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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극장은 연세대 앞 철길 옆 다세대주택 옥탑에 있는 작은 극장이다. 다세대주택 입구 옆 주차장에 테이블이 놓이면 티켓박스가 되고 양편 살림집들 사이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극장이 있다. 블랙박스형 극장이지만 작은 창문도 있고 옥상으로 나가는 문도 있다. 종종 창문과 문이 열리고 도심의 소리와 풍경이 극장의 고요와 어둠을 가르며 쏟아진다. 이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연극적’ 장면이다.

이 작은 극장은 지난 1월 말 이후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공연을 이어 갔다. 극장 방역도 하고, 자체적으로 관람수칙도 만들었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체온을 측정하고 발열 등 증상이 있을 때는 관극을 제한한다. 관객들은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다세대주택 입구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극장에 오른다. 극장 문 앞에서는 진행자가 소독제를 들고 서서 입장하는 관객들의 손에 짜주기도 한다. 빼곡히 좌석을 만든다 해도 20석이 될까 말까 한 객석은 ‘거리 두기’를 위해 10석 내외로 줄였다. 관객들은 극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어서는 안 된다는 안내를 다시 한번 받는다.

팬데믹이 시작된 후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극장은 일제히 문을 닫은 것과 달리 적지 않은 민간극장은 공연을 이어 갔다. 전염병 초기에는 관객이 급감했지만, 지금은 객석 거리 두기로 좌석이 줄면서 티켓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행히 아직 극장에서 전염된 사례는 없다.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지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방역의 어려운 절차를 감수하면서, 객석의 절반을 포기하면서, 공연 내내 마스크를 쓰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전염병 시대에 공연을 올리고 극장에 가는 걸까.

전염병으로 대면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라인 기반 기술에 대한 관심과 각광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극장도 그렇다.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극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공연들이 온라인에서 상영되고 있다. 기술은 이 아름다운 공연들을 안방까지 실어나른다. 하지만 안방 1열에 도착한 이 화려한 공연들은 팬데믹 이전의 극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런던 로얄코트는 과거의 공연을 상영하는 대신 텅빈 극장을 라이브스트리밍 했다. 과거의 아름다운 공연들과 지금 여기의 텅빈 극장. 팬데믹이 가르고 있는 경계다.

다시 신촌극장. 얼마 전 이 극장에서는 ‘어슬렁’이라는 연극이 공연되었다. 극장과 그대로 겹치는 것 같은, 신촌 어느 빌딩 옥탑에 있는 조소학원이 무대다. 전염병으로 학원은 당분한 강의를 멈추었는데 휴강인 걸 모르고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빈 학원에 들어선다. 서로 이름도 몰랐던 둘은 흙을 빚으며 어색한 대화를 시작한다. 전염병으로 세상은 멈추거나 더디게 흘러간다. 하지만 멈춘 시간과 공간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 비대면 시대 극장은, 우리의 만남과 관계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지금 우리 극장은 팬데믹의 경계 위에 있다.

김소연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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