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회현동 피크닉 ‘명상’전
서울 중구 회현동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열리는 ‘명상’전에 설치된 오마 스페이스의 ‘느리게 걷기’. 피크닉 제공

#달팽이처럼 나선형 통로가 설치된 전시장에서 헤드폰을 끼고 맨발로 자갈, 흙, 산호모래, 삼베, 야자섬유 등이 깔려 있는 길을 천천히 걷는다. 걸음마다 발끝에서 다른 촉각이 느껴지고, 잔잔한 음악에 걸음이 자연스럽게 늦춰진다.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는 ‘명상’ 전시 중 신체 감각을 극대화하는 작품 ‘느리게 걷기’(오마 스페이스)다.

#서울 청담동 한국미술경영연구소 내 ‘그림 명상실’에서는 대표적인 단색화가 이우환과 김창열의 그림 두 점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는 1시간동안 아무런 방해 없이 오롯이 홀로 그림과 마주할 수 있다. 편안한 음악이 나오고, 따뜻한 차 한잔도 곁들일 수 있다.

미술관에 명상 바람이 불고 있다. 명상을 주제로 한 전시뿐 아니라 아예 명상을 위한 별도의 공간도 마련됐다. 예술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는 명상 체험을 제공하고, 작품을 시각적 자극에 그치지 않고 명상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 중구 회현동의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에서 9월 27일까지 열리는 ‘명상’전은 명상을 소재로 한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죽음에 관한 사유를 담은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의 영상 설치 작업인 ‘죽음과 함께하는 삶’(2016년)으로 시작하는 전시는 일본 미디어 아트 작가인 미야지마 타츠오의 디지털 설치 작품인 ‘다섯 개의 마주하는 원’(1992년)과 함께 서로 연결된 죽음과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이어 연필로 수없이 종이를 밀어내는 작업으로 완성된 박서보의 ‘묘법’과 젊은 작가 원오브제로(1OF0)의 설치 작업을 함께 전시해 수행을 통해 마음을 비우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 중구 회현동 피크닉에 설치된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와 마르코 바로티의 ‘숨쉬는 공간’. 양 옆에 설치된 흰색 플라스틱 시트가 호흡하듯 부풀었다가 가라앉는다. 피크닉 제공

다양한 자극을 느끼며 느리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설치하고(느리게 걷기), 네 대의 환풍기와 플라스틱 시트를 마련해 마치 폐가 호흡하듯 부풀었다가 가라앉도록 하는 과정(숨쉬는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김범상 디렉터는 “우울, 불안, 중독 등 현대인이 겪는 여러 심리적 장애들을 치유하게 하는 명상의 힘을 회화, 영상, 공간디자인 등의 예술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인간에게 잠재된 창의성을 무한히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예술과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청담동 한국미술경영연구소 내 마련된 ‘그림 명상실’에서 관객이 이우환의 작품을 감상하며 명상을 하고 있다. 아이프한국미술경영연구소 제공

미술관 내 별도의 명상 공간을 마련한 곳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강원 원주시의 뮤지엄산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에는 132㎡(약 40평)의 돔으로 만들어진 명상관이 따로 있다. 상설 명상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서울 청담동 한국미술경영연구소도 최근 연구소 안에 ‘그림 명상실’을 만들었다. 명상실에는 한국 근현대 거장의 작품부터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연구소가 선정한 작품 2점을 전시한다. 다음달부터 예약을 통해 한 시간가량 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명상을 유도하는 음악과 차도 제공한다. 김윤섭 소장은 “기존에 그림 감상은 훑고 지나가는 시각적인 자극에 머물렀다”라며 “작품을 충분히 여유를 두고 그 안에 내재된 의미와 에너지를 몸과 마음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명상을 접목한 공간이다”라고 소개했다. 기존에 눈으로 보이는 정보와 텍스트에 의존해 작품을 판단했다면 최근에는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위로와 안정을 찾으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18일 새단장을 마친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내에 요가와 명상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홀에 우고 론디노에의 작품이 걸려 있다. 국제갤러리 제공

18일 새단장을 마치고 재개관한 국제갤러리에도 미술과 운동을 접목한 웰니스 센터가 들어섰다. 내부 명상과 요가를 하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고, 해당 공간에는 박서보, 하종현, 최욱경, 문성식, 루이스 부르주아, 우고 론디노네, 줄리안 오피 등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진행한 양태오 디자이너는 “갤러리가 제공하는 그림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치 집처럼 작품이 걸린 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그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랬다”고 설명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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