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막는 ‘의료 방파제’ 구상… 정부 “최대 1000명까지 증원 검토”
의대 신설보다 정원 확대 우선 추진… 의협 반발에도 의사 부족 심각 판단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설치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도보 이동형 선별진료소(워크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지친 의료진이 의자에 앉아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최소 500명 이상 증원하기로 하고 구체적 이행 방안을 작성 중이다. 1989년 이후 연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31년만에 과감하게 풀겠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자주 닥칠 가능성에 대비해 ‘의료 방파제’를 단단히 쌓겠다는 것이 청와대 구상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500명+알파(α)’로 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27일 “최대 1,000명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를 신설하는 것보다는 전국 40개 의대의 정원을 각각 늘리는 방안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신설에는 의료법 개정 등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의대 정원 확대는 빠르면 현재 고2가 대입을 치르는 내년부터 가능하다.

그러나 의대 신설 방안도 완전히 배제되진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의대 정원만 늘리면 현재 의대가 없는 지역은 계속해서 의료 인력이 부족하게 된다”며 “의대 정원 증원과 의대 신설을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의사들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의료 인력 부족ㆍ불균형 문제가 그 만큼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의사가 전국 최소 수요 대비 7,600명가량 부족해진다고 정부는 추산한다. 현재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한의사 포함)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터키(1.9명)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게티이미지뱅크

의대 정원은 1994년 이후 잠시 3,253명으로 늘었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사태를 거치며 다시 줄었다. 당시 의약분업에 반대한 의사들을 달래려고 정부가 내놓은 카드가 의대 정원 축소와 의대 편입학 제한이었다. 이에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줄곧 3,058명에 묶여 있다.

의대 정원 확대로 늘어나는 의료 인력을 국가방역체계와 공공의료시스템 강화를 위해 집중 활용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성형외과ㆍ피부과 의사만 늘어나는 결과’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정원 확대 몫을 예방의학과ㆍ응급의학과ㆍ기초의학과 등 공공성이 높은 전공에 우선 배분키로 했다. 또 전국을 4, 5개 권역별으로 나눈 뒤 의료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지역에 우선 배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이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건 ‘지역의사제도 특별전형’ 도입은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취지는 좋으나, 의사의 활동 지역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정부는 공공성이 높은 전공 분야 위주로 국가장학금으로 의사를 육성한 뒤 공공병원에서 일정 기간 의무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의사 배출엔 10여년이 걸리는 만큼, 주치의제도 강화 등 지역별 의료격차 해소 대책도 동시에 추진할 방침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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