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으로 알려진 16일 오후 2시49분께 개성공단 일대가 연기에 휩싸여 있다. 파주=연합뉴스

북한이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폭파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담화를 통해 “머지않아 쓸모 없는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한 예고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남북 정상의 2018년 4ㆍ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해 9월 문을 연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 2년간 이어져 온 남북 화해를 상징하는 장소다. 1970년대 이후 남북 합의는 여러 차례 깨졌지만 이번처럼 화해의 상징 같은 시설을 폭파하기는 처음이다. 남북 경색이 깊어진 데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 점이 없지 않으나 그렇다고 북측이 일방적으로 이 건물을 파괴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남북연락사무소는 개성공단 관리 등을 위해 2005년 개소한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건물을 고치고 늘려 만들었다. 당초 건립에 80억원가량이 투입됐고, 이후 개보수에 100억원 가까이 들었다. 토지만 북한이 제공하고 건축 및 개보수 비용은 남측이 제공해 국유재산으로 등록돼 있다. 북이 압류한 금강산ᆞ개성공단 시설은 현상 유지라도 하고 있지만 연락사무소 폭파는 전례를 찾기 힘든 명백한 남측 재산권 침해다.

대북전단을 문제 삼은 김 부부장의 이달 초 담화 이후 북한은 ‘남조선과 결별’ 계획을 거듭 공언하며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날 북한군 총참모부가 “북남 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하여 전선을 요새화 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나 비무장지대의 재무장, 개성과 금강산 지역 군병력 재배치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무력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남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북한 태도를 보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한이 남측을 ‘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고집하는 이상 남북 관계는 당분간 냉각기를 피하기 어렵다. 대화 노력을 포기할 이유는 없지만 당장은 북의 도발 위협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미가 긴밀히 공조해 북한군의 움직임을 빈틈 없이 파악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계 태세 수위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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