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이 주최한 가족 운동회에서 학부모가 줄다리기를 하던 중 다쳤다면 어린이집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3단독 이보람 판사는 학부모 A씨가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보험사가 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아버지인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어린이집 가족 운동회에서 줄다리기 시합에 참여했다가 바닥에 미끄러져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 이에 A씨는 어린이집과 보험사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어린이집 측이 미끄러운 모래 운동장에서 줄다리기 대회를 열면서도 행사 진행 업체에 진행요원 배치를 요구하는 등 관련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람이 힘을 겨루는 줄다리기는 균형이 깨질 경우 많은 사람이 밀려 넘어질 수 있다”며 “경기를 주관하는 자는 연쇄적인 상해를 막도록 참가자의 간격을 유지하고, 승패가 결정되면 줄을 잡아주도록 양 팀의 중간에 진행요원을 배치해 안전을 확보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운동회는 어린이집 원장의 관리ㆍ감독 하에 이뤄진 것으로, 업무 수행 중 생긴 사고로 볼 수 있어 어린이집 보험사가 A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줄다리기 시합에서 무게중심을 잃어 미끄러지는 사고는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이므로 A씨에게도 스스로 안전을 도모할 주의의무가 있었다”며 어린이집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