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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자동차 현대사] 오피러스는 왜 ‘기아차’를 숨겼을까

입력
2018.11.06 15: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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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러스. 기아차 제공
오피러스. 기아차 제공

기아자동차는 2003년 3월 1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정몽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형세단 오피러스를 공개했다. 엔터프라이즈 후속 모델로 만든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이었다.

당시 대형세단 시장은 백가쟁명의 시대였다. 에쿠스와 체어맨이 최고급 세단 시장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불발되기는 했으나 르노삼성차는 프랑스 르노의 대형세단 ‘벨사티스’를 국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GM대우도 이에 뒤질세라 대형세단 도입 방안을 고민 중이었다.

수입차 시장에선 렉서스 ES300이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국산 대형세단을 압박하던 시기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수입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형세단 모델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 정몽구 회장이 신차발표회에서 “오피러스는 해외 고급차들과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오피러스는 국내외에서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해 대형세단 자리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원형 스타일을 강조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앞세운 오피러스는 벤츠 E클래스와 재규어 S타입을 섞어 놓은 듯한 디자인으로 화제에 올랐다. BMW7 시리즈와 포르쉐 박스터의 인테리어를 담당했던 독일 블로스펠트와 제휴했다.

오피러스는 ‘안전’을 강조했다. 총개발비 1,000억원 중 77억원을 안전 관련 부문에 투자했다. 특히 시험 제작차를 229대나 만들어 충돌 테스트 등 안전을 강화하는 데 사용했다.

플래그십 세단인 만큼 당시 최첨단 편의 장비도 아낌없이 적용했다. 운전자의 자세를 기억해 버튼 하나로 세팅하는 메모리 시트, 전동식 요추 받침이 있었고, 전동식 시트조절 버튼은 벤츠처럼 도어 패널에 배치했다. AV 모니터를 뒷좌석에까지 적용하고 열선 시트는 5단계로 조절할 수 있었다. 오디오는 JBL 스피커를 사용했다.

독일 콘티넨털 테베스터에서 기술을 도입한 브레이크 잠김 방지장치(ABS), 미끄럼방지장치(TCS),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등의 첨단안전장치도 도입했다.

파워트레인은 3.0과 3.5ℓ 6기통 가솔린 엔진을 주축으로 수단 변속이 가능한 5단 자동변속기를 얹었고 후에 2.7 가솔린 엔진이 추가됐다. 판매가격은 3,000㏄ GH300 고급형 3,800만원, 고급형 하이오너 4,000만원, 최고급형 4,250만원, 3,500㏄ 최고급형 4,870만원이었다.

갖가지 편의 장비와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에 힘입어 오피러스는 대형세단 시장에서 기아차의 입지를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인 차였다. 반면, 최고급 세단의 정석이라는 뒷바퀴 굴림이 아닌 앞바퀴 굴림 방식이라는 점, 좋지 않은 연비 등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오피러스는 기아차 엠블럼을 사용하지 않았다. 기아차는 드러내지 않은 채 차 이름만 노출하는 독립 브랜드 마케팅을 시도한 것이다. 대중적 성격이 강한 기아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오피러스만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조치였다. 이후 대형 SUV인 모하비 역시 같은 방법으로 고급차임을 강조하며 별도의 엠블럼을 사용했다.

오피러스는 출시 첫해인 2003년에 2만4,766대가 생산됐고 이후 2007년까지 3만~4만 대씩 꾸준히 생산되며 팔려나갔지만, 2010년 이후 1만 대 이하로 생산량이 떨어졌고 결국 2012년 3월 단종됐다. 그해 5월 등장한 K9이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에 오른 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토다이어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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