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美 대법원, 이번엔 反이민정책 제동 판결…. 재선 도전에 경고 깃발
볼턴 ‘트럼프 저격’ 회고록 속속 공개… 국무부 차관보는 시위대응 항의 사임
미국 연방대법원이 18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ㆍ다카)를 폐지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다카 수혜자들이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한 때 최측근이었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그의 민낯을 드러내는 폭로를 쏟아내고 있고,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일주일 새 두 차례나 트럼프 정부의 정책기조에 일격을 가했다. 군 수뇌부와의 갈등에 이어 보수진영 내 그의 재선 저지 활동도 조직화하고 있다. 갈수록 ‘내 사람’과 지지층마저 적이 되는 양상이다.

미 CNN방송은 18일(현지시간) 연방대법원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제도(DACAㆍ다카)’ 폐지를 막은 판결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또 다른 궂은 날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이 성차별의 범위를 생물학적 남녀를 넘어 성적 지향ㆍ정체성에 따른 차별까지 확대하는 판결을 내린 지 사흘만에 또 한번 트럼프 정부의 정책기조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이 각각 5명, 4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이날 5대4로 진보적인 입장에 섰다. CNN은 “트럼프 재선캠프에 경고의 깃발을 꽂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23일로 예정된 볼턴 전 보좌관의 저서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발간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그야말로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자신의 재선을 도와달라고 요구했다는 ‘차이나 스캔들’까지 담겨 있어서다. 전체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보다 사익과 재선을 염두에 두고 모든 의사결정을 내렸다는 폭로로 가득하다. 민주당은 벌써 그의 의회 증언을 추진하고 나섰다.

정권 내부의 비판과 반발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메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국무부 입법담당 차관보는 “인종적 부정의와 흑인에 대한 대통령의 언행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신념을 크게 깎아 내렸다”며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무장 흑인 사망 항의시위 대응을 두고 균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군 투입 움직임에 대해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 등 군 수뇌부는 직접 나서 제동을 걸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총력지원을 받아야 할 공화당에서도 등을 돌리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을 주축으로 전날 출범한 슈퍼팩(super PACㆍ특별정치활동위원회)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마음이 떠난 공화당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고학력 백인층으로 구성된 ‘트럼프 반대 공화당 유권자’ 모임이 생겼고, 이달 초 부시 행정부 관료들이 만든 슈퍼팩 명칭은 ‘바이든을 위한 43 동창’이다. 심지어 전날부터 “트럼프는 중국에 이익이 될 약하고 부패한 지도자”라는 정치광고를 내보낸 보수단체 ‘링컨 프로젝트’의 핵심인물은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CNN은 “트럼프의 모든 정치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백악관 입주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고립된 모습”이라고 촌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차별 철폐 시위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 부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전통적 지지층은 물론 주변 인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