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봉쇄가 풀린 4월 8일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던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조각상을 쳐다보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데카메론은 흑사병이 창궐하던 14세기 유럽을 배경으로 한다. 열 명의 남녀가 흑사병이 창궐하던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의 은신처에 머무르면서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에서 ‘환자와 말을 주고받거나 접촉하기만 하면 이내 감염되거나 죽어’간다고 표현된 이 질병은 쥐벼룩으로 전파되는 페스트였다. 데카메론에서 동물도 페스트의 희생자로 그려진다.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던 어느 죽은 가난뱅이의 옷을 돼지 두 마리가 가지고 놀다가 삽시간에 독을 쐰 듯 경련을 일으키며 죽고 말았다는 일화가 소개됐다. 과장은 좀 심한 편이지만 실제 돼지는 페스트균에 감수성이 있는 동물이긴 하다.

인간과 동물의 위계가 명확했던 중세에는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전해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이어야 했다. 즉, 인간의 질병이 동물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하찮은 동물의 질병이 인간에게 넘어온다는 것은 쉽게 인정받기 어려웠다. 페스트로 유럽은 인구의 30% 가량을 잃었다. 그리고 페스트 이후 유럽은 다른 세상이 되었고 중세는 끝이 났다.

우리는 다시 전염병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인간과 동물에 위계를 두지 않는다. 우선, 아마도 박쥐로 의심되는, 야생동물로부터 인간으로의 종간감염이 일어난 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파를 일으켰다. 그 사이에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동물 종 사이를 오가며 인간에게 감염이 잘되는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다시 사람과 가까이에 있는 동물들에게도 바이러스를 옮기고 있는 중이다.

21대 총선이 실시된 4월 15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반려견과 동반한 한 유권자가 신종 코로나 방역을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나눠 준 비닐 장갑을 끼고 투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려동물의 피해 보고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에 동물이 감염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개와 고양이, 호랑이와 사자, 밍크가 자연 감염이 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페렛, 햄스터, 마카크 원숭이는 실험적으로 감염 시킬 수 있었다. 돼지와 닭, 오리, 칠면조, 이집트 과일박쥐는 실험적으로도 감염되지 않았다. 자연 감염된 모든 동물은 사람으로부터 감염됐다. 다행히도 이 신종 바이러스는 동물들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처음으로 홍콩에서 감염자의 반려견 한 마리가 바이러스 양성으로 밝혀지면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낳았다. 반려견에서는 증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가 오염된 것인지, 감염된 것인지 알기가 어려웠다. 이후 항체가 검출되면서 감염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러나 격리 중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간 후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보호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부검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17세였던 이 개가 죽은 것이 신종 코로나 때문이었는지 확인할 길은 없었다. 홍콩 당국은 감염자와 함께 살고 있는 17마리의 개와 8마리의 고양이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는데 개 2마리만이 양성으로 보고됐다. 벨기에에서도 이태리 여행 후 감염된 보호자로부터 고양이가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 고양이는 설사와 구토, 호흡기 증상을 보였고, 9일 이후 회복됐다. 네덜란드에서는 감염자로부터 그 반려견이 감염됐다. 항체는 있었으나 항원이 검출되지 않은 이 개는 호흡곤란으로 결국 안락사 됐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감염과 호흡곤란의 관련성은 명백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아직 이 병원체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지만, 감염된 동물들이 다시 신종 코로나를 사람에게 전파할 위험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 감염병 전문가나 수의사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런데 반려동물의 감염 여부가 보도되면서 다른 차원의 걱정이 생겼다. 혹시, 감염을 이유로 반려견들이 학대 받거나 버려지지는 않을까, 혹은 예방을 이유로 살처분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감염병에 걸린 동물이 ‘환자’로 취급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감염병에 걸린 혹은 걸릴 위험이 있는 동물은 ‘병원체’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즉 제거의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특히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원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환자들을 돌보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호사 테레사 로메로씨의 반려견 엑스칼리버는 그렇게 안락사 됐다. 이런 방식이 절대적인 것은 물론 아니다. 감염이 우려되는 동물들을 격리시킬 시설을 가지고 있고, 검사하고 보호하며 관찰할 전문가와 프로토콜이 준비되어 있는지에 따라 동물의 감염여부가 파악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이후 로메로씨는 보건당국을 상대로 이 안락사 처분이 부적절했다는 소송을 했고, 결국 승소했다. 이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후, 미국에서는 같은 상황에 처한 간호사 니나 팸씨의 반려견 벤틀리를 동물보호국에서 격리하고 검사하기로 했다. 다행히 벤틀리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격리기간 이후 이들 가족이 함께 있는 모습은 에볼라 극복의 이미지가 됐다. 동물을 격리하고 보호하고 검사하는데 쓰인 비용은 약 3,000만원 정도였다. 국가가 비용을 부담했고, 개인 기부와 기금을 통해서도 비용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장기간 문을 닫았던 전주동물원이 재개장한 지난달 23일 전북 전주시 전주동물원 내부에 감염방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주동물원은 생활 속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동시 관람객을 5,000명으로 제한했다. 뉴시스
◇동물원 동물의 피해

신종 코로나로 유럽 전역이 봉쇄를 유지하던 4월, 북부 독일의 작은 도시 노이뮌스터 동물원의 원장은 굶을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안락사 시킬 순서를 정했다고 발표했다. 보통 때라면 부활절 휴가 특수를 누려야 했지만 관람객이 줄어들면서 동물원을 운영할 자금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동물들을 죽여 다른 동물의 먹이로 줘야 하는 상황이 오거나 굶어 죽을 고통에 처하기 전에 안락사를 하겠다는 일종의 비상계획인 셈이다. 물론 동물원은 다양한 상황(질병이나 재해, 사고, 과밀 사육 등)을 대비해 안락사 계획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다만 독일의 경우, 다른 동물의 먹이로 주기 위해 동물원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노이뮌스터 동물원장의 이런 행각이 동물원 동물에 대한 지원과 관심, 또는 급한 경우 동물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협박’이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었는지, 언론 보도 후 노이뮌스터가 속한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약 66억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우리나라의 한 사립 동물원에서도 처참한 상태에 있는 동물들을 공개했다. 동물을 돌볼 사육사들은 떠났고, 갈비뼈가 드러난 사자는 굶고 있었고, 먹이 경쟁이 심해지던 무리 동물들 중 일부는 폐사했다. 동물원의 대표는 임대료 때문에 먹이 값을 줄인다고 인터뷰 했다. 사람들은 대구 동물원에 생닭을 보냈다. 그런데 이렇게 먹고 살 걱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 뉴욕의 브롱크스 동물원에서는 호랑이가 신종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기침 증상을 보이던 4살짜리 나디아라는 이름의 호랑이와 다른 6마리의 사자와 호랑이가 감염됐다. 아마도 초기에 무증상이었던 사육사로부터 옮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동물로부터 다시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감염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판단은 내려졌지만, 이 고양이과 동물들과 접촉이 있는 모든 직원들이 보호복을 착용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뉴욕에서 어떻게 호랑이까지 검사할 여력이 있었을까 불만을 가질 사람들도 간혹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의 경우 다양한 동물 종 사이 그리고 인간과 동물 접점에서 병원체의 생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브롱크스 동물원의 진료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고 전문가들은 다행히 지속적인 감시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밍크 농장의 피해

한편, 네덜란드의 한 밍크 농장에서 노동자가 밍크로부터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감염된 밍크는 호흡기 증상과 소화기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밍크는 4월경에 농장 관리자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정부는 전국 밍크 농장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검사를 진행했다. 직접적인 연관성을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감염된 농장에서 밍크의 폐사율이 더 높았다. 결국 인수공통감염병 관리 전문가들과 정부 통합기구에서는 감염된 밍크가 있는 10개 농장 1만여 마리의 밍크를 살처분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 않다면 농장 간 감염이 장기간 계속되고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동물보호단체의 가처분 소송으로 현재 살처분 조치는 멈춘 상태다. 감염 밍크가 있는 한 농장에는 함께 살고 있던 11마리의 고양이도 검사 대상이 됐다. 3마리가 항체를 가지고 있었다. 이 고양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살처분 조치가 다시 내려진다면 그때까지, 혹은 취소된다면 그 이후로 이 1만 마리의 밍크들의 삶은 어떨까?

우리뿐 아니라 동물들도 이 바이러스가 처음이다. 인간이 동물에게 옮겼다. 그러나 인간에게 의존하고 있는 반려동물이나 농장동물, 그리고 동물원 동물은 사람을 멀리할 수도 없다. 마스크를 쓸 수도 사회적 거리를 둘 수도 없다. 다행인지 신종 코로나는 아직까지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거나 치명적이지는 않다. 위험과 고통은 오히려 질병을 둘러싼 인간과의 관계 또는 이해관계를 통해 다른 차원에서 생겨난다. 바이러스를 막지는 못했더라도 그 위험은 어쩌면 우리가 막아 줄 수 있는, 막아줘야 하는 위험인 것 같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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