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 대화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남북관계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그가 한 마디 할 때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신다. 최고지도자가 아닌 2인자가 대남 사업 관련 전권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확대되는 상황도 김정은 남매에겐 대수롭지 않은 듯하다. 김 제1부부장의 행보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봤다.

 ① 김여정, 왜 지금 등판했나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은 그를 ‘대남 사업 총괄자’ 못박은 이달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에서 공식 확인됐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남 특사을 맡았을 땐 선전선동부 소속 제1부부장이었다. 2년 만에 노동당 대남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것이다.

‘초고속 승진’은 북한식 가족 정치 덕에 가능하다. 권력 누수를 우려한 김 위원장이 주요 역할을 온통 김 제1부부장 1명에게 몰아주는 구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경희 노동당 비서도 당 국제부 부부장에 임명된 30세를 기점으로 당 경공업부장, 정책검열부장 등을 맡으며 권력을 확대해 나갔다.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운 건 ‘충격 요법’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는 2018년 남북 해빙기 이후 ‘한반도 평화의 얼굴’로 활약했다. 그런 그가 남북관계 파탄을 선언해 메시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상황을 북한이 노렸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제1부부장이 2018년 이후 남측 당국자들과 신뢰 관계를 쌓은 만큼, 관계 단절을 마음 먹은 북한 입장에선 가장 효과적 메신저”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오른쪽) 제1부부장이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4·27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모습. 판문점=연합뉴스
 ② 단순 스피커 아닌 확고한 2인자 
 

김 제1부부장은 북한의 확고한 2인자다. 최근 북한의 대남 총력전은 ‘김 제1부부장이 운을 띄우면 각 조직이 계획을 제출하고, 다시 김 제1부부장이 실행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북한 주민들은 최근 김 제1부부장의 담화를 최고지도자의 교시 받들 듯 낭독한다. 김 제1부부장의 직급이 제1부부장(차관급)이지만, 실제 권력은 부상(장관급)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김 제1부부장은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을 쏟아냈다. 남측 최고지도자를 직격하는 역할을 맡은 것 자체가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북한은 김일성 일가와 정상회담을 한 적이 있는 남측 최고지도자에 대해선 대체로 원색적 비난을 삼갔다”며 “그런 관례를 깬 장본인이 김 제1부부장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호찌민의 묘소 헌화식에 참석한 모습. AP=뉴시스
 ③ 김정은의 후계자로 보기는 이르다 

그럼에도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보기엔 이르다. 사회주의 국가에선 권력 승계 과정에서 군부 장악 여부가 핵심인데, 김 제1부부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소속으로 확인된 적이 없다. 그는 13일 “다음 대남 행동은 군대 총참모부에 넘긴다”고 말해 군사행동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군사행동의 전권은 중앙군사위 총책임자인 김정은 위원장에 있다.

김 위원장이 꾸준히 공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건강 이상설을 배척한다. 북한이 후계구도 만들기에 그다지 다급하지 않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김일성 주석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30여년이 지나고서야 인민군 최고사령관직을 넘겨줬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4개월을 기다리다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내세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이 벌써 후계 작업에 들어갔다고 보는 건 우리 식 관점”이라며 “김 제1부부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전혀 없기 때문에 후계자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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