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바리톤 정경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추진혁 기자 chu@hankookilbo.com

“클래식계 설민석 전현무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하하”

이른바 ‘클래식계 이단아’로 불리는 성악가 바리톤 정경은 독특하다. ‘오페라마’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그의 시원시원한 입담은 왜 ‘이단아’라는 도발적인 호칭으로 불리는지를 단번에 납득시킨다. 정경의 목표는 ‘클래식계 설민석’이다. 이 사람, 도무지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 누구보다 주목받고 있는 그의 근간은 ‘오페라마’에서 기인한다. 정경이 직접 제시하고 있는 ‘오페라마’ 장르는 클래식과 대중문화가 융합된 대한민국 고유의 장르다.

“제가 ‘오페라마’ 장르를 만든 이유는 단순해요. 지금 대중들에게 대중문화는 익숙한 반면, 클래식은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는 문화로 여겨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클래식계에서 내건 슬로건이 ‘클래식의 대중화’에요. 하지만 저는 그 슬로건에 반대해요. 클래식의 정통성은 그대로 이어가되, 대중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중간지점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오페라마’는 다시 말해 대중문화와 클래식을 잇는 플랫폼 장르에요. 제가 토크 콘서트를 통해 클래식을 재미있고 가볍게 설명하면, 여기에 흥미를 가진 대중들이 정통 클래식 무대를 찾아가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죠.”

[저작권 한국일보] 바리톤 정경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추진혁 기자 chu@hankookilbo.com

파격적인 장르를 무기로 한계 없는 도약 중인 정경을 향한 세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2016년 맨하탄 메트로폴리탄 초청으로 ‘Shadows of Don Giovanni’ 공연을 성료한 그는 같은 해 10월 뉴욕 카네기 홀에서 독창회를 전석 매진으로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난 5일에는 유엔 75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UN75’의 일환으로 열린 기후변화 온라인 회의 ‘75 for UN75 : 75 Minutes of Conversation’의 개막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회의의 포문을 연 정경의 공연 이후 반기문 전(前) UN 총장이 기조연설에 나서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정경은 지난 5일 ’75 for UN75: 75 Minutes of Conversation’의 개막 공연을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오페라마 예술경영 연구소 제공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속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또 한 번 의미 있는 행보를 완성한 정경은 “당초 4월에 뉴욕을 직접 방문해 공연을 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탓에 UN에서 회의를 온라인으로 변경했다. 이후 감사하게도 UN 측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오프닝 공연을 해 달라고 재차 부탁해서 영광스러운 공연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온라인 회의를 통해 UN 축하공연에 서게 된 거죠.(웃음) 영광스러웠어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정말 불안했죠. 휴대폰 링크 하나만으로 UN 회의에 나갈 공연을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했으니까요. 외부에서 나는 소음이 공연에 방해가 되진 않을까, 정말 많은 걱정을 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의연하게 공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클래식 아티스트로서의 공연뿐만 아니라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한 대중과의 만남 역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상설 공연을 통해 선보이고 있는 ‘정신나간 작곡가와 키스하다 시즌4’ 역시 이 같은 행보의 일환이다.

오는 19일 오후 8시, 20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인 ‘정신나간 작곡가와 키스하다 시즌4’는 클래식을 주제로 한 정경의 오페라마 토크콘서트다. 클래식 공연이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상설공연이라고 생각했다는 정경은 현재 다양한 국내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소통 중이다.

“‘정신나간 작곡가와 키스하다’ 시즌4는 제가 오페라마 장르를 하면서 가장 먼저 기획했던 토크콘서트였어요. 기존의 토크콘서트는 진행자와 예술가의 역할이 나눠져 있지만, 저는 이 공연을 통해 직접 광대가 되려 했죠. 실제 공연에서 저는 개그맨이 돼요.(웃음) 처음엔 딱딱한 클래식 공연인 줄 알고 오셨던 분들도 공연이 끝나고 나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웃었다’고 말씀해 주시죠. 제 공연에서는 ‘왜 그 시대에서 그 작곡가가 정신이 나갔고, 현재에 살고 있는 나의 정신과 클래식이 어떻게 키스(교류)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고전 클래식을 했던 유럽의 작곡가와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함께 다루면서 색다른 밸런스를 맞추고 있죠. 제 공연은 정답을 드리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대신 신선한 질문을 드리죠. 고전 작곡가가 가지고 있던 영감을 현대식으로 풀어내면서 드리는 질문이 흥미로우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작권 한국일보] 바리톤 정경 교수가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윤당아트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추진혁 기자 chu@hankookilbo.com

‘정신나간 작곡가와 키스하다’ 외에도 정경은 ‘한국가곡 전상서’ ‘아이 레벨’ ‘골든 보이스’ ‘하이 레벨’ ‘오페라 보기 전, 오페라마’ ‘하소서’에 이르는 총 7개의 오페라마 토크 콘서트를 통해 연령별, 상황별로 세분화 된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 오는 25일에는 오페라마에 대한 그의 철학을 담은 저서 ‘예술경영의 오페라마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대중들과 소통 중인 정경은 ‘클래식계 설민석 전현무’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유쾌한 생각을 전했다.

“약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프라인에 집중하면서 내공을 쌓아왔다고 생각해요. 그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는 클래식을 재미있게 소개해드릴 수 있는 방송을 준비 중이에요. 설민석 전현무 씨 정도로 제 스스로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을 더 쌓아서, 제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 있는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빛을 볼 수 있게 돕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어요.”

오페라마를 통해 클래식, 나아가 예술의 본질을 조명하고 싶다는 정경의 최종 목표는 아프리카에 세계적인 오페라마 극장을 짓는 것이다.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오페라마 콘텐츠로 클래식의 새 미래를 이어가겠다는 그의 당찬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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