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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검사만 제때 해도 대장암 거의 100% 조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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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검사만 제때 해도 대장암 거의 100% 조기 진단”

입력
2020.06.16 05: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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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대장암의 싹’ 용종 없애면 대장암 위험 95% 줄여 

 항문 괄약근에 직접 암 침범 않으면 항문 보존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의 싹’인 선종선 용종을 조기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의 공포에서 거의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의 싹’인 선종선 용종을 조기 발견해 제거하면 대장암의 공포에서 거의 해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대장은 항문과 연결돼 있어 남에게 드러내기 싫어하는 장기다. 변에 피가 섞여 나와도 단순한 치질로 여기려고 한다. 이 때문에 대장암이 크게 악화한 뒤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장암이 악화한 뒤에 병원을 찾으면 항문을 대체하는 인공 항문(장루)을 달아야 할 수도 있다. 대장암은 대장내시경 검사만 제대로 해도 거의 100% 조기 진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완치율도 매우 높다.

‘대장암 치료 전문가’ 강상희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를 만났다. 강 교수는 “대장암은 조기 진단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는 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대장내시경 검사 등을 소홀히 하다가 대장암이 많이 퍼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이가 늘어나 안타깝다”고 했다. 강 교수는 미국 MD앤더슨암센터 연수 등을 통해 유전체 분석을 기반으로 한 환자 맞춤형 항암제 개발에도 천착하고 있다.

 -‘서구형 암’인 대장암이 최근 우리나라도 크게 증가하는데. 

“국내 대장암 환자가 해마다 5.2%씩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 발병률이 10만명당 45명으로, 아시아에서 1위, 전 세계에서는 3위다(국립암센터 중앙암등록본부).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국민에게 발생한 악성 종양 가운데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하지만 대장암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수술 등 외과적 치료와 다양한 항암화학요법이 개발되면서 대장암 환자에게 희망적인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대장암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대장은 결장, 항문과 연결된 직장(길이 15㎝ 정도)으로 나뉜다. 대장암은 대개 가장 안쪽 벽인 점막층에서 나타나기 시작해 점막하층ㆍ근층ㆍ장막층 등 점차 밖으로 자란다. 이 가운데 종양이 점막층이나 점막하층까지 퍼진 상태를 ‘조기 대장암’이라고 부른다. 다행히 국가 5대 암 검진 사업을 통해 만 50세 이상에서 분변잠혈 검사로 양성이라면 대장내시경 검사 등을 시행하면서 조기 대장암 발견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대장암은 ‘대장암의 싹’으로 불리는 선종선 용종에서 95% 이상이 시작된다. 따라서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선종성 용종이 발견된 적이 있거나,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을 앓았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선종성 용종은 5~10년 정도 뒤에 대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선종이 클수록, 세포 분화가 나쁠수록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암으로의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40대, 여성은 50대부터 선종성 용종이 급격히 늘어난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40세가 넘으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직계 가족 가운데 대장암을 앓은 사람이 있으면 나머지 가족에게 대장암이 생길 위험이 2~8배 증가한다. 또한 전체 대장암 중 5% 정도는 유전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모 중 한 명이 유전성 대장암 환자라면 그 자녀는 절반가량이 유전된다. 50세 미만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거나 가족 중에 대장암이나 자궁내막암이 생겼다면 유전성 대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장암 가족력 및 염증성 장질환 병력, 대장에 1㎝ 이상의 용종이 있었다면 1~3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로 용종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권고된다. 대장내시경 검사 외에도 유전성 대장암이라면 최근 여러 유전자 분석법을 통해 대장암 관련 특정 유전자 변이를 알아내 대장암 환자뿐만 아니라 그 자녀에게서도 대장암 위험 요소를 평가ㆍ예측할 수 있게 됐다.”

 -대장암을 일으키는 위험요인을 꼽자면. 

“주요 위험요인으로는 50세 이상 연령, 붉은 고기 및 육가공품의 다량 섭취, 비만, 흡연, 음주, 유전적 요인, 관련 선행 질환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다. 빈혈ㆍ혈변ㆍ변비ㆍ설사 등 배변 습관 변화, 복통 등이 나타나 병원을 찾을 때에는 이미 20% 정도는 암 병변이 간ㆍ폐 등에 전이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대장암의 싹인 대장 용종과 대장암을 막으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붉은 살코기, 고칼로리ㆍ고지방식, 동물성 포화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나 과일, 곡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으로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직장암일 때 인공 항문(장루)을 만들어 주는 수술을 하는데. 

“항문에서 보통 5㎝ 이내에서 생기는 하부 직장암은 항문을 제거하고 인공 항문(장루)을 통해 배설할 수 있도록 수술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경(輕)항문 초음파 검사 등으로 직장암 침범 범위를 정확히 분석해 직장암이 직접 항문 괄약근을 침범하지 않았다면 항문에 가까이 있어도 항문을 보전하는 수술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직장암 수술 후 영구적인 장루보다 복원 가능한 임시적 장루를 만들어 주는 수술이 많아지면서 항문을 보전하는 비율이 95% 내외나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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