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KBS2 채널에서 방송된 예능 프로 ‘스탠드 업’. 개그맨 박나래의 입담에 힘입어 한국에서 그간 드물었던 ‘스탠드업 코미디’의 위상을 제고시켰다는 평이다. 방송 화면 캡처

‘포스트 개콘’은 누가 될까.

20년 역사의 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가 잠정 폐막한다는 소식은 많은 코미디 팬들을 아쉽게 했다. 개콘의 ‘품질’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렸어도 ‘코미디 프로그램의 간판’이란 상징성은 강력했기 때문이다.

개콘 잠정 중단으로 인한 코미디 위기를 맞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한쪽에선 코미디 그 자체를 벗어나 드라마, 가요 등 다른 장르와 융합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른 쪽에선 이제 지상파 채널이란 안정적 플랫폼 대신, 표현의 제약 없이 넘치는 끼를 있는 그대로 발산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무대로 옮겨가는 이들이다. 코미디 생태계의 변화가 본격화됐다.

다음달 JTBC에서 첫 방송 예정인 예능 프로 ‘장르만 코미디’의 코너 중 하나인 ‘쀼의 세계’. 개그맨 안영미(사진 왼쪽)와 유세윤(오른쪽)이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코미디 버전으로 재해석 할 예정이다. JTBC 제공
 
 ◇드라마와 융합하는 코미디 

KBS ‘개콘’이 마지막 방송을 남겨둔 가운데 JTBC는 다음달 새 예능 프로 ‘장르만 코미디’를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JTBC의 첫 코미디 프로인데다,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가 총연출을 맡았다. 프로그램 제작 사실이 알려지자 ‘장르만 코미디’를 두고 ‘JTBC 버전 개콘’이란 말들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장르만 코미디’는 ‘개콘’과 성격을 전혀 달리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이라 해서 코미디 그 자체만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 웹툰, 음악 등 다른 장르와 융합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컨대 개그맨 유세윤과 안영미가 인기 드라마였던 ‘부부의 세계’를 코미디 버전으로 패러디하는 식이다. ‘장르만 코미디’는, 이를테면 이런 ‘숏폼 드라마’ 여러 편을 결합시켜 선보인다.

서 PD는 ‘개콘’을 성공시킨 뒤 2015년 KBS의 ‘프로듀사’ 등 드라마도 연출해본 경험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장르만 코미디’에 어떻게 녹아들 지 기대를 모으게 한다. ‘장르만 코미디’ 제작사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프로그램이 얼마나 흥행하는가에 따라 기존 코미디언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달 개그맨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란 예명으로 가수로 데뷔, ‘주라주라’란 제목의 코믹한 노래를 부르며 코미디와 가요의 경계를 허물었다. 유튜브 화면 캡처
 
 ◇김신영의 노래, 박나래의 스탠드업 

비록 정규 프로그램화가 되지 못했다 해도, 코미디의 다양한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부활이다. 2018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개그맨 유병재가 출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콘텐츠인 ‘블랙코미디’와 ‘B의농담’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엔 박나래의 ‘19금 유머’를 소재로 한 ‘농염주의보’를 선보였다. 지상파인 KBS도 이런 흐름에 올라타며 지난 1월~5월 박나래가 진행하는 ‘스탠드 업’을 편성했다. 10부작에 걸쳐 시청률 자체는 1~2%로 저조한 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 의미 있는 노력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트로트 열풍에 올라탄 시도도 있었다. 지난달 초 개그맨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란 예명으로 ‘주라주라’라는 곡을 불렀다. ‘입 닫고 지갑 한 번 열어주라’처럼 직장인이 공감할만한 통쾌한 가사에 개그맨 특유의 우스꽝스런 연기가 곁들여지면서 화제가 됐다. 유재석의 ‘유산슬’에 이은 것으로, 김신영의 뮤직비디오를 두고 ‘뮤직비디오냐 코미디 프로그램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미선임파서블’을 통해 서핑 등 최신 유행 문화에 도전하는 개그맨 박미선은 TV 프로그램 이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표현의 자유 찾아 온라인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의 변신은 이어지고 있지만, TV 프로그램의 근본적 한계를 절감한 이들은 아예 온라인으로 간다. 사실 서구에서 스탠드업 코미디 같은 건 수위가 꽤 높은 정치적, 성적 이야기를 주무기로 삼는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보수성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용납하지 않는 걸 넘어 착할 것을 요구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때문에 비방용(비방송용) 끼를 마음껏 발산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코미디언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192만명을 보유한 ‘흔한남매’의 운영자 한으뜸ㆍ장다운이 대표적이다. 강유미(49만명), 양세형ㆍ양세찬(48만명), 김준호(43만명), 이국주(38만명), 박미선(17만명) 등도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SNS 유명인)’로 통한다. 이들은 ‘먹방’을 찍거나(‘국주네포차’), 새로운 문화생활에 도전하고(‘미선임파서블’), 일상을 공유하며 입담을 과시한다. ‘합을 맞춘 개그’ 대신 ‘생활 속 자연스러운 위트’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코미디에 대한 수요가 TV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최신 유행에 반응하며 지금까진 찾아보기 힘들었던 형태의 코미디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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