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없애려 살인 불사하는 캐릭터… 마블 팬 ‘불쾌감’
미국 전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이 마블 코믹스 캐릭터의 로고를 무단 사용해 마블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마블의 로고를 사용하는 경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몇몇 경찰관들이 마블의 캐릭터 ‘퍼니셔(Punisher)’의 해골 문양 로고를 제복에 달고 시위 진압에 나선 것이 포착되면서부터다.
논란의 핵심은 퍼니셔라는 캐릭터 특성에 있다. 퍼니셔는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범죄와 싸우는 안티 히어로 캐릭터다. 범죄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인종차별 철폐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이 이 같은 캐릭터의 로고를 활용하면서 강경 진압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는 ‘경찰의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에 해당 로고를 첨부하기도 한다.
이에 마블 팬들은 마블 측에 “경찰에 로고 사용 중지를 요청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경찰이 마블 로고를 활용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나는 내 퍼니셔 티셔츠도 입고 싶지가 않다. 사람들이 나도 인종차별 주의자라고 생각할 거다”(sk****), “마블이 비용 지불도 없이 경찰이 퍼니셔 로고를 사용하도록 아직까지 놔두는 상황을 믿을 수가 없다”(re****), “경찰이 로고 사용하는 게 역겹다. 퍼니셔 캐릭터의 핵심은 미치광이 자경단원이라는 건데”(wo****) 등이다.
마블 측도 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찰에 의해 로고 이미지가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마블은 인종 차별에 반대한다는 기존 메시지를 고수하고 있다”고 불쾌감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마블이 법적으로 로고 사용 중단을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해골 모양의 로고가 너무 많이 쓰이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퍼니셔를 창작한 작가 게리 콘웨이는 트위터에 ‘마블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앞서 마블은 1일 트위터에서 “우리는 포함을 지지한다. 우리는 동료인 흑인 직원, 스토리텔러, 창작자, 그리고 전체 흑인 커뮤니티와 함께 하고 있다”며 인종차별 철폐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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