‘두 번의 자화상’

49회 (2016) 윤성희 ‘베개를 베다’

50회 (2017) 정세랑 ‘피프티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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