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4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원격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던 영국은 최근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을 보며 가시방석에 앉은 처지다. 홍콩의 ‘위기’를 외면할 수 없어 중국을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정면충돌을 감수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홍콩에선 당국이 금지한 6ㆍ4 톈안먼(天安門)시위 추모집회를 시민들이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글에서 “만약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도입한다면 이민법을 개정해 ‘영국 해외시민 여권(BNO)’을 소지한 홍콩인에게 매년 갱신가능한 1년짜리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나아가 영국시민권도 부여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정신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NO는 1997년 홍콩 반환 이전 300만명의 홍콩시민이 소지했던 ‘영국부속영토시민여권(BDTC)’을 대체한 것으로, 해당 여권을 보유한 자는 비자 없이 영국에 6개월간 머물 수 있다. 영국은 현재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시민 35만명에 이어 추가로 250만명에게도 이를 신청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영국은 지난달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이후 연일 대중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에는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이 하원에 출석해 “중국은 파멸의 위기에서 물러나서 홍콩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홍콩의) 정치적이고 자주적인 토대에 간섭한다면 홍콩이 구현해온 경제적 모델과 번영에도 장기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의 이 같은 적극적인 태도는 1984년 중국과 체결한 홍콩반환협정에 일국양제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행동에 나선다는 내용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이 압박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도 뚜렷하다. 존슨 총리만 해도 기고문에서 “영국 시민권 확대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이 국제사회와 협력해 홍콩을 번창하게 한 모든 것을 보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날 라브 장관도 “우리는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중국을 국제사회의 주도적인 일원으로서 환영한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이는 중국과 정면으로 충돌했을 때 적잖은 피해가 불가피한 현실의 반영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국과 영국 간 무역 규모는 총 680억파운드(약 104조1,900억원)에 달한다. 수출ㆍ입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규모 자체가 상당한 만큼 지금의 경기침체 상황까지 감안했을 때 적극적인 반중 행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2015년 중국으로부터 약속받은 400억파운드 규모의 투자, 이미 발을 담근 중국의 일대일로(육상ㆍ해상 실크로드) 사업,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합류 등도 영국 입장에선 버릴 수 없는 카드다.

한편, 홍콩에선 4일로 예정됐던 톈안먼시위 31주년 추모집회가 30년만에 금지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집회 불허 명분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내세웠지만 사실상 베이징 당국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이 많다. 이에 주최 측이 강행 의사를 밝혀 물리적 충돌 우려가 크다. SCMP는 “홍콩보안법 제정 논란 이후 반중 시위를 대하는 중국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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