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정당한 대응” vs “합의금 노린 소송”
구조동물 안락사 논란을 빚은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가 지난해 1월 서울 서초구의 한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뉴스1

동물 애호가 A씨는 최근 서울서부지법이 발송한 민사소송 소장을 받았다. 지난해 1월 동물권 단체 ‘케어’의 박소연 전 대표가 후원자 몰래 유기견을 안락사 시켰다는 기사를 보고 화를 참지 못해 남긴 악성 댓글이 문제가 됐다. 박 전 대표의 대리인은 명예 훼손과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250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기사에 악성 댓글을 게시한 이들을 상대로 무더기 민ㆍ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어 논란이다.

19일 법조계와 박 전 대표 측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2,000명에 이르는 네티즌을 상대로 민ㆍ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댓글을 달며 박 전 대표를 ‘악마’에 비유하거나 욕설을 쏟아낸 이들이다. 민사소송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25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사건은 지난해 1월 케어 관계자들의 폭로로 시작됐다. 이들은 박 전 대표가 불법 사육장에서 구조했거나 유기견으로 보호 중인 개 수백 마리를 안락사 시켰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11월부터 2018년 9월까지 98마리의 개를 정당한 이유 없이 안락사 시킨 혐의로 지난해 12월 말 불구속 기소됐다.

박 전 대표는 피해를 입은 개인의 정당한 법적 대응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법적 대응을 결심한 건 네티즌과 언론이 사람을 어떻게 죽이는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들의 감정이 어땠을 지를 느꼈기 때문”이라며 “합의금을 받는다면 좋은 일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이들은 합의금을 노린 소송이라고 비판한다. 피고 중 한 명인 B씨는 “박씨 변호인에게 소를 취하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더니 ‘돈을 내야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250만원이 너무 비싸다고 하자 200만원, 150만원까지 깎아주면서 2년간 나눠서 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본인의 행동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사법시스템을 이용해 비판을 위축시키는 목적으로 비칠 수 있다”면 “합법적인 권리 행사까지 비판할 수는 없어도 다수의 사람을 찾아내 고소하는 것은 전략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무더기 고소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도 ‘개고기 반대’ 취지의 글 등에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 700여 명을 고소했고, 합의금으로 7,600여만원을 받았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대검찰청은 2015년 인터넷 악성 댓글과 관련해 합의금을 목적으로 다수인을 고소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공갈죄’ ‘부당이득죄’ 적용 등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박 전 대표 사례를 고소고발 남발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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