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봉은사 주지 명진(오른쪽 두 번째) 스님이 15일 서울 장충동 문화살롱 '기룬'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민간인 불법 사찰 관련 국가·조계종 손배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승적이 박탈된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15일 국가와 대한불교조계종을 상대로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오래 전 일이지만 이번 소송을 국가정보원 개혁의 단초로 삼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명진 스님 제적 철회를 위한 원로 모임’ 등 시민단체 3곳은 이날 서울 장충동 문화살롱 ‘기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냈다고 밝혔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 당시의 명진 스님 퇴출은 국정원의 공작,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협조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다. 명진 스님 측 변호인단 대표인 이덕우 변호사는 “2010년 3월 당시 국정원이 명진 스님을 불법 사찰한 뒤 조치 사항으로 지시하고 명령한 것을 조계종이 그대로 수행했다”며 “그 결과 봉은사의 직영 사찰 전환, 명진 스님 주지직 퇴출, 한국전력 부지 개발 관련 계약서 작성 등 허위 사실을 근거로 한 명진 스님 징계와 승적 박탈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 찍어내기에 국가와 조계종이 공범이란 논리다. 이에 대해 조계종은 “징계에 대해 재심청구 절차가 있음에도 외부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종단 비방 행위를 이어감에 따라 취한 조치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17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가동, 이명박 정부가 정부에 비판적이던 명진 스님을 두고 국정원에게 사생활 등 특이 동향을 파악하고 좌파적 성향을 온라인에 퍼뜨리라고 주문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명진 스님은 “국정원의 불법 행위는 단순 불법 사찰이 아니라 나를 퇴출시키려는 공작이었다”며 “이달 말까지 문 대통령이 제대로 된 국정원 개혁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청와대 앞 1인 시위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기환 원로 모임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았는데도 국정원 개혁이 물 건너가는 양상”이라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법정 투쟁, 대중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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