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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자”…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합동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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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행복하게 살자”…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합동 영결식

입력
2020.06.20 12:41
수정
2020.06.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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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유족 100여명, 정부관계자 등 200명 참석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열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합동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마친 후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열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합동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마친 후 유가족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 꼭 기다려 줘, 그때는 같이 행복하게 오래살자.”

홀연히 떠나버린 남편에게 눈물의 편지를 쓴 아내는 “하늘나라에서 꼭 다시 만나 행복하게 오래 오래 살자”는 약속을 하며 끝내 오열했다.

큰 딸 생일날 미역국을 끓여주기 위해 ‘미역국 끓이는 법’을 저장해 둔 아빠의 휴대폰을 본 큰 딸은 “아빠의 사랑에 보답할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눈물의 편지를 읽으며 고인을 그리워하는 유족들과 달리 재단에 놓인 영정사진 속 고인들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참사로 숨진 근로자 38명의 합동영결식이 20일 오전 10시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엄수됐다. 사고발생 53일만이다. 서희청소년문화센터는 지난 4월 29일 화재 발생 직후 희생자 38명의 위패가 모셔졌던 곳이다.

이날 영결식에는 희생 근로자 유가족 100여 명과 김거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이재명 경기지사, 엄태준 이천시장을 비롯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조문인사 100여 명 등 모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결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앞뒤 좌우 1m 간격을 유지했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열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합동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를 받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열린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희생자 합동 영결식에서 유가족들이 영정과 위패를 받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을 기리는 2분간의 묵념으로 시작된 이날 영결식은 엄태준 이천시장의 조사와 이재명 경기지사, 송석준 국회의원의 추모사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나선 엄태준 이천시장은 “이번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로 생명을 우선의 가치로 지키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수방돼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됐다”며 “이번 화재를 늘 기억하며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그 교훈을 깊게 새기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새로운 시작을 위해 또 한 번 아픈 이별을 해야 한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날을 기억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촘촘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추모사를 통해 “노동자의 투쟁을 기념하는 날을 앞두고 38명의 노동자가 참으로 억울하게도 세상을 떠났다”며 “참사의 원인을 너무나 잘 알고, 최소한의 안전조치 마저 없는 열악한 환경, 법과 제도, 인력부족 등을 핑계 삼아 단속 못하는 우리 스스로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이 존중 받는 세상 사업자의 이익보다 사람 목숨이 먼저인 세상은 이제 우리의 책무이자 사명”이라며 “불법으로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의 아픔을 새기고, 제게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다 하겠다”고 말하며 영면을 기원했다.

유가족들은 엄 시장과 이 지사의 조문이 이어지는 동안 차분함 속에 지켜봤지만, 유가족 헌화가 시작되자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헌화 시간 유족들은 영정사진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고, 아이들과 함께 헌화를 마친 한 여성은 영정 사진 앞에서 부둥켜안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권 유족대표는 “누군가에게는 가족이자 아버지, 아빠, 자식이 어느 순간 갑자기 저희 곁을 떠나버렸다”며 “일어나서도 안 되고 있어서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도 어렵고, 힘든 싸움 남아 있지만 서로에게 힘이 돼 잘 버텨낼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고, 또 저희 같은 유가족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기원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 희생자 합동 영결식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영정 및 위패를 전달받은 유가족들이 영결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 희생자 합동 영결식이 엄수된 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영정 및 위패를 전달받은 유가족들이 영결식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어 유족들에게 영정과 위패가 전달됐다. 유족들은 전달받은 위패와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다시 한번 오열하며 영결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번 화재는 지난 4월 29일 오후 1시 32분께 이천시 모가면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용접 불티가 창고 벽면에 설치된 우레탄폼에 붙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로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현재 38명의 희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가운데 37명의 희생자 유족들은 시공사인 건우 등과 합의를 마쳤으며 나머지 1명은 서류절차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10명의 부상자에 대한 합의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경찰은 용접 불티로 인해 이번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한익스프레스 임직원 5명과 시공사인 건우 임직원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 등 24명을 입건했다.

이천=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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