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착취 범죄자 아들 미국 인도 막고자
수단 안 가리는 아버지도 이해해야 하나
파렴치한 부정이 아버지란 이름 욕보여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심사 청구사건 두 번째 심문기일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요즘 세 명의 아버지 때문에 분노를 넘어 슬픔을 느낀다. 어긋난 부정(父情), 부인하는 부정, 범죄가 된 부정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첫 번째 아버지, 그는 아들을 고소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아들에게 ‘더 나은’ 판결을 받게 해 주려는 편법이다. 그 아들은 세계 최대 아동ㆍ청소년 성 착취물 유통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다. IP 추적이 불가능한 특수 프로그램 ‘다크 웹’을 사용해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회원들에게 수억 원 상당의 암호 화폐를 받고 성 착취물을 제공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미국, 영국 등 32개국 국제 공조수사로 적발됐을 때, 이 사이트에서 발견된 아동 성 착취물은 무려 25만개. 만 2세 유아부터 10세 전후 아동이 성인에게 성폭력을 당하거나 신체 피해를 입는 영상들이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범죄물이다.

이 극악한 범죄인에게 한국 법원이 내린 판결은 징역 1년6월. 미국 연방 법무부는 손씨의 출소 예정일이었던 지난 4월에 맞춰 그를 9개 혐의로 기소하고 우리 법무부에 인도를 요구했다.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그는 재구속된 상태다. 현재 법원에선 그의 미국 인도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가 16일 열린 2회 차 인도심사 심문에서 눈물로 “한국에서라면 어떤 중형도 받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나아가 그의 아버지는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아들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아들이 이 혐의로 국내에서 처벌을 받게 되면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따라 인도를 막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에서의 처벌이 두려웠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W2V의 미국인 회원들은 징역 8년1개월에 보호관찰 20년, 징역 5년에 보호관찰 5년 등의 형을 받았다. 성 착취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이 정도다. 유사한 성 착취 사이트 운영자들에겐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됐다. 물질적 손해도 떠올렸을지 모른다. 미국에서 재판을 받으려면 변호사 수임료에 체류비까지 한국과는 비교 안 되는 비용이 따를 테다. 거기다 언어도 큰 장애물이다. 현지인처럼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면, 변론엔 미진함만 남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아들의 인도를 막으려는 이 아버지의 노력은 과연 정당한가. 관련 기사를 보고 한동안 말문이 막힌 이유다. 셀 수 없는 피해 아동ㆍ청소년들의 피눈물과 고통은 그 아버지에겐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닌가. 일단 내 자식부터 살리고 보자는 뻔뻔한 부정도, 아버지의 마음이니 이해해야 하는가.

두 번째 아버지는 36년 만에 바다를 건너온 딸에게 얼굴조차 제대로 보여 주지 않은 자다. 카라 보스(39세로 추정ㆍ한국명 강미숙)씨는 해외 입양인 중 최초로 친자 인정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친아버지는 그를 외면했다. 미숙씨가 친부를 찾고자 한 이유는 하나, 친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서였다. 단서를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친부는 “모른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나타나 딸에게 얼굴조차 보여 주지 않았다. 두 번 버려진 기분이었을 딸의 심정이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나에게 딸은 (너를 뺀) 셋뿐”이라는 파렴치한 부정에 기가 찬다.

경남 창녕에서 의붓딸에게 고문에 가까운 상습 학대를 한 혐의로 구속된 아버지는 말해 무엇할까. 그는 그런데도 “친딸로 생각하고 아직도 사랑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가 입으로 놀리는 사랑은 딸의 손가락을 달궈진 프라이팬에 지지고, 쇠사슬 목줄에다 자물쇠까지 채운 뒤 베란다에서 재우는 것이었다. 아홉 살 난 딸은 맨발로 4층 빌라의 난간을 타고 탈출해야 했다. 목숨을 걸지 않았다면, 가혹 행위에 결국 영혼이 살해됐을지 모른다.

‘아버지’라는 숭고한 이름을 그들은 그렇게 더럽혔다. 인면수심의 그들에게서 우리가 받을 교훈은 하나뿐일 거다. 저런 아버지는 되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 말이다.

김지은 논설위원 luna@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