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렌트’는 9년 만에 한국 무대에 오른다. 지난 1일 열린 쇼케이스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K-방역’을 지켜라.

뮤지컬계가 비장해졌다. 괜한 ‘국뽕’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 상반기 공연 일정이 모두 헝클어진 가운데 ‘공연 성수기’로 꼽히는 7,8월이 눈 앞에 닥쳐와서다. 여기서 무너질 수 없다는 게 뮤지컬계의 단단한 각오다.

8일 뮤지컬계에 따르면 각 공연들은 ‘최고의 무대’ 못지 않게 ‘최고의 방역 대책’을 내놓는 데 골몰하고 있다.

일단 공연장 방역이 최우선이다. 정기 소독,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함성 자제, 배우ㆍ스태프ㆍ관객 간 동선 분리 같은 조치들은 기본이다. 주요 뮤지컬 제작사들은 방역 관련 정보와 상황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16일부터 ‘모차트르!’를 무대에 올리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은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도입했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하면 인적사항, 좌석번호, 해외방문 이력 등을 기입하는 문진표 창이 뜬다. 문진표를 제출하고 확인 문자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전화번호 허위작성이 완전히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방역 강화에 도움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13일 시작하는 ‘렌트’의 제작사는 아예 자체적으로 모바일 문진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미리 보내준 온라인 링크 주소로 접속하거나 QR코드 이미지를 인식해야 한다. 입장할 때는 ‘제출 완료’ 페이지를 제시해야 한다. 종이로 된 문진표를, 공용 필기구로 작성하는 데 따른 감염 우려조차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렌트’ 연출을 맡은 앤디 세뇨르 주니어는 아예 ‘K-방역 전도사’로 나섰다. 그는 한국의 공연 상황, 방역 대책 등을 정리한 자료를 받아다 미국 브로드웨이에다 적극 알리고 있다. 그 덕에 한국 ‘렌트’ 공연에 대해 미국 언론 매체들의 취재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상연되고 있는 나라다. 에스앤코 제공

한국 뮤지컬계의 방역 대책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뮤지컬계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그런 한국을 두고 공개적으로 칭찬했고, 올리버 다우든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공연장 방역 지침을 한 수 배워 갈 정도였다.

그럼에도 뮤지컬계가 마음을 놓지 못하는 건 긴장을 늦출 수 없어서다. ‘렌트’ ‘모차르트!’를 비롯, ‘브로드웨이 42번가’ ‘제이미’ 등 공연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적게는 1,000여석, 많게는 3,000석을 채워야 하는 대극장 작품들이다. 조금만 삐끗했다가는 금전적 손실 못지않게 ‘굳이 공연을 강행했어야 하느냐’는 비난까지 받아야 한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개막 전에 티켓 대란이 벌어졌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한 제작사 관계자는 “대극장 공연은 팬덤을 넘어 일반 관객들이 찾기 시작해야 운영이 가능한데 아직까지는 미온적인 분위기”라며 “큰 이익을 내는 게 목표가 아니라 막을 내리는 마지막날까지 무사히 공연을 이어갈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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