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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합과 목숨 건 결기로 근대화 이끈 일본 사무라이들

입력
2018.08.27 18:00
수정
2018.08.27 19: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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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탐한 사무라이/이광훈 지음/포북(for book) 발행ㆍ500쪽ㆍ1만8,000원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추천한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추천한 '조선을 탐한 사무라이'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추천사

‘조선은 왜 그렇게 당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 조선과 일본의 근대사를 비교 분석한 저자는 이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조선의 개항 유적지인 강화도, 초량왜관은 물론 일본의 개항 유적지, 메이지 유신의 사적지를 수십 차례 현장 답사했습니다. 조선과 일본의 상반된 근대사에 대해 서술하며 사무라이들의 단합과 목숨을 건 헌신을 일본 근대화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최근 한국 사회의 혁신에 관한 갈망에 대해 되돌아볼 시간을 갖게 합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KB금융그룹 제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KB금융그룹 제공

1910년 한일합병 당시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과 일본 국왕이었던 메이지(明治) 천황은 1852년생 동갑내기였다. 그들이 출생한 해부터 1910년까지 대략 60년의 양국 역사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다. 서술 분량이나 밀도에 있어 보다 방점이 찍힌 쪽은 일본의 역사다. 이 시기 봉건 체제인 막부 시대에서 왕정으로 이행하는 메이지유신(1867)을 통해 근대로 진입한 일본은 주지하듯 군국주의로 치달으며 조선을 병합했다. 기자 출신으로 일본 근대사를 천착해온 저자는 청일전쟁(1894~95)부터 한일합병까지 일제의 조선 침탈이 진행되던 시기에 핵심 역할(조선공사, 조선통감 및 총독, 총리 및 외무대신)을 맡은 주요 인사 10인 가운데 8명이 야마구치(山口) 현 출신이며 이중 5명은 하기(萩)에서 나고 자란 동향인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포착해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이들 하기 출신 가운데 이토 히로부미, 야마가타 아리모토, 가쓰라 다로는 메이지 시대의 내각제 시행 29년 가운데 20년 간 번갈아 총리를 역임한 실세 중의 실세이자 조선 침탈의 주역이었다. 한일합병 주역으로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된 이토, ‘일본 육군의 교황’으로 군림한 야마가타와 그의 수하로 조선 무력 침탈을 주도한 가쓰라 등 이들 ‘조슈(막부 시대 야마구치의 지명)의 사무라이’에겐 또 다른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일본 극우사상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요시다 쇼인의 제자라는 점이다.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제자를 받아들였던 그는 당시 막부의 권세에 눌려 허수아비나 다름없던 천황을 받드는 존왕(尊王) 사상과 ‘사나이는 자기 머리를 잃을 것을 피하지 않는다’는 비장한 가르침으로 젊은 제자들을 격동시켰다. 천출이었던 이토와 야마가타 역시 쇼인의 문하에서 야망을 키웠다. 야마구치 명문가 출신으로 요시다 쇼인을 추앙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또한 쇼인의 (정신적)제자나 다름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들 조슈 번(藩ㆍ막부 시대 영주인 다이묘의 영토) 출신 사무라이와 조슈의 동맹인 사쓰마 번(현 가고시마 현) 사무라이(사이고 다카모리가 대표적 인물)들이 260년 간 일본 열도를 지배해온 에도 막부를 타도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이어 왕정 체제로 규합된 일본 지배세력이 화혼양재(和魂洋才ㆍ고유의 정신을 지키며 서양의 지식과 기술을 활용함)의 자세로 근대화를 추진하며 군국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을, 변화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일깨우는 여러 자극(병인ㆍ신미양요, 강화도조약, 청일전쟁 등)에도 둔감하게 망국의 길을 걷는 조선의 상황과 교차해 보여준다.

저자가 다방면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한, 양국 근대사의 명암을 가른 요인 중에는 의식구조도 포함된다. 그것은 일본어로 ‘마코토’라 읽는 성(誠ㆍ성실)에 대한 인식에서 뚜렷이 드러나는데, 우리에게 성실이란 최선을 다하는 ‘태도’의 문제라면 일본의 마코토란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결과’의 문제다. 저자의 비유에 따르자면 어떤 일을 ‘목숨 걸고 하겠다’고 약속했을 때 한국에선 그저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마코토 정신’의 관점에선 실패할 경우 실제 목숨을 내놓아야 비로소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 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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