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최우수상 김선규씨의 ‘또 한 명의 자식’
사진부문 최우수상 이현정씨의 ‘봄 타는 소녀’
제12회 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 시상식에서 사진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사회복지사 이현정(28)씨의 ‘봄 타는 소녀'. 따뜻한 봄을 맞아 산책을 가기 전 자신의 입술에도 립스틱으로 봄을 그리려는 천진스러운 노인의 모습을 담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5년 전 아내와 막내 여동생은 홀로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를 돌보는 일로 크게 다퉜다. 아내는 어머니를 자주 찾아 집안일을 살뜰히 챙겼다. “언니 지난주 엄마 챙기러 간다고 전화까지 하더니 뭘 챙긴 거에요? 엄마집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던데.” 여동생의 감정 섞인 전화에 분란이 시작됐다. 여동생은 아내가 겉과 다르게 어머니를 홀대한다고 생각했고, 아내는 시누이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사실에 속상해 눈물을 흘렸다. 감정 싸움은 앙금이 돼 두어 달 이어졌고 오해는 어머니가 처음으로 보여준 이상한 행동 때문에 풀렸다. 그것도 당신의 생일에. 생일상을 받고 난 뒤에도 어머니는 “너희들 왜 나를 굶겨?”라고 고함을 치셨다. ‘어머니가 가끔 동네 사람들을 못 알아보신다’는 마을 이장의 말도 생각났다. 어머니를 병원에 모셨고, 결과는 ‘치매’ 진단이었다.

집으로 어머니를 모셨지만 어머니는 물론 가족들도 힘들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씻기를 거부했고, 화를 내기 일쑤였다. 정신이 돌아올 때면 “내가 죽어야 하는데…”라는 죄책감을 내비쳤다. 출근 후 60이 넘은 아내 혼자 어머니를 돌보는 일은 힘에 부쳤다. 어머니와 아내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본인의 마음도 힘들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한줄기 동아줄이었다. 치매는 물론 고령으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해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돕는 제도다. 요양원이나 주야간보호센터 등에서도 보살핌을 받을 수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오는 보살핌을 받기로 했다. 그 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보호사는 어머니의 식사부터 설거지와 청소, 산책까지 도맡아 해줬다. 무엇보다 어머니 곁에서 마치 친딸처럼 감정 교류를 이어준 것이 고마웠다. 보호사는 어머니가 93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막내딸이 돼 줬다.

제12회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 수상자들이 19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제공

김선규(71)씨가 이런 내용으로 쓴 ‘또 한 명의 자식’은 19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제12회 노인장기요양보험 체험수기 및 사진 공모전 시상식’에서 수기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요양보호사 덕분에 어머니의 마지막은 평안하셨다는 김씨는 “병을 얻으면 당사자인 본인이 가장 힘들지만, 가족들의 심적 부담도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따뜻한 배려”라고 말했다.

사진부문에선 부산 해운대구 사회복지사인 이현정(38)씨의 ‘봄타는 소녀’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에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며 산책을 나가려는 할머니의 천진한 모습을 담았다.

건강보험공단과 한국일보는 유례 없는 속도의 고령화와 핵가족 시대에 노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돌봄에 대한 가족 부담을 덜어 주는 제도 취지를 알리기 위해 12회째 수기와 사진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수기와 사진분야 각각 최우수상 1편을 포함해 30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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