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사진작가 닉 브랜튼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나트론 호수에서 촬영한 홍학의 사체. 고농도 탄산수소소듐이 함유된 호수물은 극도로 알칼리성을 띄어 홍학의 사체가 마치 미라와 같이 그대로 말라비틀어졌다. Nick Brandt 홈페이지

호수 한가운데 홍학 한 마리가 떠 있는 사진이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이상한 점이 없는데, 가까이서 보면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홍학은 이미 말라비틀어져 죽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주변을 보니 그런 죽은 동물들이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살아있던 때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호수는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 죽은 동물이 쏟아낸 핏빛처럼 붉은 호수. 과연 호수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영국의 사진작가 닉 브랜트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나트론 호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동물의 사체는 그리 긴 시간 동안 남아 있지 못합니다. 하이에나 또는 대머리독수리의 먹이가 되어 사체가 완전히 훼손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호수에서는 유독 사체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호수의 어떤 성분 때문이며, 이로 인해 다른 동물이 접근하지 못하고 그래서 특별한 생명체만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분은 탄산수소소듐(NaHCO3ㆍ탄산수소나트륨)입니다. 이것의 농도가 너무 높아 호수는 극도의 알카리성을 띄게 된 것이며, 사체가 미라처럼 말라 비틀어지지만 훼손되지 않는 것은 분해할 미생물조차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호수의 고농도 탄산수소소듐은 몇 종류의 생물에게만 접근을 허용합니다. 즉, 고농도의 탄산수소소듐을 이길 수 있는 자만이 이 넓은 호수를 차지하는 것이죠. 그렇게 이 호수를 차지한 생물은 붉은색을 띤 고세균, 할로아케아(haloarchaea)입니다.

나트론 호수를 공중에서 본 풍경. 알칼리성에 강한 고균인 할로아케아의 붉은 색소(카로티노이드) 때문에 호수의 색은 핏빛을 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사물을 기억하기 위해서 분류를 해왔습니다. 생존을 위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분자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생물의 구분은 겉모양뿐만 아니라 유전물질인 DNA의 서열을 가지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게다가 미생물의 분류도 가능해졌습니다. 미생물은 늘 인간과 함께 있었으며 그 실체는 현미경이 발달하면서 확인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진핵생물(eukaryote)과 원핵생물(prokaryote)입니다. 진핵생물의 ‘Eu’라는 것은 ‘진짜’ 또는 ‘실체’라는 뜻이며, 원핵생물의 ‘karyote’는 ‘핵(nucleus)’이라고 합니다. ‘Pro’는 ‘전’이라는 뜻이므로 진핵생물은 ‘진짜 핵을 가진 생물’이고, 원핵생물은 ‘아직 핵을 갖지 못한 생물’이라는 뜻입니다. 눈치를 채셨을지 모르지만 동물, 식물, 곰팡이의 세포는 핵을 가지고 있어 진핵생물이고, 세균과 고세균은 핵이 없고 세포 내부에 DNA가 산재해있어 핵을 이루지 못하니 원핵생물입니다. 다시 세균과 고세균은 1997년까지 하나의 원핵생물로 일컬어졌지만, 지금은 DNA의 상당한 차이로 인해 유박테리아(Eubacteria)와 아케아(Archaea)로 나뉘게 됐습니다. 유박테리아를 세균이라 하고 아케아를 고세균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그리고 현재 고세균은 우리나라에서 고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고균 중에서 고농도의 염분을 좋아하는 고균을 할로아케아라고 부릅니다. 할로아케아의 ‘halo’는 그리스어 ‘sal’에서 유래됐으며 ‘짜다’라는 뜻입니다. 즉, 짠 것을 좋아하는 고균이란 뜻이죠. 그런데 얼마나 짠 것을 좋아하길래 할로아케아일까요.

우리는 바닷물을 마실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마실 수는 있지만 많이 마시면 바닷물에 섞인 염분 농도가 높아 더한 갈증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 체액의 염분 농도는 0.85%이지만 바닷물은 그보다 4배나 높은 3.5%입니다. 우리는 눈물이 짜다고 하지만 바닷물은 이보다 훨씬 짜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할로아케아에게 이 바닷물은 싱겁다고 합니다. 할로아케아는 염분농도가 적어도 9%는 되어야 생장이 가능하고 20%가 되면 최적의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0% 염분 농도에서도 살 수 있는데 이 정도 염분이면 소금이 더는 물에 녹을 수 없어 석출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잘 자란 할로아케아를 5% 소금물에 넣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1~2종을 제외한 할로아케아들은 삼투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립니다. 바닷물이 짜기는 하지만 할로아케아가 살기에는 염분농도가 너무 낮습니다. 할로아케아는 고염에서 생장하기 위해 세포 안팎의 알칼리 이온 농도를 맞춥니다. 그래서 염분농도가 세포 안보다 낮은 수용액에서는 수분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되고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한 세포막은 결국 터져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나트론 호수에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증발하며 수분만 빠져나가 하얀 염분만 남아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시 주제로 넘어가 나트론 호숫물은 왜 그렇게 짜고 쓰고 붉은색을 띠게 됐을까요. 그 이유는 흘러 들어온 물이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어서입니다. 물이 흘러나가지 못하면 넘칠 법도 하지만 지속적인 태양열은 수분을 증발시키고 염분의 농도는 높아지게 됩니다. 우리가 염분이라고 하면 소금을 연상하기 쉽지만 소금뿐만 아니라 탄산염, 질산염, 황산염, 인산염 등 각종 화합물을 모두 지칭합니다. 그중 소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염분이라고 하면 대부분 소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바닷물에도 소금을 포함한 다양한 화합물이 존재합니다. 모든 호수가 그렇지는 않지만 일부 호수는 극심한 증발로 인해 염분농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높아지게 되고 사해처럼 죽음의 호수가 되는 것이죠. 이러한 호수들은 세계 곳곳에 존재합니다. 나트론 호수와 미국의 솔트레이크(salt lake) 등이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나트론 호수나 솔트레이크 같은 곳이 우리나라에도 존재할까요. 물론 국내 염전에서도 할로아케아는 발견됩니다. 염전은 바닷물을 가두어 수분을 증발시켜 천일염을 얻는 곳입니다. 들어온 바닷물이 오직 증발에 의해 수분만 빠져나가고 염분은 그대로 남는 나트론 호수처럼 말이죠. 어쩌면 염전은 작은 나트론 호수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요. 다만, 나트론 호수나 솔트레이크는 육지 가운데 있고, 염전은 바닷가 근처라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한여름 염전의 온도는 50도를 웃돌기도 합니다. 그래서 할로아케아는 45도 이상환경에서도 잘 살아갑니다. 최근에 발표된 논문에는 62도에서도 생장이 가능하다고 하니 대단합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증막 같은 환경이지만 이들에게는 따뜻한 온돌방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게다가 염전에선 할로아케아는 온몸으로 자외선을 견뎌야만 합니다. 할로아케아는 자외선과 고열이라는 극한 상황을 견디기 위해 붉은 색소, 즉 다량의 카로티노이드(carotenoid)를 만들어냅니다. 카로티노이드라는 우수한 항산화제로 알려져 있는데 강한 자외선에 의한 세포의 파괴를 막기 위해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입니다. 산소 호흡을 하는 생물들은 호흡 도중 활성산소가 생겨 세포 노화를 촉진합니다. 그런데 항산화제가 있으면 활성산소를 잡아주어 세포의 노화를 막아주게 됩니다. 식물에서는 대표적인 카로티노이드인 베타카로틴(b-carotene)이나 라이코펜(lycopene)이 이 역할을 합니다. 당근을 케롯이라고 하는 이유는 베타카로틴이 많아서이고, 토마토의 붉은 색은 라이코펜 때문입니다. 식물의 카로티노이드는 탄소사슬이 40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할로아케아의 탄소사슬은 50개나 됩니다. 그리고 이 50개짜리 탄소사슬을 학자들은 ‘박테리오루베린’이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할로아케아들은 박테리오루베린을 가지고 있어 붉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그러니 뜨거운 태양열과 자외선을 한 몸에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생존을 할 수 있는 것이죠.

할로아케아 플레이트 사진. 차인태 제공

대부분의 생물은 생명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수분 농도를 필요로 합니다. 잘 말린 북어나 잼에 세균이 자라는 경우는 그래서 극히 드뭅니다. 할로아케아는 이러한 상식을 벗어납니다. 극도로 짠 호숫물은 물론, 건조한 사막에서도 발견될 정도입니다. 다만 잘 말린 북어에서 할로아케아는 살지 못합니다. 북어는 충분히 짜지 않아서입니다. 만일 북어가 나트론 호숫물만큼 짰다면 북어는 어느새 붉은색을 띠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할로아케아는 사막에서 약간의 이슬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실제로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나 중국의 고비사막 등 세계 곳곳의 사막에서 할로아케아가 발견됩니다.

할로아케아의 능력은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할로아케아는 산소 호흡을 하며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에너지로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질산염이나 황산염의 환원을 통한 혐기성 생활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름도 발음하기 어려운 할로아케아 할언에오로아케움 설퍼리듀센스(Halanaeroarcahaeum sulfurireducens)라는 종이 2016년에 보고됐고, 그 후에도 몇몇 혐기성 할로아케아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특이한 생물의 지구 밖 생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혐기성, 고온, 건조한 사막, 자외선 등 인간이라면 한시도 견딜 수 없는 환경으로 이뤄진 화성에서 이 할로아케아들은 생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이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세상이 더 발전하다 보면 화성에 할로아케아를 내려놓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지구 밖 화성까지 이어졌습니다. 할로아케아는 붉은 색소를 내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지만 누구도 접근하기 꺼리는 환경에서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생명체와 경쟁하기보다는 적응을 선택해 척박한 환경에 순응했습니다. 사실 경쟁을 피하고자 극한 환경에 적응한 것뿐인데 인간에게는 도리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고 마음대로 바꾸며 소비하고 있지만, 이 작은 생물은 극한의 환경에 적응해 수억 년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 터전을 지키며 수억 년을 더 살아갈 것입니다. 아마도 할로아케아는 인간에게 지구상에서 오래 살아가는 법을 몸소 가르쳐주는 것은 아닐까요. 자연을 소비하기보다는 순응하라고 말이죠.

차인태 국립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과 환경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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